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영의 논술 개런티] 배드 버니 하프타임쇼가 남긴 시대적 메시지
이순영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6.03.27 13:53
  • 애플뮤직 제공.
    ▲ 애플뮤직 제공.

    2026년 미국 슈퍼볼 하프타임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된 아티스트 배드 버니(Bad Bunny)가 장식했다. 그는 가장 미국적인 행사라고 불리는 슈퍼볼에서 하프타임쇼 전체를 스페인어로 공연한 최초의 아티스트가 되었다. 배드 버니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뮤지션으로 슈퍼볼 바로 한 주 전에 있었던 그래미상 시상식에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며 “하느님께 감사드리기 전에, ICE OUT!(이민세관집행국 퇴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면서 수상 소감으로 “우리는 야만인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며 외계인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자 미국인이다.”고 말해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다.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정치적인 입장을 밝혔던 바가 있어 그가 하프타임쇼에서 어떠한 메시지를 남길지 관심이 증폭됐다. 

    하프타임쇼 무대에 오른 배드 버니는 사탕수수 농장과 전봇대 등을 무대 배경으로 라틴계 결혼식을 비롯 남미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자연스럽게 담아 공연했다. 이는 미국의 반 이민자 정책과는 대비되며 ‘다양성’, ‘공감’, ‘통합’, ‘화합’, ‘다문화’ 등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대미를 장식하는 장면에서 버니는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의 국기들을 무대 위에 대거 등장시켜 “하느님이 미국을 축복하시기를!, 이어 칠레, 아르헨티나를 비롯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나라들을 호명하면서 이들도 축복해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의 다른 나라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축복 아래 더불어 나가야 할 것임을 보여줄 때 대형 전광판에 ‘증오보다 더 강력한 것은 오직 사랑뿐!’이라는 문구가 나왔다.

    배드 버니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연을 마무리하면서 스페인어로 “우린 아직 여기 있다.”고 말한 뒤 “우리는 함께 미국이다.(Together, we are America)”라는 문구가 새겨진 미식축구공을 바닥에 내리 꽂으며 승리의 퍼포먼스를 했다. 혐오의 정치에 대한 직설적 비판이 아닌 ‘사랑’과 ‘화합’의 대의를 선보이며 더 큰 감동을 남기고자 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이민자 정책 노선과는 정반대의 것으로 인종이 다르더라도 모두 인간으로서 각자의 소중한 삶을 살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사랑이 혐오와 정면 대결이 아닌 사랑이 혐오를 덮어버리는 구도를 만들며 ‘미국적’이라는 것에 대한 재정의를 시도했다. 미국인이지만 미국인이 아닐 거란 편견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표해 미국인으로서의 슈퍼볼 무대를 장식한 것이다. 이로 인해 배드 버니의 무대는 예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시대적,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슈퍼볼이 끝난 뒤에도 경기보다 그의 공연이 더 많이 회자됐다. 

    배드 버니는 슈퍼볼 무대에 서기 전부터 미국의 ICE(이민세관집행국)의 이민 단속에 항의하며 본토 투어를 거부해왔다. 빌보드지 보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그가 미국 투어로 벌어들인 수익은 한 달에 9천 1백 달러(1,180억원)의 정도였다. 그런데 막대한 경제적인 이윤 창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지켜온 것이다. 이는 그가 자신의 이익보다 인간의 평등 존엄을 바탕으로 한 사랑과 연민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소신과 별개로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이와 같은 배드 버니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랬던 그가 미국슈퍼볼 하프타임쇼 공연자로 선정이 되어 고민 끝에 미국에서는 딱 한 번만 공연하기로 결정, 분열이 아닌 통합의 메시지를 미국은 물론 세계에 전파시킨 것이다. 

    증오를 종식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이민자를 단속하고 탄압하는 정부의 강압 정책에 항거해 “인디언들로부터 빼앗은 땅에서 누구도 불법 이민자라 할 수 없다.”며 이민자에 대한 관대한 수용과 포용을 주장하는 미국인들이 현재 미국 내 만연하고 있는 혐오주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 구현에 있어 자신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침묵 대신 참여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이민자로 인해 위대해진 나라다. 다문화 다민족으로 융합된 나라가 이민자들에게 적대적이고 인종차별적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국을 사랑하고 이민자를 내 이웃으로 여기는 미국인들이야말로 미국을 대표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민주적인 연대가 결국 미국의 역사를 국민의 편으로 만들어나가는 역사적인 순간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 생각해볼 문제

    1. 배드 버니의 슈퍼볼 하트파임쇼 무대의 메시지는 무엇이며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시오. 

    2. 만약 나에게 사회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무대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떠한 내용의 무대를 연출할 것인지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서술하시오. 

    3. 배드 버니가 막대한 수익 창출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소신을 지킨 이유에 대해 서술하시오. 

    4. 만약 나라면 소신을 지키기 위해 이익을 포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그와 같은 소신이 있다면 이에 대해 밝히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서술하시오. 

    5. 예술인이 정치적 소신을 밝힐 때 예술인에게 득과 실은 무엇인지 쓰고, 예술인의 사회 참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