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인의 커리業] AI 시대, 나를 돌아보는 새로운 방식: AI 팩폭과 자기성찰
서동인 교육학 박사
기사입력 2025.07.21 16:28
  • 우스갯 소리로 최근 인간의 3대 욕구를 ‘식욕’, ‘수면욕’ 그리고 ‘자기분석욕’이라고 한다. MBTI가 유행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자기자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그중 하나로 최근 20·30대 사이에서 생성형 AI에게 자신에 대한 ‘팩폭(팩트폭행)’이나 ‘자기비판’ 인증이 유행 중이다. 예를 들어 기존까지의 대화와 질문을 기반으로 나에 대한 “지금까지 나랑 대화했던 내용이나 질문을 기반으로 나에 대해 팩트폭행해줘.” 또는 간단하게 “Roast me”라는 문구를 질문하는 방식이다. “Roast me”를 직역하면 “나를 구워줘”라는 뜻이지만 “나를 놀리거나 풍자해줘” “독하게 장난쳐줘”라는 취지의 프롬프트이다. SNS에선 ‘로스트 미’ 결과를 올린 인증샷 올리기도 유행 중이다.

    해당 사항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이 있는데, 대부분 자기자신도 모르는 본인의 모습에 대해서 놀라면서 재미있어한다. 특히 주변 피드백을 받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AI와의 대화를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니 편리하고 좀 더 잘 받아들이는 경향도 보인다. 몇년 전 ‘HER(2014년’ 이라는 영화에서 나온 장면 중 하나가 가상의 AI 사만다와 정말 가까운 친구처럼 때로는 조언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먼 훗날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런 세상이 도래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필자도 호기심에 직접 챗GPT와의 대화를 기반으로 실행했는데 “좋습니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바탕으로 당신의 성향, 고민, 그리고 개선 방향에 대해 ‘팩폭’ 스타일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팩트 기반 + 애정 담긴 조언입니다.)”라면서 아래와 같은 피드백을 받았다. 상세내용까지는 양이 많아 요약 결과만 제시한다.  

    “1. 생각이 너무 많다, 실행이 너무 늦다, 2. 스스로를 지나치게 채점하고 있다. 3. 실용성과 이론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4. 모든 걸 다 연결하려는 강박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키워드는 빠른 실험, 적당한 완성, 공개하기”

    세부 설명까지 들으면 꽤 그럴싸한 답변이다. 필자 스스로도 평소에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주변의 피드백을 가끔씩 받는 내용인데 제대로 사용한 지 채 몇 개월 되지도 않은 챗GPT로부터 이런 상세한 피드백을 받을 줄은 몰랐기에 내심 놀랍고 흥미로웠다. 또한 이에 대한 해결방안까지 제안해주니 웬만한 성격검사보다 훨씬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실제 AI 기반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도는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었다. 

    ◇ 자각의 확장을 위한 피드백 제공과 해석

    AI는 내가 자주 쓰는 단어, 선택하는 행동 패턴 등을 분석해 나도 몰랐던 나를 비춰준다. “내가 이런 사람인가?” 하고 되묻게 된다. 또한 많은 사람이 “난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데 AI는 ‘정체성’을 구성할 수 있는 언어를 제공해준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어떤 일에 회피 경향이 있구나.”라는 인식 틀을 제공한다. 또한 우리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한다. AI는 그간의 언행 기록을 바탕으로 ‘객관적 자기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불편하지만, 성장을 위해 곱씹어볼 만하다.

    ◇  감정과 데이터의 연결과 변화 추적

    글과 대화엔 감정이 담긴다. AI는 그 모든 대화와 감정의 흐름을 수치화해 ‘변화’를 보여준다. 즉, 잘 드러나지 않는 ‘느낌’과 ‘패턴’을 함께 제시한다. 더 나아가 이제는 이런 중간중간 과정을 기억하게 되어 “예전보다 더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관계 스트레스가 줄었다”와 같은 자기 변화도 기록된다. 과거의 모습뿐만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도 포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소통의 도구

    이러한 결과를 친구나 멘토와 공유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개인적인 성찰이 ‘관계 기반 소통’으로 확장되면서 나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하나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질문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AI를 통해 성찰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은 위험성도 존재한다. 

    ◇ 지나친 도구 의존과 편향된 데이터 해석

    모든 판단을 AI에게 맡기면, 자기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AI는 ‘보조자’이지 ‘대신 살아주는 존재’가 아니다. 또한 AI가 분석한 결과는 ‘정답’이 아니다. 순간의 언어, 특정 상황의 입력에 따라 나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자기과잉의 함정

    지나치게 나에 대한 피드백에 집착하여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들이 있다. 심해지면 성찰이 아니라 ‘자기관찰 중독’으로 흐를 수 있다. 나를 설명하는 언어가 편리하지만. 그것에 집착해서 갇히지 않아야 한다. 

    ◇ 비밀 유출과 사생활 침해 위험

    AI를 활용하여 개인적인 대화나 정보를 입력하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친절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AI가 마치 친구처럼 생각돼 자신도 모르게 모든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십상인데, 언제든 개인정보가 노출되거나 어떻게 활용될지 모르는 부분이기 때문에 항상 나의 내밀한 내면을 모두 밝히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 테크 시대의 성찰 루틴 형성하기

    AI시대에 이러한 도구를 잘 활용한다면 부모와 교사가 훨씬 자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를 같이 공유하고 각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모/교사가 바라보는 부분에서 어떤 점이 동의가 되는지, 다음 단계를 나아가기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등등 각자의 관점으로 대화를 시도해봄 직하다. 

    물론 자녀/학생의 자발적인 동의하에 주기적으로 점검한다면 그들을 이해하는 좋은 도구로 특히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일수록 성장을 확인하고 관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될 것이다. 또한 어떤 AI도 해당 결과를 무조건 맹신하는 것은 아직까진 금물이다. 절대적인 정답이라 의존하지 말고 볼 수 있는 질문을 통해 아이가 자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AI 도구와 대화 기반 피드백을 함께 활용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