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민 이팝소프트 CGO “학습 앱의 다음 경쟁력은 ‘얼마나 오래 쓰이느냐’” (인터뷰②)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6.01.13 09:00

- 최영민 이팝소프트 CGO 인터뷰

  • 최영민 이팝소프트 CGO. / 장희주 기자.
    ▲ 최영민 이팝소프트 CGO. / 장희주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말하기는 바로 시도하기보다, 먼저 말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합니다”

    영어 학습 앱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단순히 ‘재미있는 학습’을 넘어 얼마나 오래 쓰이고, 실제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는지가 서비스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으로 떠올랐다. 특히 AI 기반 학습 서비스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기술의 화려함보다 학습 효과와 신뢰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영어 학습 앱 ‘말해보카’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개인화 학습 구조와 데이터 기반 설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용자의 수준을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복습 타이밍과 학습 콘텐츠를 정교하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학습 지속성과 효율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기존 단어·문장 학습을 넘어 AI 기반 회화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학습 범위를 넓혔다.

  • 최영민 이팝소프트 CGO. / 장희주 기자.
    ▲ 최영민 이팝소프트 CGO. / 장희주 기자.

    - 학습 효과뿐 아니라 ‘꾸준히 하게 만드는 학습을 이어가는 부분’이 중요해졌습니다. 사용자들이 말해보카를 오래 쓰게 만드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사용자들이 학습 과정에서 느끼는 불필요한 피로도를 최대한 줄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영영사전을 보다가 설명이나 예문 속에 또 다른 모르는 단어가 등장해 학습의 흐름이 계속 끊기는 경험을 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말해보카는 특정 어휘를 학습할 때, 그 예문을 구성하는 다른 단어들을 해당 어휘보다 쉬운 수준으로 미리 설계합니다. 학습자가 한 단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 자체를 만든 거죠. 

    또 사용자가 직접 레벨을 설정할 필요 없이, 몇 번의 퀴즈만으로 현재 실력을 자동으로 파악해 학습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편의성과 정교함이 쌓이면서, 사용자에게 ‘편한데 효과도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주고, 그게 결국 장기 사용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리그 시스템이나 복구펜 같은 게임화 요소, 그리고 세심한 CRM 메시지까지 더해지면서 학습을 계속 이어가고 싶도록 의지를 돋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다.

    - 말해보카는 개인화 학습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사용자의 수준 진단이나 복습 타이밍, 단어 추천은 어떤 기준과 원리로 이루어지나요?

    사용자가 새로운 단어를 접할 때마다 학습 수준을 실시간으로 다시 계산합니다. 사용자와 단어 각각에 점수를 부여하고, 어떤 점수대의 사용자가 어떤 난이도의 단어를 맞히고 틀렸는지를 기준으로 사용자의 점수가 계속 조정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계산된 점수를 바탕으로 현재 내 수준과 비슷하면서도 실제 영어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 즉 ‘지금 이 시점에 배웠을 때 가장 효율적인 단어’를 우선적으로 추천합니다. 단순히 쉬운 단어나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 학습 효과가 가장 크게 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주는 방식입니다.

    복습 역시 같은 원리를 따릅니다. ‘망각 곡선 이론’을 적용해 사용자가 막 잊을 것 같은 최적의 타이밍에 단어를 다시 노출함으로써 기억을 강화하고,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 AI를 활용한 교육 서비스인 만큼 콘텐츠 제작에 있어 신경 쓰는 부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 조심하는 부분이 있나요?

    AI는 콘텐츠 제작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도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100% 완벽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작은 부정확성도 학습자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가장 조심하고 있습니다.

    말해보카는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먼저 다른 AI 모델을 활용한 교차 검증을 거치고,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직접 검수하는 과정을 반드시 포함해 이중, 삼중의 확인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또 콘텐츠 제작 과정을 세분화해 각 단계마다 가장 적합한 AI 모델을 선별해 적용함으로써 정확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 언어 학습은 단순한 단어와 문법을 넘어 문화와 맥락의 이해가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앱 기반 학습의 한계를 말해보카는 어떻게 바라보고, 이를 어떻게 보완하려고 하나요?

    언어 학습에는 반드시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에 따라 가장 기본이 되는 어휘 학습을 시작으로, 리스닝과 문법, 표현 학습을 차근차근 확장해 왔고, 최근에는 실전 회화 학습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죠. 문화나 맥락의 이해 역시 중요하지만,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도 기초적인 언어 체력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최근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앱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보다 깊이 있는 맥락 학습도 충분히 가능해지고 있어요. 여기에 앱 기반 학습이 가진 높은 접근성과 휴대성이 더해진다면 기존의 고전적인 학습 방식보다 오히려 더 큰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 말해보카에 회화 서비스가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기존 단어·문장 학습에서 회화로 확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많은 분이 영어를 배우는 궁극적인 이유로 “영어로 자유롭게 말하고 싶다”는 목표를 이야기합니다. 다만 말하기는 한국인 학습자에게 가장 어려운 영역이기도 합니다. 단어와 문법이 부족하거나, 상대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면 대화 자체가 성립되지 못하니까요.

    말해보카가 지금까지 제공해 온 단어, 문법, 리스닝 학습은 모두 회화를 위한 기초 체력을 쌓는 과정이었습니다. 말하기를 바로 시도하기보다는, 먼저 말할 수 있는 기반을 충분히 만드는 데 집중해 온 셈이죠. 이제 그 기초가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인 ‘회화’로 서비스를 확장하게 됐습니다. 

    - 회화 학습은 ‘재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말해보카는 회화 학습에서 실제 실력이 늘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확인하고 있나요?

    말해보카의 회화 학습은 단순히 AI와 대화를 주고받는 기능이 아니라, 실제 말하기 실력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롤플레잉 학습이에요. 

    사용자가 주인공이 되어 상황에 맞는 대사를 영어로 말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AI로 실시간 피드백을 받죠. 약 10마디 내외로 구성된 하나의 에피소드 학습을 마치면, 사용자가 말한 문장과 가장 자연스러운 영어 문장을 비교해주는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문장 복습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또 회화 중에 사용하지 못한 단어나 표현은 AI가 실시간으로 감지해 어휘 학습에 자동으로 추가해줍니다. 이렇게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학습 사이클을 통해 사용자가 특정 표현에 점점 익숙해지고 더 빠르고 자연스럽게 문장을 구사하게 되죠. 실제로 이러한 변화는 복습 정답률이나 학습 리포트 결과 등 데이터 지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말해보카 실전회화 화면 캡처.
    ▲ 말해보카 실전회화 화면 캡처.

    - AI 회화 서비스는 접근성이 높고 많이 말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과연 실력이 실제로 늘고 있느냐”는 의문도 함께 제기됩니다. 말해보카는 이런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단순히 발화량만 늘린다고 해서 언어 능력이 자동으로 향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개인의 기초 실력에 따라 학습 효율의 차이는 상당히 크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기초 어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프리토킹 위주의 훈련을 하게 되면 말하는 데 대한 부담은 조금 줄어들 수 있지만, 늘 쓰던 표현 안에서만 머무르게 되면서 실력 자체가 크게 성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학습자 역시 말의 재료가 되는 어휘를 계속 확장하고 뉘앙스나 표현의 미세한 차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지 않으면 원어민 수준으로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말해보카는 이런 간극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AI 회화 서비스와는 다르게 사용자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학습 경로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어휘나 문법 기초가 부족한 사용자에게는 그에 맞는 학습을 먼저 권장하고, 기초가 갖춰진 사용자에게는 AI의 실시간 피드백을 활용한 회화 학습을 제안합니다. 여기에 배운 내용을 잊지 않도록 체계적인 복습 시스템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로 영어 회화 실력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 말해보카는 대만 등 해외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영어가 제1 언어가 아닌 한국의 영어 학습 앱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의외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인지라 영어 학습 시장에 더 경쟁력이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어떤 부분이 왜 어려운지를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언어를 모국어로 배우는 과정과 외국어로 배우는 과정은 매우 다릅니다. 모국어는 유아 시절부터 압도적인 노출량을 기반으로 언어 구조와 패턴을 스스로 체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외국어는 그 정도의 노출량을 학습 적기에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해 패턴에 먼저 익숙해지고 그 패턴 위에 새로운 것들을 차곡차곡 쌓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말해보카가 선택한 ‘퀴즈 기반 학습’은 바로 이런 외국어 학습의 특성에 맞춘 방식입니다. 퀴즈를 통해 반복적으로 패턴을 익히는 구조는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보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학습 방식이고, 한국 시장에서 이미 그 가능성이 검증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영어 학습에 대한 니즈가 높은 대만의 경우, 진출 6개월 만에 양대 앱마켓 교육 카테고리 1위를 달성했고, 현재까지도 그 순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앱 자체의 완성도를 우선적으로 높이고, 말해보카의 학습 방식이 잘 맞는 시장을 선별해 공략한 전략이 해외 진출에서도 유효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언어권에 동시 출시하기 위한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 해외 진출 과정에서 언어와 문화, 학습 방식 등 여러 장벽이 있었을 텐데요. 그중 가장 어려웠던 현지화 과제와 이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듣고 싶습니다.

    초기에는 마케팅 소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시장의 경우, 한국과 달리 이미지 중심보다는 텍스트 정보가 풍부한 설명형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같은 메시지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반응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현지 반응을 통해 체감했죠.

    현재는 각 국가 출신의 인재들이 팀에 합류하면서 이런 문화적 차이를 내부에서부터 해석하고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장 반응에 보다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해외 지사 설립도 준비 중입니다. 현지의 언어와 문화, 학습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결국 현지화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말해보카의 중장기 방향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영어 학습 시장에서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아직은 사명인 ‘이팝소프트’보다 서비스명인 ‘말해보카’가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영어 교육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어떤 학습 영역으로 확장하더라도 ‘이팝소프트가 만든 서비스라면 믿고 쓸 수 있다’는 인식을 주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할 만큼 충분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가장 경계하는 리스크 역시 ‘성장이 멈추는 순간’입니다. 학습 서비스는 한번 잘 만들어놓는 것만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고,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발전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해보카 역시 기능이나 콘텐츠를 한 번 정해두고 고정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그 과정을 사용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 왔습니다. 실제로 사용해 본 경험과 후기,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는 학습 성과 자체가 가장 확실한 신뢰의 근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많은 사용자가 있더라도, ‘써봤는데 달라진 게 없다’는 경험이 쌓이기 시작하면 신뢰는 빠르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작년보다 나아지지 않은 상태를 가장 경계하고 있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검증하며 발전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