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입시큐] ‘나만의 학생부’ 완성도 높이는 핵심 비결은?
이종환 입시전문가, 이오스 러닝 대표, 대치명인 입시센터장
기사입력 2025.06.23 09:49
  • 교육부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작성 지침 변경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고1 첫 학기 학생부의 교과학습 발달상황 마감 시한이 없어졌다. 오는 8월 31일까지 마감해야 했던 고1의 세부능력 특기사항(이하 세특)도 학생부의 다른 항목처럼 학년도 종료일까지 정정이 가능하게 됐다. 일단 교사와 학생 모두 학생부 세특 기재 마감일에 대한 부담은 덜어낸 셈이다. 하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전 과목 학기제’로 바뀐 만큼 실질적으로는 학기별로 세특을 완성해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으리라 본다.

    또한, 교과 전형에서도 정성평가를 도입하거나 확대하는 대학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에 수시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학생부 내용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학생부 기재와 수행 평가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이른바 ‘AI 시대’가 도래했지만 학생마다 AI 활용도의 차이가 크고, AI의 신뢰도가 아직 완전치 않아 오히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헤매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호에는 학생부 내용에 대해 고민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학생부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들을 정리했다.

    ◇ 바람직한 학생부? ‘교과 기반 활동과 항목 간 연계성’이 중요

    바람직한 학생부 내용이란 무엇일까? 대학 사정관 중 상당수는 학생부의 ‘교과 활동+세특’과 다른 항목(자율, 동아리, 진로, 행특)과의 연계성을 강조한다. 학생이 고교 3년간 수행한 학교 활동 간에 인과성이나 일관된 흐름이 있는지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전 과목 성적이 우수하거나, 지원 전공과 관련된 교과 성적이 우수하다는 것은 학생이 교내 수업에 그만큼 충실했다는 증거이고, 수업으로부터 출발한 교과 기반 활동이 학생부 내 다른 활동과 유기적 연계성을 지닌다면 입학담당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다음 학생의 사례를 보면 학교 수업에서 시작한 탐구활동 중 궁금한 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진로를 찾게 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학교 00 수업에서 들었던 ‘소득 불평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니 계수나 p90/p10 등 여러 가지 소득분배지표를 주제로 ‘소득분배지표에의 수학적 접근’이라는 수학주제탐구 보고서를 써 보면서 제 나름대로 경제학을 수학적 증명과 통계적인 분석으로 접근해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통계적 분석은 방법론적인 정석이 아닌, 제가 생각해낸 독창적 방법(?)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통계학과 관련된 두 편의 보고서를 쓰고 난 뒤, 저는 통계학을 더 배우고자 관련 인터넷 강의를 찾아 ‘Explore Statistics with R’이라는 강의를 들었고, 분포, 회귀분석, 귀무가설 등 다양한 통계학적 이론뿐만 아니라 R이라는 오픈소스 통계분석 소프트웨어의 사용법도 익힐 수 있었습니다.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는 통계학과 국제경제학이라는 전공에의 의지를 더욱 다지게 되었습니다.󰡓

    위 사례는 최상위대학 경영학과로 진학한 수강생의 대입 자기소개서 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학생부 기록보다 학생만의 탐구 과정과 의식의 흐름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자기소개서만의 장점이 있어 소개한다. 상기 학생은 ‘소득불평등’에 관한 수업을 듣고 ‘소득분배지표’에 관한 주제탐구 보고서를 작성하던 중 통계학에 관심이 생겨 별도의 통계학 보고서를 두 편이나 써 보고, 통계학 지식이 태부족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통계학 인터넷 강의를 찾아서 수강한 후, 통계학 이론뿐 아니라 통계분석 소프트웨어를 배우고 익히게 되어 통계학과 국제 경제학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는 학생부 세특과 진로활동에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본다.

    ◇ 학생부 내 다른 항목 간에도 ‘영역 간 연계성’ 충분히 가능

    다음으로 교과 수업 활동과 학생부 내 다른 활동과의 연계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이 많은데, 조금 더 유연한 사고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학생들은 종종 학년별로 자율활동은 자율활동, 진로활동은 진로활동, 동아리 활동은 동아리 활동, 세특은 세특과 연관성을 이어나가는 것에만 주목하는데, 학생부 활동의 소재에 따라서 다른 항목 간에도 충분히 영역 간 연계성을 지닐 수 있다.

    2학년 동아리 실험 활동에서 전산유체역학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유체 흐름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 3학년 생명과학Ⅱ 세특의 ‘인공지능과 00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주제 탐구발표로 이어진 경우, 1학년 진로활동에서 치매 치료에 관심이 있어 ‘뇌 컴퓨터 연결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대한 탐구활동을 하다가 3학년 융합과학 세특의 ‘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에 대한 탐구 보고서로 확장된다든지 하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 학생부 보완, ‘AI 활용’ 시에 유의할 점은?

    AI 활용은 대세다. 학생부 내용에 적합한 소재를 찾거나, 수행 평가에 도움을 받거나, 교사의 학생부 기재에도 이미 AI 활용은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아마 수년 후면 AI를 통한 학생부 기재로 인해, 대학들이 학생부 내용에 대해 마침내 불신하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는 AI를 적절히 활용하고 경계할 것은 경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학생들이 지나치게 AI에 의존하는 것은 반대지만, AI를 활용해서 공부할 시간을 버는 것은 찬성이다. 

    할 말은 많지만, 이번에는 AI 활용 시에 유의할 몇 가지 점을 정리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챗 GPT 등을 활용할 때에는 먼저 AI에게 역할을 부여할 것을 권한다.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중요하지만, AI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원하는 답을 얻는 데 효율적이다. 그 다음은 단계별로 설명하고, 답변의 예시를 보여주면 더욱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팩트 체크’는 필수다. 생성형 AI는 종종 그럴듯한 답변 속에 오류나 과장이 숨어있기 때문에 링크를 통한 사실 확인이나 답변의 진위 여부 체크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