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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이 쓴 『1984』는 전체주의가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어두운 미래 사회를 그려낸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이 소설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 1946~)가 대통령 재임 시절 정치 상황과 맞물려 언론에 자주 인용되면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1984의 전체주의는 책 속에 박제된 과거 속 사회 체제가 아니라는 시민의식이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는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로, 때마다 경보를 울리고 있다.
1984는 오웰이 가난과 폐결핵이라는 암울한 시기를 보내는 중 아내를 잃은 충격과 슬픔이 보태졌을 때 탄생한 작품이다. 이러한 상황은 책 속의 모든 희망을 절망적인 결론으로 통하게 만든다. 어떤 시도조차도 이미 전체주의가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으로 끝맺게 된다는 파국을 그려냈다. 오웰은 스스로 이 작품을 ‘짐승 같은 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극복할 수 없는 비극이 작품에 불멸의 생명력을 불어넣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작가가 경계하는 전체주의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이보다 더 극명한 방법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1984에 나오는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는 모든 국민의 사상뿐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을 텔레스크린을 통해 감시하고 통제한다. 국가의 적으로 여겨지는 외국인, 반역자, 사상범을 색출해 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한다. 여기에는 어린아이를 이용해 부모를 밀고하게 만들어 감옥에 보내기도 하고 심지어 꿈을 꾸는 동안 내뱉는 잠꼬대가 사상범을 가려내는 결정적 증거로 쓰이기도 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국가는 아이들을 가장 확실하고도 정확한 스파이단으로 인식, 이들을 이용한다. 이런 잔악함은 오히려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포장되어 장려되고 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악을 행하고 그렇게 그들은 ‘악의 평범성’이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한 산증인으로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국가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국가의 지도자 빅브라더 포스터를 훼손하는 것조차도 큰 죄라고 여겼다. 빅브라더 포스터에 소시지를 싸 들고 가는 여인의 치맛자락에 아무렇지도 않게 불을 붙이기도 한다. 더 놀라운 점은 허구일 것만 같은 이러한 일이 현실 속에서도 벌어졌다는 것이다.
2015년 북한으로 여행을 갔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윔비어’가 북한의 체제 선전물을 절도했다는 이유로 체포했다. 북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에게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 미국 중앙 정보국)의 간첩 혐의를 씌었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지시를 받아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는 죄명까지 보태 15년 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실 북한이 윔비어를 체포한 이유는 본국으로 복귀하는 당일 흙 묻은 신발을 김정은 사진이 실린 신문으로 감쌌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도자의 얼굴이 있는 종이를 개인의 용도로 썼다는 것이 죄가 된 것이다.
결국 윔비어는 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 구금되었고 결국 식물 상태로 미국에 송환되어 엿새 뒤에 사망했다. 비정상적 가치와 이념을 추구하는 국가가 무고한 청년에게 부당한 누명을 씌어 정치적으로 이용, 자국민에게 미국과 기독교에 대한 적개심을 심어주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싶지만, 이 일은 엄연한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오세아니아는 언어를 통제함으로써 국민의 사고를 통제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작업은 바로 신어를 만드는 것이다. 신어를 통해 국민들의 사고의 폭을 좁히고 더 나아가 말살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규정하고 표현해내는 것을 억압할 수 있다는 것을 악용해 세상의 훌륭한 사상을 담고 있는 언어와 훌륭한 생각들을 나타내는 언어들을 대폭 없앤다. 자유라는 언어가 없으면 사람들은 자유를 갈망할 수도 없게 된다는 논리다. 때로는 언어가 가진 의미를 왜곡하여 그 사상에 사회 속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든다. 사상에 관련된 말 자체를 줄이면 국가 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상범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세아니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루틴은 ‘2분간 증오 시간’이다. 이것은 반혁명 활동에 가담했던 반역자 골드스타인을 증오하게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오세아니아 국가 체제에 대해 반대했던 최초의 혁명 지도자들은 대대적으로 숙청당하고 제거됐는데 골드스타인은 도망을 갔기 때문에 그에 대한 경계가 필요했던 것이다. 오세아니아는 그를 최대한 국가의 적으로 만들고자 한다. 텔레스크린 화면을 통해 나오는 골드스타인은 빅브라더 당의 독재를 비난하고 유라시아와 즉각적인 평화 협정을 요구, 언론, 출판, 집회, 사상의 자유 등 일반적인 국민의 권리를 주장한다. 이때 배경화면으로는 적국인 유라시아 군대 행렬이 비춰진다. 국가로부터 세뇌교육을 받은 국민들이 이 영상을 보게 되면 공포와 분노 그리고 복수심에 폭력적이고도 광적인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러면서 골드스타인을 복수의 대상으로 여기고 마침내 그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까지 먹게 되는 것이다.
공공의 적을 만들어 그를 향해 분노케 만드는 것은 독재 국가의 대표적 전술이다. 특정 대상에 대한 적개심과 공보를 증폭시키면 사람들은 독재 권력이 국민들을 보호해주는 유일한 방법이자 수단이라는 의식을 갖기 때문이다. 독재 국가는 이렇게 국민을 국가에 대해 충성을 하게 만든다. 오세아니아의 2분간 증오 시간은 지도자 빅브라더를 허상의 존재가 아닌 신적인 존재로 만들고 모든 국민이 그를 사랑하게 만든다.오세아니아는 내부 당원, 외부 당원, 프롤 이 세 계급으로 이뤄진 사회다. 피라미드 구조로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는 내부 당원은 사회의 모든 특권과 특혜를 가져간다. 외부 당원과 프롤이 형편없는 담배와 술 커피를 배급받는 동안 내부 당원은 최고품을 사용한다. 하층부에게 지급하는 물품들마저도 전쟁 승리 소식을 연일 방송하고 그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배급량을 줄이기도 한다. 이런 국가 체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형성한 주인공 윈스턴은 당을 혐오하며 국민들에게 금기시 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일기 쓰기는 사실상 불법이 아니지만 발각될 경우, 사형 또는 강제노동 15년에 처하게 된다. 범법행위가 아닐지라도 유죄 선고를 내리고 처벌하는 사법살인이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윈스턴은 자신을 감시하는 사상경찰이라 생각했던 줄리아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는다. 그리고 그녀가 국가 체제에 순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처럼 반감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국가가 국민들의 연애를 금지 시키고 성욕마저도 통제해 이성을 향한 온갖 에너지를 오로지 반역자에 대해 분개하게 만드는 데 쓰도록 하는 것에 저항이라도 하듯 금지된 사랑을 하게 된다. 그런데 윈스턴은 줄리아를 통해 금욕을 강조하는 당원들이 금욕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그는 국민들에게 강조하는 생활을 하지 않고 표리부동한 상부층에 대해 더 큰 환멸을 느낀다.
윈스턴과 줄리아의 비밀연애는 오래가지 못한다. 윈스턴이 사상경찰이 놓은 함정에 빠져 체포되기 때문이다. 이때 윈스턴은 자기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오브라이언이 실제로는 내부 당원이었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자신이 친근감을 느꼈던 골동품 가게 주인 채링턴은 사상경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야말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사회 속에서 국민들은 살아가고 있던 것이다.
윈스턴은 자신들의 연애가 발각돼되 줄리아가 고문을 받게 되면 그녀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그녀를 대신해 두 배의 고통을 받고 그녀를 해방 시켜 줄 것이라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막상 이것이 실체화 되어 그가 고문받기 시작하자 그는 자신한테 하지 말고 줄리아한테 하라고 한다. 그것도 “그녀의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도, 살갗을 벗겨 뼈를 발라내도 되지만 나한테는 이러지 말라.”고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고통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옮겨지기를 바랐다. 작가는 이에 대해 사람은 “일이 닥치면 다른 사람이 괴로워하는 건 개의치 않고 오직 자기만 생각하기 마련이다.”고 설명한다.
윈스턴은 당에게 잡혀가 오브라이언으로부터 2 더하기 2의 답을 5라고 말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자유의지에 대한 신념을 버리고 국가로부터 가스라이팅(gaslighting, 상대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방의 행동을 조종하는 현상)을 당한 채 무지한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받는 심문인 것이다.
자존심을 버릴 수 없어 항거하던 그는 결국 고문에 견디지 못하고 명령에 따른다. 이후 그는 더 이상 당과 맞서 싸우지 않게 된다. 비판적 사고를 통한 주체적 결정하지 못하는 무능한 개인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당이 시키는 대로 순순히 ‘자유는 예속, 둘 더하기 둘은 다섯’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하는 길을 택한다. 그리고 심지어 있지도 않은 사실을 사실이라고 인정하기도 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공범자로 만드는 허위 진술하기도 한다. 국가 권력이 무고한 시민에게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자백하게 만든 것이다.
1984는 이처럼 전체주의 국가가 왜 나쁜지를 온갖 방법을 통해 치명적으로 치밀하게 보여주는 인류의 교과서다. 이 작품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고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부당한 국가 권력 속에 거짓말은 역사가 되고 진실이 되기도 한다. 독재가 한 사회를 장악하게 되면 그에 속한 개개의 구성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창조주로부터 남에게 양도할 수 없는 생명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부여받았다. 우리는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를 수립하는 바 정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어떤 형태의 정부든 이러한 목적을 파괴하면 국민은 그것을 즉시 변경 또는 폐지하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할 권리가 있다.” 이는 미국의 독립 선언문의 핵심 구절이다. 그러나 이는 오세아니아에서 신어로 번역이 불가능하다. 그저 ‘사상죄’ 단 한 단어의 말로 귀결될 뿐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는 철저하게 국가에 굴복당하는 개인을 창조해 냈지만, 현실 속에서는 그러한 유형의 사람을 죽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들이 정상이라면 이러한 체제에 복종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깨어 있는 시민이라면 실천적 의식으로 폭력과 굴욕의 상황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강력하게 저항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을 통해 “인간에게 자유를 포기할 자유는 없다.”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인간이 살아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1984에서 보여주는 사회는 인간의 개성을 아무렇지 않은 듯 짓밟고 자유를 말살하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행하고 있다. 전체주의 혹은 독재 권력이 국가를 장악하게 되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눈앞에 펼쳐지게 된다. 빅브라더의 정부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 이를 자각하게 만드는 힘이야말로 1984가 가지는 위대한 동력이다.
◇ 생각해 볼 문제 ◇
1, 사회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이 책이 스탈린주의의 잔학함에 대한 또 다른 묘사로만 해석하고 그것이 또한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를 알지 못한다면 불행한 일이다.”고 했다. 그렇다면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주고 싶은 강력한 경고는 무엇일까?
2.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3.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이 말의 뜻은 무엇인가?
4. 우리에게 ‘자유’가 중요한 이유를 이 작품과 연관하여 생각해보자.
5. 부당한 권력이 정권을 장악하게 되면 1984와 같은 상황은 현실이 되어버린다. 이와 같은 상황이 오지 않게 하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순영의 논술개런티] 소설 ‘1984’ 살펴보기: 거짓이 역사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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