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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이 하나둘씩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서울지역 16개 대학의 정시 의무화 비율을 40%에서 30%로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현 고1의 대입부터 적용된다. 대학별 대응은 다양하겠지만, 소문만 무성했던 정시 축소안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더불어 국어, 수학, 통합사회, 통합과학의 수능 예시 문항도 함께 공개함으로써 통합형 수능의 방향성도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선택과목제 폐지’로 대표되는 수능의 통합형 개편과 ‘5등급 상대평가 내신 체제와 절대평가 병기’라는 이중 내신 체계의 변화가 주는 영향력은 명확하다. 수능과 내신 중 어느 하나 요소만의 변별력은 줄었고, 정량평가만으로는 학생을 선발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 이 가운데 주요 9개 대학들(경희·성균관·연세·중앙, 건국·고려·서강·시립·이화여대)이 진행한 두 건의 대입전형 개선 연구는 새롭게 바뀌는 대입제도에 대한 대학과 고교 현장의 고민을 보여준다.
◇ 혼합형 정시가 대세?
이들 대학의 대입 개선 연구 보고서를 보면 결론을 성급히 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정시도 수능 100%로는 어렵다. 두 연구 모두 수능 위주 전형에 대한 주요 변화 가능성을 지적한다. 2028 수능은 수학의 출제 범위가 축소되고, 통합사회·통합과학 등 공통과목 중심의 문항 구성으로 인해 상위권 학생 간 변별력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많은 대학이 수능 위주 정시에서도 학생부 일부 요소를 반영하는 혼합형 정시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건국대·고려대 등 5개 대학이 수행한 연구에서는 정시에서 수능 외에도 20~30% 정도의 비율로 학생부 서류 평가 또는 교과 정량평가 등의 추가적인 전형 요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편, 일부 대학은 짧은 정시 전형 기간 내에 학생부 정성 평가 등을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수능 100%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통합형 수능 난이도와 대학별 정시 선발 비율에 따라 대학마다 입장이 갈릴 수 있다고 본다.
교육 당국이 공개한 통합형 수능 예시 문제 중 국어와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의 난이도는 생소한 융합형 문제가 출제되기는 했지만 기존 수능 난이도와 비슷하거나 고난도 문항의 난도가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수학은 ‘기하와 미적분 Ⅱ’등이 출제 범위에서 빠져 난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확률과 통계 영역이 어려워지고, 통합형 문항의 출제로 인해 체감 난이도가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예시 문항에서 제외되었지만, 통합형 수능의 변별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수능 영어 역시 적정한 수준의 난이도는 유지하리라 예상한다. 또한 정시 비율이 30% 내외로 확정이 되면 선발하는 대학 입장에서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되므로, 최상위 학과나 최상위 대학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수능 100%를 유지하는 대학들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수능 점수 산출에 관해서는 여전히 표준점수를 활용한다는 응답이 다수였고, 탐구 영역의 변화가 크므로 탐구에서 변환 표준점수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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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부 교과 전형에 정성 평가 도입 늘어날까
2028 대입 개편안에서는 학생부교과전형(이하 교과전형)에 대한 변화 가능성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교사와 입학사정관 거의 교과전형에 ‘정성 평가 도입의 필요’를 제시했다. 교과전형에 정성 평가를 도입하는 경우 비율은 20%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서류 평가 방식은 학생부 전체 항목 보다는 ‘교과목 이수 현황과 세부능력 특기사항 및 평가’에 중점을 두어야 종합 전형과의 차별성을 기할 수 있다는 의견이 유력했다.
한편 교과전형에서의 성취도별 분포 비율 활용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분분했다. 현 고1 학생들은 성적표에 올라가는 대부분의 내신 과목에 등급뿐 아니라 A부터 E까지의 성취도별 분포 비율이 기재된다. 그런데 성취도 분할 방식에는 ‘고정분할’과 ‘학교별 변동(수정)분할’이 있다. 고정분할은 예를 들어 성취율(원점수)가 90%이상이면 A. 80%이상~90% 미만이면 B식인데, 학교별 변동분할은 내신 과목 난이도에 따라 76%를 A, 62%를 B식으로 학교 재량으로 줄 수 있다.
고교 현장에서는 ‘성취도별 분포 비율’ 등의 개별학교의 특성이 너무 크게 고려되면 교과전형의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꽤 나왔다. 예를 들어 성취도 비율을 반영하여 변환 등급을 산출하는 고려대 등의 교과 내신 산출 방식은 유리한 점수를 받기 위해 성취도 비율에 집착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교육 당국은 현 고1부터 대학에 제공하는 내신 관련 대입전형 자료에서 과목별 평가 정보 외에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비중, 수행평가 영역 명, 성취도별 분할 점수 등의 사실상 내신성적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대학에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예상컨대 교과전형에서 단순 내신 등급과 수능최저학력기준(이하 수능최저)만을 활용하는 대학들도 있겠지만, 내신 5등급 체계 하에서 상위권 대학들이 교과 전형에서 정성 평가 요소를 배제하기란 쉽지 않으리라 본다.
◇ 종합 전형의 비율은 유지되지만, 달라진다
한편 학생부종합전형은 현행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평가 방식에 있어선 세밀한 조정이 예상된다. 두 보고서 모두 제출 서류 기반의 면접 유지, 최상위권 및 의학 계열만 수능최저 적용 등 현행 구조를 대체로 수용하면서도, 지원자 수준에 따라 전형 간 차별화 요소를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평가’하는 종합 전형에서 ‘교과 영역을 중심으로 한 평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현장의 의견이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대학의 권장 이수 과목 제시에 대하여 교사들은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았는데, “지원 모집 단위과 연계된 교과 이수는 계열과 관련한 기초 소양이면서도 지원계열 또는 전공을 이수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 요소라고 생각한다.”라는 목소리가 강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와 대교협은 올해 하반기 중에 2028 대입전형의 모집단위 별 반영과목을 안내한다고 공지하기도 했으므로, 고1 수험생들은 놓치지 말고 숙지하기를 바란다.
2028 대입제도 개편에서 공정성이라는 이름 아래 수능은 단순해졌지만, 선발과 평가 기준은 더 세밀하고 입체적으로 바뀌고 있다. 정시에도 학생부 일부 요소가 들어오고, 수시에도 수능최저가 강화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입시전형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혼합형 입시’에서 ‘수능과 학생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상황은 불가피하다. 고1 학년부터는 내신 관리와 활동에 집중하고, 고2~고3부터 수능으로 무게중심을 점차 옮기는 게 현실적인 전략이다.
[이종환의 입시큐] 2028 혼합형 입시 시대, 변별의 새로운 기준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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