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인의 커리業] 나만의 서사로 커리어 디자인하기: ‘스토리 써클’로 만드는 진로 내러티브
서동인 교육학 박사
기사입력 2025.06.24 11:13
  • ◇ 퍼스널 브랜딩과 적성의 시대

    오늘날의 청소년은 부모 세대보다 많이 달라졌다. 정답을 따라가고 표준화된 교육을 받았던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AI가 채점하고, 알고리즘이 정보를 제공한다. 대학과 기업조차 더 이상 동일한 틀과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점점 더 개인화된 세상에서 ‘적성’을 중심으로 삶을 설계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 이러한 흐름에서 ‘브랜드로서의 나’, 즉 퍼스널 브랜딩이 핵심 역량으로 떠오른다. ‘나’라는 개인이 만들어낸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되면서 독특한 서사가 된다. 그것이 나만의 매력과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뢰하게 만드는 방식을 퍼스널 브랜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반을 통해 온전한 나만의 팬을 만들어 낼 수도, 더 나아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퍼스널 브랜딩은 단순히 SNS에서 잘 보이기 위한 이미지가 아니다. 즉, ‘나는 누구인지, 어떤 여정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되었으며, 앞으로 어떤 가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내러티브(narrative)다. 이 내러티브를 만들 수 있는 가장 구조적이고 강력한 틀이 바로 댄 하먼의 ‘스토리 써클(story circle)’이다.

    ◇ 댄 하먼의 스토리 써클: 진로설계의 새 틀

    이제 진로와 커리어도 스펙이나 점수 중심이 아닌 나만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만들고 전할 수 있는가에 따라 기회가 달라지는 시대다. “세상은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라고 얘기한 영화 제작자 댄 하먼(Dan Harmon)은 ‘스토리 써클(story circle)’을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스토리텔링 기법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설계해나가기 위한 좋은 프레임워크다. 그는 모든 강력한 이야기가 8단계의 흐름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강력한 이야기가 다음의 순환 구조를 따른다고 보았다. 

    1) 주인공이 익숙한 세계에 있다 (Comfort Zone)

    2) 어떤 욕구가 생긴다 (Need)

    3) 미지의 세계로 들어간다 (Unfamiliar Situation)

    4) 적응하려 애쓴다 (Adaptation)

    5) 중대한 변화를 겪는다 (Get What They Wanted)

    6) 대가를 치른다 (Pay the Price)

    7) 익숙한 세계로 돌아온다 (Return)

    8) 변화한 자신이 된다 (Change)

    이 스토리 써클은 주인공이 익숙한 세상에서 출발해 어떤 계기를 만나 낯선 세상에 들어가고, 변화와 대가를 겪은 뒤 다시 돌아오되 ‘기존의 나’가 아닌 ‘변화된 나’로 돌아온다는 구조이다. 이 프레임은 단순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공식일 수 있지만 더 나아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진로 여정을 설계하고 그만의 성장과정을 해석할 수 있는 구조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업에 관심없는 A학생이 평소와 같이 학교생활을 하던 중(Comfort Zone) 한 대학생 멘토를 우연히 만나 그처럼 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되었다(Need). 그때부터 A는 대학 입학을 위해 기존에 하지 않았던 스터디와 학업에 몰입하면서(Unfamiliar Situation) 대학 진학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Adaptation)를 하고, 결국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게 됐다(Get What They Wanted). 

    그러나 A는 원하는 학교에 입학했음에도, 막상 전공 공부하며 관심이 크지 않았던 분야라는 점에서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학생들에 비해 낮은 성과와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웠고 결국 성적 저하와 부적응이라는 대가를 치르면서, 좌절을 하지만(Pay the Price), 이런 방황의 과정에서 남들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 잘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성찰하고 지금 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적성 비전을 찾게 되면서 다시 열정을 되살리게 되었다(Return). A는 결국 다시 자신만의 삶의 기준을 찾고,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며, 기존의 자신이 아닌 한 단계 성장한 사람으로 업그레이드가 된다(Change). 이러한 서사를 통해 살펴본 A는 단순히 ‘대학생활에서 실패하고 좌절한 학생’이 아니라, ‘도전을 통해 자신만의 기준을 가진 사람’이라는 내러티브를 갖게 된다.


    ◇ 사건에서 서사로, 실패에서 성장으로

    적성 기반 진로설계는 단순한 흥미 진단을 넘어, 자신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말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이 여정을 단지 실패와 성공의 나열이 아니라 이야기 구조로 보는 관점이 오늘날 진로 설계의 핵심이 된다. 입시와 취업 시장은 여전히 성적과 결과를 강요하지만, 진정한 차별화는 ‘자신만의 서사’를 가진 사람에게 기회가 간다. 

    많은 기업 면접과 자소서 평가해보면 정말 너무도 뻔하고 파편화된 경험들만 난무한 경우들이 많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그만의 독특한 이야기가 있을 경우,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수많은 입학사정관, 면접관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자신만의 진짜 성장 스토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좌절과 실패 경험에서 배운 내용을 이런 구조를 활용해 만드는 것이 그만의 차별화된 필살기가 된다. 특히 대학입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 필요한 자기소개, 구직 활동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더 큰 신뢰와 매력으로 타인보다 더 큰 기회를 얻는다. 

    ◇ 자녀와 함께 써가는 이야기

    ‘나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성적이든, 대학이든, 결과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실패조차 자신의 서사의 한 장면으로 끌어안는다. 스토리 써클은 그 이야기를 설계하는 틀이다. 실패는 ‘전환점’으로, 좌절은 ‘변화의 씨앗’으로, 선택은 ‘정체성의 표현’으로 해석될 때, 한 사람의 인생은 스펙이 아닌 이야기로 전해지는 브랜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