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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적성’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선호의 문제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적성은 인생 전반에 걸쳐 몰입의 질, 성과의 속도, 삶의 지속 가능성과 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다. 적성에 맞는 삶과 맞지 않는 삶은 학창시절과 사회생활 양쪽에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며, 그 차이는 단지 개인의 만족도를 넘어 정신건강과 커리어 안정성까지 영향을 미친다. 과연 삶의 국면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게 될까? 두 사람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 학창시절의 매커니즘: 학업의 자신감과 몰입
우선 학습 몰입과 성과 측면으로 보면 적성 일치 학생은 학습 내용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며, 과제 수행에서 창의성과 주도성이 높다. 이들은 과제의 질을 스스로 높이고자 하며, 교수자와의 상호작용도 활발해진다. 반면, 적성 불일치 학생은 수업과 과제에 동기 부족을 느끼며, 수행은 기계적이고 형식적이다. 외적 동기인 성적이나 졸업에만 치우쳐져 있어 결과적으로 배우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낮고, 그로 인한 성적 유지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자기효능감과 진로 확신의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한 학생은 자신의 역량에 대한 믿음이 커지며, 장기 진로계획도 비교적 선명하다. 반면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을 택한 학생은 자신감이 떨어지고,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과 방황이 반복된다. 이 길이 맞는가에 대한 불확실한 후회의 감정으로 말미암아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더 나아가 대인관계와 소속감에서도 적성 일치 학생은 학과 커뮤니티나 동아리에서 활발히 교류하며, 긍정적 인간관계를 맺는다. 반면 불일치 학생은 소외감을 느끼거나 비교로 인한 자괴감이 커지며, 학교생활 전반에 회의감을 가진다.
서울의 명문대에 재학 중인 A 학생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화학에 남다른 흥미를 보였다. 실험과 탐구를 좋아했고, 스스로 심화 내용을 탐색하며 고교 때 이미 대학 수준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대학 입학 후에도 그의 학업 열정은 지속됐고, 교수와의 연구활동에서도 주도적인 성과를 냈다. 학업성취도는 물론, 또래와의 관계에서도 중심 역할을 하며 학과 생활에 깊이 몰입했다.
반면, 같은 학교의 경영학과에 진학한 B학생은 숫자와 기업 전략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경영학이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로 선택했다. 막상 가보니 기업에 대한 관심이 딱히 없었고 그러다 보니 이해가 느리고 과제에 대한 흥미도 적었다. 주변 동기들과의 대화에서도 자신이 소외된다고 느꼈고, 대인관계마저 위축되기 시작했다. 매 학기 과제를 버거워하며, '이게 나에게 맞는 길일까'라는 고민만 깊어지면서 재수강과 휴학을 반복하게 됐다.
이처럼 적성에 맞는 학생은 학습 속도와 집중력이 높고, 자기효능감이 상승한다. 반면 적성이 맞지 않는 학생은 성과 대비 에너지 소모가 크고, 자존감과 학업 만족도 모두 낮아진다. 이러한 차이는 대학 생활에서 학업 성과뿐 아니라 대인관계와 정서적 안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 졸업 후의 매커니즘: 몰입의 연속인가, 소진의 연속인가
직무 만족과 성과 측면에서 보면, 적성 일치 졸업생은 직무 자체에서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며, 업무 성과도 우수한 편이다. 문제 해결 능력과 자기주도성이 높고, 조직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반면, 적성 불일치 졸업생은 직무 자체가 맞지 않기 때문에 피로감과 불만이 누적된다. 장기적으로는 이직률이 높고, 자기계발 동기가 자연스레 낮아진다.
커리어의 지속가능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적성에 맞는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 경력 설계가 능동적이며 커리어 전환도 비교적 연속적이어서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반면 불일치 졸업생은 커리어 설계가 수동적이며, 외부 환경에 의존하게 된다. 즉, 본인의 능동적인 의지와 자발적 변화보다는 외적 충격에 따라 흔들리기 쉽다.
삶의 만족도 차원에서도 적성 일치 직장인은 삶의 전반에서 긍정적 태도를 유지하며, 직장 외 삶(가족, 여가 등)에서도 에너지를 얻는다. 반면 불일치 직장인은 삶의 균형이 깨지고, 소진(Burnout) 및 무기력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적성에 맞지 삶을 유지하는 것으로도 에너지 소진이 많기 때문이다.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해 연구직으로 진출한 A는 현재 제약회사 연구소에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직무의 복잡성과 장기성에도 불구하고 그는 업무 자체에서 보람과 성취를 느낀다. 동료들과의 협업도 원활하고, 스스로 커리어 방향을 설계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반면 B는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 입사했지만, 콘텐츠 기획이나 시장 분석 업무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회의에 참여해도 주도적 발언이 어렵고,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방어적 태도를 보였다. 2년 만에 이직을 고민하며 여러 분야의 직무를 탐색하고 있으나, 어디에서도 '내 자리'라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리하면, 적성에 맞는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직무 몰입도와 성과가 높고, 장기적인 커리어 설계도 능동적으로 이끈다. 반면 적성 불일치 상태에서의 직장생활은 소진을 가속화시키고, 이직이나 경력단절 가능성을 높인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불안, 무기력, 자기부정의 정서가 잦다.
◇ 적성 불일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실천
적성에 맞지 않는 삶에 머무는 것이 정해진 운명은 아니다. 전환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실천을 제안한다.
① 자기 성찰의 일상화: 일기를 쓰거나 프로젝트 회고, 감정 기록 등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부터 적성은 출발한다. 나는 어떤 것을 할 때 즐거운가, 무엇을 할 때 성취감과 의미를 느끼는가, 어떤 것을 배울 때 빨리 배우는가와 같은 질문들이 나의 적성을 찾는 열쇠가 될 것이다.
② 작은 실험의 반복: 업무 내 작은 역할 변화나, 학창시절에는 선택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적성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인이라면 일상에서 익숙해진 삶에서 벗어나 매주 한 두번씩이라도 익숙함에 벗어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나만의 적성을 실험해보는 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우연한 기회가 잊혀진 적성의 씨앗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③ 멘토링 및 피드백 활용: 나를 잘 아는 주변 사람이나 전문가의 피드백을 주기적으로 구하면서 자신을 객관화 해볼 필요가 있다. 외부 시선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를 재해석해 보면서 편협해지기 쉬운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주변에서의 또 다른 해석이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될 수 있다.
진로는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수많은 관찰과 수정의 연속이다. 그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이 길은 나와 맞는가?” 그 질문을 놓지 않을 때, 우리는 적성에 맞는 삶에 더 가까워진다.
[서동인의 커리業] 적성에 맞는 삶 vs 맞지 않는 삶: 학창시절과 사회생활, 그 결정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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