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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의해 잠정 폐지했던 ABC 방송의 ‘지미 키멜쇼(Jimmy Kimmel Live)’가 일주일도 안 돼 재개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키멜이 자신의 토크쇼에서 보수 진영의 논객 찰리 커크(Charlie Kirk)가 유타대학에서 연설하던 중 암살된 사건을 언급하며 트럼프와 그 지지 세력(MAGA)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서 시작됐다.
이에 트럼프는 방송국 면허를 취소를 운운하며 반발했고, 디즈니는 무기한 방송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일부 제휴 방송국에서는 그의 쇼를 송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3년 전 심야 토크쇼 진행자이자 코미디언인 존 스튜어트(Jon Stewart)는 마크 트웨인상을 받으면서 “코미디언은 탄광의 바나나 껍질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 사회가 위협받을 때 가장 먼저 쫓겨납니다”라고 소감을 말한 바 있다. 권력이 올바른 방향에 서 있지 않을 때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은 위험해진다는 그의 말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지미 키멜 쇼의 중단은 미국 내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으로 받아들여졌다. 파시스트 정권이 언론을 검열하고 결국에 구미에 맞는 언론사만 남기는 식으로 언론이 장악되는 것과 같은 사태가 미국에서 벌어지자 사람들은 이를 우려해 나가 시위를 펼쳤다.
또한 디즈니 시청자들은 디즈니+, 훌루(Hulu), ESPN+ 등 디즈니 계열 OTT 플랫폼의 구독 취소 디즈니 월드, 디즈니 랜드, 디즈니 크루즈에 대해 불매 운동을 펼쳤고 그 여파로 디즈니 주가는 급락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의 경제 언론 매체인 이코노믹 타임즈(The Economic Times)에 따르면 디즈니가 지미 키멜쇼를 폐지하고 하루 만에 손해 본 주식의 시가 총액은 2.39% 하락한 50억 달러(약 6조 9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마하트마 간디는 “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선에 협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의무다.”고 말한 바 있다. 디즈니가 정권을 두려워해 그에 편에 선 것은 이 의무를 저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미국의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들은 수정 헌법 제1조가 보호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거스르고 침묵을 강요한 기업이 어떤 비용을 치러야 하는 지를 보여줬다.
디즈니사는 키멜과 대화와 협의를 통해 방송 재개를 결정했고, 23일 복귀 방송이 이뤄졌다. 결국 이 해프닝은 권위주의 압력에 항거해 미국 내 여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ABC에 따르면 재개된 지미 키멜 쇼의 TV 방송 시청자 수는 약 630만 명을 기록, 최근 10년 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지미 키멜이 돌아왔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유튜브 모노로그 조회수는 하루 만에 1800만을 돌파하며 키멜 유튜브 중 역대 최고 조회수를 세웠다. 이는 트럼프가 키멜의 해고를 두고‘ 재능이 없고 시청률이 저조해 생긴 당연한 결과’라고 했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다시 돌아온 지미 키멜은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복귀했다. 오프닝에서 방청객 전원이 기립해 그를 환영해주었고, 그는 ‘지미 팰런, 코난 오브라이언, 새스 마이어스, 존 스튜어트은 물론 유럽 각지에 있는 사람들이 손을 내밀었다.’며 운을 뗐다.
심지어 독일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에게 일자리 제안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종 업계 종사자들의 연대뿐 아니라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준 모든 이들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경쟁자라면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라 정부의 비정상적인 모습과 폭정에 대해 불복종하고 이를 통해 불공정한 관행을 바꾸는데 목소리를 낸 것이다.
실제로 CBS ‘레이트 쇼(The Late Show)’ 진행자 스티브 콜베어는 이 사태를 지켜보며 “우리 모두가 지미 키멜이다. 더 많은 지미 키멜이 필요하다”며 키멜의 편에 섰다. 지미 키멜쇼가 무기한 중단된 이후 긴급 편성된 존 스튜어트(Jon Stewart)의 데일리 쇼(The Daily Show)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처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대해 풍자했다. 크루들은 어색한 표정과 말투로 트럼프를 ‘아버지, 위대한 지도자’라며 찬양하는 가운데 “미국은 어떤 의견이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라며, 현 세태를 비틀어 꼬집었다.
키멜은 방송인들이 이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내 주는 것에 대한 언급뿐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공유할 권리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키멜의 발언을 싫어하고 그가 해고되어 기쁘다는 테드 크루즈(Ted Cruz, 미국 공화당 상원 의원)조차 “만약 정부가 언론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방송을 금지한다면 보수파에 나쁜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인용 “그가 옳다”라고 지지했다. 키멜 자신도 크루즈가 평소 말하는 주제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가 정부에 반하는 의사를 용기 있게 표현한 것에 대한 공로를 인정한다고 밝혔다.그는 진보가 보수를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견의 차이를 넘어서 표현의 자유를 위해 초당적 차원에서 단합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했다. 이번 사태로 좌우 그리고 진보와 보수와 합의점을 찾고, 그 합의에서 더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제시했다.
그는 ‘내 쇼는 중요하지 않지만, 쇼를 할 수 있는 나라에 살 수 있는 것은 중요하다’라며 자유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환기했다. 덧붙여 정부 권력이 코미디언을 침묵시키기 위해 강압하는 것은 미국적이지 않다고 단호히 밝혔다.
키멜은 생계 수단을 잃을 뻔한 위기 속에서도 위축되거나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련되고 현명한 방식으로 트럼프를 비판하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교과서적인 토크쇼를 남겼다. 그는 방청객들에게 다른 토크쇼가 폐지될 조짐이 보인다면 지금보다 열 배는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을 당부하며 정부의 언론 통제와 탄압에 대해 어떻게 항거해 나가야 하는지 행동 강령을 제시하기도 했다.이제 우리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정부와도 대등하게 맞서는 시대를 살고 있다. 방송 폐지와 복귀까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미 키멜 사태는 국민의 목소리가 파시스트 권력을 제지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해 낸 역사로 남을 것이다.
◇ 생각해 볼 문제 ◇
1. 지미 키멜 사태를 참고해 여론이 어떻게 정부 권력을 제지하는 기능을 하는지 서술하시오.
2,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에 대해 시민들은 어떻게 나서야 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시오.
3. 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왜 선에 협조하는 것만큼 중요한 의무가 되는지 그 이유를 서술하시오.
4. 만약 미국인들이 지미 카멜 사태에 대해 침묵했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났을지 생각해서 서술해보자.
5. 우리의 목소리가 사회 정의를 세우고 보다 공정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순영의 논술 개런티] 권력에 항거해 여론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준 ‘지미 키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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