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사학을 찾아] ㉕ 안동 영명학교:교사답게, 부모처럼, 친구같이… 아이들의 가슴 뛰는 배움터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5.10.08 10:48

- 대한사립학교장회 공동기획

  • 대한민국 사학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쌓아온 교육적 자산을 바탕으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왔습니다. 오늘날에도 사학은 시대를 선도하는 커리큘럼과 차별화된 교육 방식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이에 조선에듀는 대한사립학교장회와 함께 ‘K-사학을 찾아’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명문사학들의 전통과 고품질 교육 프로그램, 맞춤형 인재 양성 시스템 등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K-사학을 찾아’ 시리즈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장애 학생들도 당연히 교육받아야 한다. 교육을 통해서만 당당한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다.”

    50여 년 전, 초대 교장 배연창 선생이 세운 이 믿음에서 안동영명학교의 역사가 시작됐다. 1972년 개교 이후 영명학교는 교육과 재활, 직업훈련, 자립 지원까지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지금은 명커피와 생활관 품다, 국제교류 프로그램 등으로 특수교육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이들의 이름을 다정히 불러주고, 부모처럼 든든히 곁을 지키며, 친구처럼 함께 웃어주는 교사들이 있는 곳. 안동 영명학교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비전을 배영철 안동 영명학교 교장에게 들어봤다.

    ─ 안동 영명학교는 어떤 배경에서 설립됐는지 궁금합니다. 

    안동영명학교는 1971년 12월 15일 설립 인가를 받아, 이듬해인 1972년 3월 16일 문을 열었습니다. 초대 배연창 교장 선생님께서는 “장애 학생들도 당연히 교육받아야 한다. 교육을 통해서만 비로소 당당한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갖고 계셨습니다. 당시로서는 매우 앞선 생각이었죠. 아무도 가려 하지 않던 길을 아이들만 바라보며 걸어오셨고, 그 정신이 지금의 영명학교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 설립 이후 현재까지 안동영명학교가 걸어온 변화와 발전 과정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A. 영명학교는 1972년 개교 이후 꾸준히 교육의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1984년에 중학교, 1986년에 고등학교, 1988년에 유치원, 1997년에는 전공과 인가를 받으며 유·초·중·고·전공과를 아우르는 교육 체계를 갖추게 되었지요. 1999년에는 학교 부설 영가재활원을 설립해 교육뿐 아니라 재활, 직업훈련, 기숙사 생활까지 전반적인 지원이 가능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 뒤로도 학교는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왔습니다. 2010년에는 한국 유네스코 학교 최초 가입, 2011년 학교기업 선정, 2012년 ‘경북 edu탑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2015년 학교기업관 개관 등 다양한 성과를 쌓아왔습니다. 또 2020년에는 생활관 ‘품다’를 준공하고, 2021년에는 학교기업 명커피를 열어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베트남, 라오스, 일본 등 해외 기관과 국제교류를 이어가며 한국 특수교육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체험·재활·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 속에서 더 큰 자신감을 갖도록 돕고 있는 것도 큰 보람입니다.

  • ─ 특수학교로서 영명학교가 추구하는 교육 철학은 무엇입니까?

    영명학교의 교육 철학은 바로 ‘설레임 교육’입니다. 학교에 오는 발걸음이 늘 기대되고, 함께하는 시간이 가슴 뛰게 만드는 교육을 하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 교사부터 먼저 모범을 보이려 합니다. 학생들을 친구처럼 다정하게 이름 불러주고, 때로는 부모처럼 든든하게 기대어 쉴 수 있는 나무가 되려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납니다. 그 과정에서 학부모, 교직원, 지역사회 주민들까지도 함께 설레고 감동할 수 있는 교육이 영명학교가 지향하는 길입니다.

    ─ 교장선생님께서 특히 강조하시는 교육 방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학생·교사·학부모·지역사회가 함께 어우러지는 것입니다. 먼저 학생들에게는 ‘느려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맑고 밝게 자라날 수 있도록 개별 맞춤형 교육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에게는 교사답게, 그러나 친구처럼 다정하고 부모처럼 따뜻하게 아이들과 만나며 정성을 다하는 교육을 당부합니다.

    또 학부모님들께는 소통과 공감이 바탕이 되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감동이 있는 학부모, 교육의 동반자로 함께 걸어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와는 ‘학교가 곧 세상이다.’라는 생각으로 지역 연계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아이들이 세상 속에서 더 큰 울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학생들의 특성과 발달 단계를 고려한 교육과정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공과까지 이어지는 전 학급 수준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춰 학문 교육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꼭 필요한 실습과 직업교육, 재활과 자립 지원까지 통합적으로 설계돼 있어요.

    특히 학교기업 명커피와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영가재활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실제 현장에서 직업훈련과 실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단순히 교과 지식을 배우는 것을 넘어, 삶 속에서 자립할 힘을 키우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 ─ 직업교육, 생활훈련, 사회적응교육 등 영명학교에서만 제공되는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학생들의 삶과 진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먼저 학교기업 ‘담다’는 교내 직업체험 및 진로교육의 중심 시설입니다. 이곳에서는 바리스타 교육, 카페 운영, 커피 원두 로스팅, 제과·제빵 등 다양한 직업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4개의 카페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찾아가는 명커피’ 차량을 통해 지역사회 곳곳을 다니며 이동형 카페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배움이 곧 현장 경험이 되는 셈이지요.

    또 진로직업 페스티벌을 열어 경상북도 북부권 특수학급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진로체험 부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를 통해 학생들은 진로와 직업에 대한 꿈을 더 구체적으로 키워갈 수 있습니다.

    사회·여가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게임문화체험관, 상상체험실, 컴퓨터실 등을 통해 PC, 모바일, VR 장비를 활용한 체험을 즐기면서 기술과 미디어 감각을 키우고, 사회적 여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 카페 운영이나 실습활동을 통해 실제 직업 현장과 비슷한 환경을 경험하면서 책임감, 서비스 마인드, 시간 관리, 대인관계 소통 능력 같은 사회성과 실무 역량을 함께 기르고 있습니다. 학교시설 개방의 날을 통해 지역민과 함께 체험 활동하며 사회적 관계와 자기표현의 기회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활관 ‘품다’의 4층에는 자립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85명의 학생이 생활관에서 지내고 있는데, 자립홈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활을 관리하며 독립적인 자립 훈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작은 일상부터 스스로 해내며 자립의 힘을 기르는 아주 중요한 공간입니다.

    ─ 최근 도입했거나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2026학년도부터는 교과교실제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특수학교는 일반적으로 담임교사가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지만, 저희는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교과별 특성에 맞는 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교사들은 1~2과목에 집중해 지도하면서 전문성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전공과에서는 학과제 도입을 위해 시범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보완해 2026학년도부터는 본격적으로 학과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직업 전문 능력을 한층 더 키울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페셜올림픽 in 안동’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행사는 안동 지역의 비장애 학생들과 본교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는 통합 스포츠 축제입니다. 장애 인식 개선과 더불어 지역사회의 장애 문화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참여하는 비장애 학생들의 수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어깨동무하며 웃는 모습을 보면, 교육의 또 다른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안동영명학교 학생들이 최근 성취한 의미 있는 사례나 변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우리 학생들이 보여준 성장은 참 자랑스럽습니다. 2019년부터 5년 동안 특수학교 최초로 ‘예술꽃 씨앗학교’로 선정되어 전교생이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했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감을 얻고 표현력을 키우며, 인성교육의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지요. 이어서 2023년에는 ‘예술꽃 새싹학교’로 선정돼 이제는 스스로 자생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청소년 비즈쿨 활동에도 참여해 경제와 비즈니스 개념을 배우고 실제 사업 아이디어를 만들어 보는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창의성과 자율성을 기르게 되었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무려 6회 연속으로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예술교육 페스티벌 무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교내 동아리 활동으로 갈고닦은 댄스팀과 사물놀이 공연팀이 무대에 올라 자기표현을 마음껏 펼치며 예술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빛을 보면, 교육의 힘과 가능성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 ─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어떤 연수나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계십니까?

    교사들은 늘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전 교사가 학교별·학년별로 그룹을 이루어 전문적 교수학습공동체를 조직하고 있는데요, 이 안에서 서로의 수업을 나누고 정기적인 연구 모임을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작은 수업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개선하려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습니다.

    또 각 학교와 부서별 부장교사들은 다양한 연수를 공지하고,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현장 맞춤형 장학을 운영하여 교사들이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교사 개개인의 역량뿐 아니라 학교 전체가 연구하는 분위기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 ─ 지역사회와는 복지관, 병원, 기업 등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지역사회와 긴밀히 손잡고 있습니다. 여러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상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교육의 울타리를 교실 밖까지 넓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국학진흥원과는 상생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며 인성교육을 함께 실현하고 있습니다. 

    또 안동의료원과 협약을 맺어 학생과 학부모, 더 나아가 지역 장애인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안동대학교와는 장애 청소년 교육복지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협력하고 있고, 경북장애인복지관과 경북재활병원과도 함께 학생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은 학생들에게는 진로 및 직업교육 강화, 사회성 발달, 자립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지역사회에는 장애 인식 개선과 인적 자원 활용,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학교 역시 교육과정의 내실화를 이루고, 긍정적인 학교 이미지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반을 다져가고 있습니다.

    ─ 특수학교로서 현재 가장 크게 안고 있는 과제는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통합교육과 분리교육의 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개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그 특성과 필요에 맞는 교육환경을 마련하는 일이 늘 고민이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전문인력, 보조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고, 더불어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진로와 자립 지원을 한층 강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 앞으로 안동영명학교가 지향하는 발전 방향과 비전이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학생들의 성장을 중심에 두고, 모두가 설레는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영명학교가 지향하는 실천 과제들이 있습니다.

    우선 설레임이 가득한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맑고 밝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학부모님들과는 소통과 공감을 이어갑니다. 교직원은 교사답게, 때로는 친구처럼, 부모처럼 아이들을 대하며, 지역사회와 협력해 이음 교육과정을 실현하려 합니다.

    또 공평한 학습을 통해 누구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교사들은 전문성 함양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학생들에게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즐겁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입니다.

    이 과제들을 바탕으로 영명학교는 앞으로도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학교로 나아가겠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