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가 계속 던진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이게 실제로 남는 학습인가’말이죠.”
영어 학습 앱 시장은 이미 선택지가 넘쳐난다. 단어 암기부터 회화, 시험 대비, AI 튜터까지 기능은 다양해졌지만, 학습자들의 체감은 여전히 엇비슷하다. “처음엔 재미있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열심히 했는데 실력이 늘었는지는 모르겠다”는 경험담이 반복된다.
영어 학습 앱 말해보카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재미를 앞세운 서비스는 많지만, 실제 학습 성과까지 책임지는 서비스는 드물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게임 개발자 출신 창업자들이 만든 말해보카는 ‘재미있는 영어 공부’를 표방하면서도,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학습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결과가 남는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왔다.
말해보카의 운영 구조 역시 이 같은 철학을 반영한다. ‘최고 게임화 책임자(CGO)’와 ‘최고 학습 책임자(CLO)’라는 이중 체계는 재미와 학습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기 위한 장치다. 17년간 게임 개발자로 일해온 최영민 이팝소프트 CGO는 “재미는 학습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지만,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결국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도 실력이 쌓이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
- 말해보카를 처음 접하는 독자도 있습니다. 먼저, 말해보카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말해보카는 영어를 좀 더 재미있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든 영어 학습 앱입니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있지만, 지루하고 비효율적인 공부 방식에는 쉽게 지치잖아요. 그런 경험을 했던 게임 개발자 4명이 ‘그럼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말해보카를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언어 학습의 본질이 결국 ‘문장 속에서 단어를 어떻게 익히느냐’에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단어를 가장 쉽고, 재미있게 익히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그 흐름을 바탕으로 문법과 리스닝, 표현 학습까지 점차 확장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실전 회화 학습까지 더해지면서, 하나의 종합 영어 학습 앱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현재 말해보카의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0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 CGO라는 직함이 특이한데요. 최영민 CGO님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2018년 11월 이팝소프트를 창업한 이후 지난해 초까지는 각자 대표로서 말해보카의 개발 전반을 직접 맡아왔습니다. 지난해부터 직책을 CGO로 바꾸고, 제품 개발에 조금 더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팝소프트를 창업하기 전에는 약 17년간 게임 개발자로 일하며 게임 회사를 직접 창업하기도 했고, 인수·합병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창업은 게임 개발을 떠나 교육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첫 사례이기도 합니다.
CGO는 ‘Chief Gamification Officer’의 약자로, ‘최고 재미 책임자’를 의미해요. 사실 저에게도 다소 생소하고 특별한 직함입니다. 말해보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차별성인 ‘재미’를 지속적으로 지켜나가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함께 각자 대표를 맡고 있는 다른 대표는 ‘최고 학습 책임자(CLO, Chief Learning Officer)’로서 학습의 방향과 완성도를 책임지고 있고요. 저희는 이렇게 ‘재미’와 ‘학습’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구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말해보카는 ‘단어’를 중심에 둔 영어 학습 앱입니다. 처음 말해보카가 탄생하게 된 계기와 당시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나요?
말해보카가 탄생하게 된 계기는 2008년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제가 창업했던 게임 회사가 글로벌 기업인 EA에 인수되면서, 영어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됐습니다. 저는 개발 실무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지만, 스튜디오 전체 운영을 맡고 있던 박종흠 CLO는 영어를 훨씬 많이 써야 했습니다.
옆에서 박종흠 CLO가 다양한 방식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희는 자연스럽게 “어떤 방식이 실제로 가장 효율적인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건, 문장 속에서 단어를 익히고 반복해서 복습하는 방식, 즉 예문 기반의 단어 학습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당연해 보이는데도,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제대로 구현된 학습 앱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었어요. 결국 “없다면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렇게 말해보카가 시작됐죠.
-
- 게임 업계에서의 경험 중 교육 서비스에 적용하려 했지만 그대로 가져올 수 없다고 느꼈던 지점이나, 의도적으로 조정이 필요했던 요소가 있었다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게임 업계에서의 ‘재미’를 교육 서비스에 그대로 옮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게임은 짧은 시간 안에 강한 몰입과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학습은 결국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죠.
실제로 여러 영어 학습 서비스를 사용해 보면서, 재미가 없어서 금방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고, 반대로 재미는 있지만 학습 효과가 남지 않는 콘텐츠 역시 오래 가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이 두 가지 모두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재미’와 ‘학습’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말해보카를 만들 때는 게임적인 요소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사용자가 부담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구조인지를 기준으로 많은 부분을 조정했어요. 게임을 통해 배운 ‘재미의 본질’은 가져오되, 학습이라는 특성에 맞게 속도와 흐름,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걸 가장 많이 고민했습니다.
- ‘재미’를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과감히 포기하거나 제거한 기능이 있었는지, 또는 기존 계획을 바꿔 새롭게 기획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말해보카를 만들면서 내부 테스트를 거친 뒤 폐기한 기능들이 꽤 많아요. 재미를 목표로 기획했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니 부담이 크거나 오래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문장을 너무 길게 말하거나, 긴 타이핑을 반복해야 하는 방식은 학습 효과는 있을 수 있어도 사용자들이 쉽게 지치더라고요.
반대로 재미는 있었지만, 한 달 정도 사용한 뒤 학습 효과를 점검했을 때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는 콘텐츠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역시 결국 오래갈 수 없다고 판단해 과감히 정리했어요. 저희가 중요하게 본 기준은 ‘재미있느냐’ 이전에, ‘지속할 수 있느냐’, 그리고 ‘결과가 남느냐’였으니까요.
-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재미·효율’과 ‘학습 효과’가 상충한다고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다면, 그때 어떤 기준을 가장 우선에 두고 결정을 내리셨는지 궁금합니다.
개발 과정에서 ‘재미’와 ‘학습 효과’가 엇갈리는 순간은 사실 꽤 자주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희가 가장 먼저 확인한 기준은 “이게 실제로 효과가 남는가”였죠. 아무리 재미있어 보여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사용자의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면, 결국 오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학습 효과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시작 단계에서부터 진입 장벽이 높아진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죠. 그래서 초반에는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재미 요소를 충분히 담되,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가 스스로 변화를 느끼고 있는지를 계속 점검했습니다.
결국 둘 중 하나를 꼭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저희는 학습 효과를 우선에 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과정에서도, 사용자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도록 재미의 역할을 끝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 회화형 AI, 콘텐츠 중심 학습 앱, 시험 대비 서비스 등 다양한 유형이 동시에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2년, 시장의 경쟁이 어디에서 갈릴 것으로 보시나요?
실제로 다양한 학습 서비스, 특히 AI를 활용한 서비스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진정한 승부처는 기술적 ‘개인화’를 넘어선 ‘학습 성과’라는 본질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단순히 대화를 이어가는 수준의 AI 챗봇을 넘어, 사용자의 오류를 정교하게 짚어주고, 그 과정을 통해 학습의 범위와 깊이를 함께 확장해주는 ‘퍼스널 트레이너’에 가까워져야 해요.
AI를 비롯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는 앞으로도 계속 등장하겠지만, 교육 서비스의 본질은 결국 변하지 않습니다. 사용자에게 유의미한 학습 성과를 만들어주고, 스스로 실력이 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해주는 서비스만이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봅니다.
- 최근에는 학습자층이 학생에서 성인·직장인으로까지 넓어지고 있습니다. 말해보카는 현재 어떤 사용자들의 고민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고자 하고 있나요?
말해보카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어를 배우고 싶은 누구나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 때까지 필요한 학습 과정을 단계적으로 완성해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휘 학습을 시작으로 문법, 리스닝, 표현 학습까지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 왔고, 최근에는 실전 회화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최근 학습자층이 학생을 넘어 성인과 직장인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는 만큼, 분명한 목적을 가진 사용자들의 고민에도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시험 준비가 필요한 수험생이나, 업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영어가 필요한 직장인 등 각자의 상황에 맞춰 목표 중심의 학습이 가능하도록 한 맞춤형 콘텐츠를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 영어 학습 앱이 많다 보니, “왜 말해보카여야 하느냐”는 질문도 나옵니다. 말해보카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말해보카의 가장 큰 차별점은 압도적인 ‘효율성’과 ‘재미’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어휘 퀴즈 하나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초 내외로 아주 짧습니다. 하지만 그 3초짜리 퀴즈 하나를 보여주기까지, 앱 뒤에서는 수많은 어휘 가운데 지금 이 사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단어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계산합니다. 퀴즈의 정답 여부에 따라 다음 문제가 실시간으로 달라지고, 사용자의 실력은 계속 수치화되어 기록됩니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효과적인 복습 타이밍을 계산해 주기 때문에, 단 1분만 공부하더라도 학습 효율이 최대한 높아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최영민 이팝소프트 CGO “AI 학습 시대, 기술보다 중요한 기준은 학습효과” (인터뷰①)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 최영민 이팝소프트 CGO 인터뷰
관련뉴스
Copyrightⓒ Chosunedu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