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입시큐] 2027 대입, N수생 홍수 속 재학생이 살아남는 법
이종환 입시전문가, 이오스 러닝 대표, 대치명인 입시센터장
기사입력 2026.02.23 13:30
  • “올해는 작년 입시랑 뭐가 달라요?”

    매해 3월이 되면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 27학년도 대입을 치를 올해 고3의 입시환경은 만만치 않다. 수능 과목별 선택과목이 존재하는 마지막 수능이라는 상징성에 지난해 ‘불수능’의 여파가 더해져 N수생의 대규모 유입이 예상된다. 의대 증원은 지역의사제 490명에 한정됐지만, 연관 효과로 치대·약대·한의대 등 자연계 상위권 입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공감대가 넓어지면서 ‘이번 수능만큼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N수생들의 심리가 극도로 자극됐다. 최상위권 재수생, 삼수생, 심지어 SKY 공대 재학생들까지 반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현장 보고가 잇따른다.

    ◇ 재학생의 무기, 수시의 절대적 우위?

    고3 재학생 입장에서 올해 입시 상황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면 이렇다. ‘싸움의 질이 달라졌다.’ 단순히 경쟁자 수가 늘어난 게 아니라, 경쟁자들의 수능 준비 기간이 나보다 1년, 혹은 2년 더 길다. 단순 공부량으로 정면 대결하면 재학생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그렇다면 재학생만이 가진 무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N수생에게 원천적으로 좁아지는 문이 있다. 바로 학생부 기반의 수시 전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은 본질적으로 재학생을 위해 설계된 구조다. 졸업생은 새로운 활동을 더 이상 기록에 추가할 수 없다는 원천적 한계가 존재한다. 매해 수십 명의 서울대 수시 합격생을 내는 A 자사고에서 수년 전 합격생 조사를 해보니 서울대 수시 합격생 중에 자교 N수생이 단 한 명뿐인 결과가 나왔던 해도 있었다고 한다. 학생부교과전형 중 추천 전형도 재학생만 지원 가능한 대학, 졸업생도 지원 가능한 대학으로 나뉜다.

    현재 주요 대학들은 수시 모집 비율을 60%~70%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최상위 대학의 수시 비율은 여전히 높다. 즉, 최상위권 대학 합격자의 상당수는 수시로 결정된다는 뜻이다. N수생이 아무리 수능 점수를 높여도, 수시 6장의 카드는 고3 재학생에게 유리한 전략 자산이다. 다만 내년부터 수능 체제가 바뀐다는 심리적 압박은 N수생들도 마찬가지라서 내신성적이 높은 재수생들이 올해 수시 지원에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수시의 경우 작년과 유사하게 안정 지원. 하향 지원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 수도권 주요 대학 수시 경쟁률은 전년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었다. 고3 재학생들은 지금이 6장의 수시 카드를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지 가장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 재학생의 무기, 지금 이 순간의 내신!

    내신 관리는 마지막 학기가 중요하다. 고3 1학기 내신은 수시 지원에 직접 반영되는 마지막 성적이다. 학생부교과전형을 노리는 학생이라면 이번 중간·기말고사가 사실상 수시 당락을 결정짓는다. 또한 지금껏 내신이 다소 아쉬웠던 학생이라도 만약 학종 전형을 지원할 예정이라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반면에 지금까지 내신이 좋았던 학생도 방심은 금물이다. 고3 1학기 성적이 갑자기 무너지는 순간 전체 합격 라인이 흔들린다. 특히 지원 전공과 관련한 과목에서의 성적 하락은 합격 확률이 낮아지게 하는 부정적 평가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계 수험생의 경우, 과학탐구 Ⅱ 과목이 절대평가라고 해도 원점수를 높게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시 위주의 전략을 짜왔던 재학생이라면 ‘수능 공부를 더 해야 하니 내신은 이제 적당히’라는 입장을 취하면 결과적으로 애매한 입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내신이 무너지면 수시 카드 6장 모두 의미를 잃는다. 수능만으로 정시에서 N수생과 맞붙겠다는 계획은 자칫 의욕만 앞세운 전략일 수 있다. 수개월 만에 수능성적을 급격히 올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최근에는 국어 수학 등의 과목에서도 EBS 수능 교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3학년 1학기 내신 공부와 겹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수시와 정시의 연결성이 예전보다 강해지고 있다.

    ◇ 고3 재학생이라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세 가지

    27학년도 의대 490명 증원 확정은 25학년의 의대 증원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다. 의대 모집인원 전체 증원이 아니라 지역의사제에 국한된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사제에 해당하는 지역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입시 관문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해당 지역의 수험생 중에서 의대를 포기하고 이공계 최상위 학과(카이스트, 서울대 공대 등)으로 향하던 학생들 일부가 다시 의대로 유입될 확률이 커졌고, 의대 합격 하한선이 일부 낮아지면 공대의 경쟁률이 일시적으로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해일수록 수험생들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고3 수험생들은 이제 2학년 학생부가 마무리되고 나면,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점검하기를 권한다. 현재 내신 등급과 비교과 활동 수준을 바탕으로, 수시 6개 지원 전형의 포트폴리오를 대략적으로 구성해 보는 것이 좋다. ‘학종전형 2장 + 교과전형 2장 + 논술전형 2장’처럼 전형을 자신만의 상황에 맞춰 조합해 보고 나만의 수시 안전망을 짜야 한다. 자신이 어느 전형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지를 3월 안에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다.

    수능 공부와 관련해 조언한다면 자신이 완독하고 소화할 수 있는 교재의 분량을 가늠해 보라는 것이다. N수생은 이미 문제 풀이 패턴에 익숙하다. 공부 양으로는 N수생을 이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학생은 수업 중 배운 개념을 수능 문제 풀이 방식으로 연결하는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 모의고사를 매달 치르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취약 단원을 즉시 보완하는 루틴을 3월부터 확립하기를 강권한다. 한편 학원 등에서 내주는 자료를 모두 소화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지고 공부할 필요는 없다. 가끔 주어지는 자료 전부를 소화하기가 애초에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공부 계획에 중심을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학생부 마무리에 관해 덧붙이면, 먼저 고1, 2 학생부를 꼼꼼히 훑어본 후 연계하고 확장할 만한 탐구 또는 활동의 주제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3학년 1학기는 독서 활동, 교내 탐구 프로젝트 등에서 자신의 지적 관심사를 일관된 스토리로 연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대학 입학 담당자 대부분은 학종 서류 평가에서 양보다 질을 본다. 번잡스러운 활동을 늘리기보다 중요한 활동을 추려서 깊은 탐구를 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