[K-사학을 찾아] ⑬ 동래여자고등학교 : 학교공동체가 함께하는 ‘더불어 행복한 학교’ 실현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5.02.07 09:40
  • 동래여자고등학교 외경./강여울 기자.
    ▲ 동래여자고등학교 외경./강여울 기자.

    동래여자고등학교는 130년에 이르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부산 내 명문 사립학교다. 1895년 부산광역시 좌천동에서 사립일신여학교로 설립됐으며, 이후 동래일신여학교, 동래고등여학교의 시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지난 1987년 부산 금정구 부곡동에 새롭게 터를 잡고,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동래여고는 ‘미래 사회를 선도하는 창의적인 역량과 건강한 품성을 지닌 애국·애족·애향하는 민주시민 양성’을 교육 목표로 공감 교육을 실천한다. 학교의 모든 구성원은 포용적이고 따뜻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협력하고 노력하고 있다.

    오용남 동래여고 교장은 “동래여고는 한국 근현대 교육의 산실이자, 부산 교육의 요람”이라며 “대한민국 각지에서 우리 학교의 이름을 드높이는 3만여 명의 동문과 함께, 앞으로도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오용남 동래여고 교장./강여울 기자.
    ▲ 오용남 동래여고 교장./강여울 기자.

    ─ 동래여고만의 자체 학업 프로그램 및 평가 제도는 무엇이 있나요?

    우리 학교는 학생이 주도하는 배움 중심 수업 강화를 통해 미래핵심역량 함양을 목표로 다양한 학업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학생 수준과 요구에 맞춘 맞춤형 접근 방식을 통해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정규 교육과정과 방과후학교 교육활동 간의 유기적인 연계성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어요. ▲학생 선택형 방과후 학교 ▲팀러닝 ▲또래교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성적 향상은 물론,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와 고등사고력을 기르는 등 전인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학생 선택형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 과목을 선택해 그 부분을 보완하는 학습 프로그램입니다. 원하는 과목을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성적을 향상하고,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과 목표 달성을 위한 실천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팀러닝’ 프로그램은 같은 과목 또는 주제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팀을 구성해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스터디그룹 활성화를 목표합니다. 함께 탐구하는 과정에서 팀원 간의 역할 분담을 통해 존중과 배려, 토론 능력, 협동심을 기르게 됩니다. 개인의 책임감과 도전정신 같은 건전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협력 학습은 학업성취도 향상뿐만 아니라 학생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래교사’ 프로그램은 학생 간 학습 방법을 공유하고 교류하며 학습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학생들은 나눔과 배려를 기반으로 교과 학습 능력을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이를 통해 자신만의 학습 방법을 습득하고 자기 계발의 기회를 넓힙니다. 또래 교수와 상담을 통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며고, 팀러닝과의 연계를 통해 학업성취를 더욱 효과적으로 도모하고 있습니다.

  • 동래여고 제공.
    ▲ 동래여고 제공.

    ─ 학생들의 학업을 위한 공간이나 교구는 어떻게 마련돼 있나요?

    2022년 고교학점제에 대비해 학교공간조성사업을 실시했는데요. 이후 ▲다목적 교과교실 ▲디지털 교과교실 ▲소인수 강의실 ▲모둠활동 부스 ▲학년별 홈베이스 등의 공간을 마련해 교과 및 비교과 활동을 지원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4층 ‘교과교실존’에서는 학생 선택 중심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소인수, 다인수 수업 및 디지털·인공지능 기반 학생 참여 수업을 진행합니다. 방과 후에는 학생 주도적 자율학습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어요. 각종 기자재와 첨단 시설 및 영상 녹화 시설이 갖춰진 ‘디지털 역량 강화존(컴퓨터실, 무한상상실, 넘나들 교실)’에서는 디지털 기초 소양 및 정보 처리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과학 과목의 기초·심화 탐구를 위한 4개의 ‘첨단 과학실험실’과 ‘실험준비실’도 마련돼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다양한 정규수업 실험 교육과 과학 관련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학생 친화적 도서관’ 또한 우리 학교가 특히 자랑하는 시설이에요. 2만 5천 권이 넘는 책을 보관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과 독서 토론 교육을 위해 학생 친화적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단순히 도서관이라는 일차적인 목적에 그치지 않고, 독서·학습·행사·휴식의 복합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동래여고 제공.
    ▲ 동래여고 제공.

    ─ 면학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학생들이 스스로 수업에 흥미를 발견하고 학습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요. 이를 위해 강의 중심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토론과 발표를 강조하는 수업 방식을 지향하며,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환경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더불어 자기주도적 학습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율학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고취시키고 편안하게 학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석식 및 간식을 지원합니다. 이처럼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학습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성장과 성취를 이루는 데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 동래여고 제공.
    ▲ 동래여고 제공.

    ─ 인성 함양 또한 학업만큼 중요한데요.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나요?

    인성과 비판적·창의적 사고를 함양하고, 인문학적 감성을 계발·심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먼저, 우리 학교가 직접 창안한 ‘토토즐(토의토론은 즐거워) 프로그램’을 자랑하고 싶어요. 기존에 진행하던 자체 토의토론 프로그램을 2018년부터 세계시민교육과 연계해 운영하는 것인데요. 연간 6회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세계시민교육특강과 각각의 특강 주제와 관련한 토의토론 활동을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지식정보와 비판적 문해력을 갖추고, 풍부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 동래여고 제공.
    ▲ 동래여고 제공.
    ‘전문가초청 특강’ 및 ‘저자 초청 북콘서트’ 행사를 통해 문화 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지적·정서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며,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예술 활동 ‘꿈틀’ 프로그램에서는 자존감을 높이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창의적인 소통 방법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합니다. 
  • 동래여고 제공.
    ▲ 동래여고 제공.
    이밖에도 매년 신입생들에게 예절관에서의 ‘전통 예정 교육’과 ‘다도 교육’을 실시하고, ‘밤에게 책을 묻다’, ‘사제동행 책 읽기’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동래여고 제공.
    ▲ 동래여고 제공.

    ─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진학 지원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에 대비해 <진로학업설계 가이드북>을 제작하고, 1학년 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고 있어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희망하는 직업과 대학 학과에 따른 과목을 선택해 3년간의 진로학업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합니다. 또한, ‘미래 JOB GO, 진로 JOB GO, 과목 JOB GO’라는 주제 아래 ▲메타버스 진로박람회 ▲AR 미션 챌린지 ▲현장방문 진로체험학습 ▲진로/학습 맞춤 프로그램 ▲교육과정 박람회 등 진로집중형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습니다.

  • 지난 12월에는 고3을 앞둔 2학년 학생들을 위해 총 20여 명의 졸업생을 초청해 ‘졸업생 멘토링’을 실시했어요. 선·후배 간의 대화를 통해 조금 더 명확한 진로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원했습니다. 

    학교 교육의 3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 각각을 대상으로 진학 관련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학생 대상 ‘학년별 진학 컨설팅’, ‘대학별 모의 면접 및 논술 대비 프로그램’ ▲학부모 대상 ‘학년별/시기별 학부모 진학 아카데미’ ▲교사 대상 ‘대입 연계 교사 연수’ 등입니다.

    ─ 그렇다면, 동래여고 학생들은 주로 어떤 대학들에 진학하고 있나요?

    현재 진행 중인 2025 대입을 중점으로 말씀드리면, 수시모집에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비롯한 의약학계열에서 12명의 학생이 최종 합격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우리 학교는 일반고이지만 지역 내 고교 중 내신 경쟁이 비교적 치열하며,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의 비율이 50:50 정도 됩니다. 올해 정시모집에서도 서울지역 주요 대학 및 부산대 등 재학생들의 합격이 다수 기대되고 있습니다.

  • 동래여고 제공.
    ▲ 동래여고 제공.

    ─ 올해 개교 130주년을 맞았습니다. 동래여고가 오랜 시간 지역사회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동래여고의 전신은 일신여학교입니다. 1985년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전도와 개화, 남녀평등과 민주주의 등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됐어요. 일신여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은 1919년 3.1운동 당시 부산 경남 지역 최초로 3.11 만세 의거를 일으켰고, 일신여학교 출신들은 일제강점기에 여성운동과 문화 계몽운동, 항일 민족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여성의 활동과 사회적 지위가 제한적이었던 시대사적 한계를 뛰어넘는 활동들을 해왔습니다.

    동래여고는 이 같은 정신을 이어받았어요. 젠더로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폄하되던 한국 사회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올바른 품성과 높은 학구열을 함양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여성 인재양성을 선도해왔습니다. 이런 역사와 교풍이 지금도 지역사회에서 명문 여고로 인정과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 동래여고 제공.
    ▲ 동래여고 제공.

    ─ 그만큼 많은 인재를 배출했을 것 같아요.

    우리 학교는 부산지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학교입니다. 현재까지 열일곱 분이 독립유공자로 정부의 포상을 받았습니다. 이분들은 3.11 만세 의거의 주역이었고, 당시 교장과 교사를 역임했던 오스트레일리아 선교사 세 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많이 알려진 박차정 의사 또한 우리 학교의 동문입니다.

  • 강여울 기자.
    ▲ 강여울 기자.

    상해임시정부에서 활동하고, 1947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여자경찰서의 초대 서장을 역임한 양한나 여사도 일신여학교 1회 졸업생입니다. 여성 최초로 야당 당수를 지냈던 박순천 여사, 소설가 김말봉 여사, 4대 대통령 윤보선 씨의 부인 공덕귀 여사,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한 조현옥 동문, 최연소 부산시의회 의장을 역임한 박인영 동문 등 역사 속 수많은 인물을 배출했습니다. 정치·사회·문화·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오며 모교의 위상을 높이고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 동래여고 제공.
    ▲ 동래여고 제공.

    ─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3년이라는 시간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졸업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여러분의 노력과 열정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앞으로 마주할 새로운 길에서 기대와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배움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충분한 힘이 돼줄 것이기에, 여러분 자신을 믿고 힘차게 나아가길 바랍니다.

    삶은 한 번에 큰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작은 선택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여정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선택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솔직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실수에서도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로 어려운 순간이 찾아와도, 포기하지 마시고 옆에 있는 가족, 친구, 동료들과 힘듦을 나누고 도우며 함께 헤쳐나가세요.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여러분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것입니다.

    여러분의 앞날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스스로를 믿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반드시 빛나는 결과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여러분의 멋진 미래를 응원합니다.

    ─ 앞으로 동래여고가 나아갈 길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리 학교는 미래 사회를 선도할 창의적이고 건강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공감 교육’과 ‘더불어 행복한 학교’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창의적 역량을 발휘하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학교는 창의적 사고력을 배양하는 융합 교육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애국, 애족, 애향’의 가치를 기반으로 공동체 의식과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또한, 공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따뜻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것입니다. ‘더불어 행복한 학교’의 실현을 위해 학교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협력해 포용적이고 따뜻한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 동래여고 제공.
    ▲ 동래여고 제공.

    ─ 끝으로 동래여고 재학생들에게 응원의 말 부탁합니다.

    “과거를 잊는 자는 그것을 반복할 운명에 처한다”는 조지 산타야나의 말처럼,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은 단순한 답습이 아니라 그 가치를 재해석해 새 시대에 맞게 발전시키는 과정입니다. 전통의 계승은 우리 앞에 놓인 과거의 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그것이 지닌 깊은 의미와 가치를 현재와 미래에 새롭게 연결하는 창조적 과정입니다. 동래여자고등학교가 오랜 세월 쌓아온 교육적 성과와 정신은 여러분이 세계와 소통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우리 학교의 소중한 유산을 이어받아, 더 큰 가능성을 펼쳐 나갈 책임과 영광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다가올 미래는 끊임없는 변화와 기회의 연속입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변화에 순응하는 것을 넘어 그 변화를 주도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성공은 준비와 기회의 만남이다”라고 말했듯이, 동래여자고등학교의 3년간 생활에서 쌓는 지식과 경험은 여러분을 성공으로 이끄는 준비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실패는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끈기의 발판이 될 뿐입니다. 여러분의 노력은 언젠가 반드시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꿈과 목표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더욱 빛날 것입니다. 스스로를 믿고 끊임없이 도전하세요. 동래여자고등학교의 이름 아래, 여러분은 세상을 밝히는 빛나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여러분의 여정에 항상 무한한 응원과 축복을 보냅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