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입시큐] 고교 선택의 해답? ‘우리 아이 맞춤화 전략’에 있다
이종환 입시전문가, 이오스 러닝 대표, 대치명인 입시센터장
기사입력 2025.05.27 09:44
  • 2028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안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면서,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교 선택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 특히 내신 5등급으로 완화된 체제 하에 처음 치른 중간고사에서 ‘1등급 컷 포비아’라고 불릴 만큼, 현 고1 학생들 사이에서 내신 1등급에 대한 압박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내신 1등급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대폭 늘어난 만큼 상위 내신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들도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완화된 내신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고나 특목고가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일지,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을 품은 일반고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지,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갈피를 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번 호에는 고교 선택의 기로에 선 중학생들을 위해 그 선택 기준을 정리했다.

  • ◇ 자사고·특목고 진학, 여전히 유효한가? 냉철한 손익 계산 필요

    자사고·특목고와 일반고 진학의 선택지를 두고 고민 중이라면, 우선 자녀의 성향이 어떤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주변의 학업 분위기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면, 안정적인 면학 분위기가 강점인 특목고와 자사고 진학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에 심지가 굳은 편이고 자기 주도성이 강한 학생에게는 일반고의 선택 이점이 더 클 수 있다. 진로 희망에 따라서는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자사고와 일반고, 법학이나 경영 계열 등을 전공하고 싶다면 외국어고와 자사고, 공학계열 등을 생각한다면 영재고나 과학고 선택이 대체로 유리한 편이다.

    2025학년도 서울대 입시 결과 발표에 따르면 영재고와 주요 외국어고 등의 합격률이 약진했다. 특목고 합격 비율이 다소 상승한 셈이다. 그런데 현 고2 대상인 2027학년도 대입 전형 계획에 따르면 서울대를 비롯한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소재 상위 6개 대학이 정시 비중을 늘려 향후 2년 동안은 또 다른 입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단순하게 전년도 입시 결과만을 보고 진학할 고교를 섣불리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편 최근 교육부가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 40% 의무화 비율을 28학년 대입부터 폐지함에 따라 대학별로 수시 비중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중학생 학부모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특히 정시 중심의 자사고를 선택하려고 준비한 중학생들이라면 수시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최근 대입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고교 선택 시 반드시 체크해야 할 3가지

    첫째 희망할 고교의 과목 개설 다양성을 확인해 보기를 권한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만큼, 개설 선택과목의 수와 수업 수준은 향후 대학 진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수행평가 운영 방식이다. 단순한 수행평가가 아니라 탐구·토의·실험 기반 등으로 구성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내실 있는 수행평가는 학생부 기록을 풍성하게 만들 뿐 아니라 학생들의 탐구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현 고1부터는 교과 내신성적의 거의 모든 것을 대학에 공개하는데,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비율뿐 아니라 수행평가 영역 명도 제공함으로써 해당 고교의 수업 운영현실을 대학 측이 세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종합전형)의 확대가 예상되는 입시 상황에서 가급적 종합전형에 유리한 학교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 아직 다니지도 않은 고교의 종합전형 대비 상황을 알아보기란 쉽지 않지만, 고교별 종합전형으로 진학한 대입 실적은 종종 학교 홈페이지나 학교별 입학 설명회에서 접할 수 있다. 또한 해당 고교가 학교 알리미 또는 학교생활 안내서 등에 공개한 ‘교육 특색 사업’ 등에서 학생이 선택한 주제와 연계된 맞춤형 교과. 비교과 활동이 강조되고 있는지, 독서와 토론 등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는지 살펴보기를 권한다. 

    ◇ 학군지에서 준 학군지로 이동 주목!

    최근 일부 강남권 학부모들 사이에서 감지되는 ‘탈대치’, ‘탈강남’ 움직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교육 전략의 다변화를 의미한다.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자사고·특목고 진학률이 여전히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과도한 내신 경쟁과 사교육 의존도에 대한 피로감을 느낀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역 일반고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대치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송파. 강동 지역권의 일부 일반고는 상대적으로 내신 경쟁 부담이 덜하면서도, 학생부 기록의 충실도를 높여 의대를 포함한 상위권 대학에서 꾸준한 진학 실적을 내고 있다. 이러한 합격 사례 등은 학교의 이름값보다는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교육 활동 설계와 담당 교사의 전문성이 대입 성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작년 강남 8학군의 광역 자사고 미달 사태와 학군 내 다른 고교 선택 또는 준 학군지로의 이동은 바뀐 대입 상황에 맞춰서 강남권 학부모의 시각이 ‘전략적 분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컨대 2028 대입 개편 이후의 ‘고교 선택’은 어느 하나의 방향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학습력과 성향에 최적화된 고교를 저마다 찾아가는 ‘개별화 전략’이 큰 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