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익 메가스터디 강사 “마음을 여는 수업을 합니다” (인터뷰②)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5.10.14 09:18

- 스토리로 배우는 사회탐구, 김종익 메가스터디 강사가 말하는 ‘공감의 교육’

  • 김종익 메가스터디 강사. / 강여울 기자.
    ▲ 김종익 메가스터디 강사. / 강여울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수업은 지식을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무대여야 합니다.”

    메가스터디 사회탐구 대표 강사 김종익 선생은 수업을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본다. A4용지 한 장에 학생들의 경험과 철학을 엮던 그의 ‘극본형 수업’은 이제 수천 개의 스토리로 확장돼 전국의 교실과 강의실을 울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교단에 선 이후, 그는 세대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해왔다. 성적보다 ‘관계’를, 경쟁보다 ‘공감’을 고민하는 요즘 학생들에게 그는 “공부보다 먼저,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마음을 읽는 힘’이라는 것이 그의 교육 철학이다.

    조선에듀는 김종익 강사가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중심의 수업 전략, 세대별 학생들의 변화, 그리고 뉴미디어 시대 교육자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김종익 메가스터디 강사. / 강여울 기자.
    ▲ 김종익 메가스터디 강사. / 강여울 기자.

    ─ 선생님께서는 그동안 학생들에게 어떤 학습 방향과 태도를 가장 강조해오셨는지요? 또, 선생님의 수업이 다른 수업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면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교사가 된 게 스물다섯 살이었어요. 어릴 때 꿈이 아나운서였는데, 막상 교사가 되고 나니 TV에 나올 수 있는 길이 있더라고요. 바로 EBS였죠. 그래서 초년 시절부터 “언젠가 EBS에 나간다면 어떤 수업을 보여줄까”를 생각하며 수업을 짰어요.

    A4용지에 칸을 나눠서 어릴 적 경험, 책이나 영화, 친구 이야기 같은 제 에피소드를 전부 정리했어요. 수업을 드라마처럼 구성하고, 48분 안에 완결되는 ‘극본형 수업’을 만든 거예요. 수업이 끝나면 학생 반응을 바로 기록하고 수정하면서 1년 만에 ‘수업 시나리오’ 한 권이 완성됐죠.

    그다음엔 시대가 변해도 통할 이야기를 찾으려고, 스마트폰 메모장에 에피소드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6천 개가 넘어요. 덕분에 어떤 주제든 바로 연결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낙태’가 수업 주제라면 관련 에피소드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식이에요.

    EBS 강사가 되고 나서는 ‘재미와 공감의 균형’을 고민했어요. 남학생 중심의 자극적인 이야기를 줄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바꿨죠. 그때부터 제 목표는 “알맹이는 확실히 전달하되, 대중 강연처럼 재미있게”였어요.

    그래서 제 수업은 스토리텔링 중심이에요. 아이들이 “수업이 아니라 강연을 듣는 것 같다”라고 할 만큼,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개념을 배우게 합니다. 지루할 틈이 없고, 감정적으로도 몰입되죠. 제 수업의 핵심은 스토리로 가르치는 공부법, 그리고 ‘귀에 들리고, 머리에 남고, 마음에 닿는 수업’이에요. 그게 제가 늘 연구해온 학습 전략이자, 다른 수업과의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 2000년대 초반 교단에 선 이후 지금까지 여러 세대의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셨습니다. 세대가 바뀌면서 아이들의 고민은 어떤 방향으로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요즘 학생들이 가장 자주 이야기하는 불안이나 고민에는 어떤 시대적 특징이 담겨 있다고 보십니까?

    많은 어른들이 ‘요즘 아이들은 성적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 만나보면 그렇지 않아요. 지금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관계’예요.

    학교 안에서도 진짜로 마음을 터놓을 친구를 사귀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스마트폰과 SNS, 이제는 GPT 같은 존재까지 등장하면서, 아이들이 사람보다 디지털과 더 오래 대화하죠. 그래서 ‘사람과의 대면 관계’가 점점 낯설어지고 있어요.

    요즘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 “선생님, 친구랑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예요. 대화의 시작부터 막히는 거죠. 예전엔 부모가 ‘그건 기본적인 인간관계 문제야’라고 했을지 몰라도, 지금 아이들은 그런 감정조차 표현할 통로가 없어요. 가정에서도 대화가 줄고, 부모와 자녀가 평등하게 대화하기 어려운 분위기거든요.

    게다가 사회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강해져야 한다”고 말해요. 기성세대는 “우린 더 힘든 시대를 살았어”라고 하지만, 그 말이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힘들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압박으로 들려요. 그래서 점점 자기 안에 감정을 숨기고 살아갑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관계 수업’이에요. 저는 아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표현해보자”고 말해요. 관계의 문제는 결국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시작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거죠. 그런 작은 변화가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합니다.

  • ─ 학부모의 기대와 요구도 많이 달라졌을 텐데, 현장에서 체감하시기에 어떤 차이가 있나요?

    대치동 현장에서 느끼는 학부모님들의 기대는 정말 높아요. 예전에 메가스터디에서 첫 강의를 할 때, 열정이 넘쳐서 수업을 20분 정도 더 했거든요. 그런데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부모님께 전화가 왔어요. “우리 아들 밥 먹을 시간 놓쳤다”는 항의였죠. 그때 깨달았어요. “그래, 밥이 더 중요하지. 수업은 정시에 끝내야겠다.” (웃음)

    또 한 번은 학생들에게 매일 시험을 보고 바로 성적을 문자로 보내드렸는데, 한 부모님이 실수로 제게 답장을 보내셨어요. “너 이놈의 자식, 이러려고 학원 보내냐”는 문자였죠. 그걸 보고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이 정도의 중압감 속에서 공부하고 있구나, 하고요.

    지금은 학생 수는 줄었지만, 부모님들의 목표는 여전히 상위권 몇 개 대학이에요. 기대치는 오히려 더 높아졌습니다. 재수생 비율이 28%에 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한 번쯤은 다시 도전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러워졌거든요.

    요즘 학부모 세대는 대부분 고학력자예요. 그래서 자녀의 학습 수준을 세세하게 알고, 그만큼 구체적인 기대를 하시죠.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아무리 해도 부모 기준에는 못 미친다”는 부담감이 생깁니다.

    물론 부모님들이 자녀를 몰아붙이려는 건 아니에요. 다들 이렇게 말하시잖아요. “너도 너 같은 애 낳아봐라.” (웃음) 그 말 뒤엔 다 사랑이 있어요. 다만 그 사랑과 기대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게 요즘 교육 현장의 현실이에요.

    ─ 교사·강사로서 학생들의 정서적인 고민을 다루는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예전엔 선생님이 수업만 잘하면 됐어요. ‘내용을 잘 전달하면 된다’는 게 기준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학생의 정서를 읽고, 반응하고, 회복시키는 게 수업의 절반이에요.

    요즘 아이들은 공부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서 힘들어해요. “오늘 기분 어때?”라고 물으면 열 명 중 여덟 명이 “몰라요”라고 대답하죠. 자기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걸 배워본 적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수업 안에서도 ‘표현하는 훈련’을 넣어요. 예를 들어 “행복의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니?”라고 물으면, 바로 말하게 하지 않고 잠깐이라도 글로 써보게 해요. 그리고 서로의 답을 읽고 공감하게 하죠. 이 단순한 과정이 아이들에겐 굉장히 큰 회복의 시간이 돼요.

    아이들이 스스로를 위로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감정과 친해진 경험이 없기 때문이에요. 이제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열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자기 이야기를 스스로 꺼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요즘 교사와 강사에게 가장 필요한 역할이에요.

  • 김종익 메가스터디 강사. / 강여울 기자.
    ▲ 김종익 메가스터디 강사. / 강여울 기자.

    ─ 뉴미디어 시대, 강사의 역할은 어떻게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요즘 제가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이에요. 사실 저도 GPT를 자주 씁니다. 교재 아이디어나 자료 정리에 도움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쓸수록 느끼는 게 있어요. AI가 못하는 건 감정과 선택이라는 거예요.

    AI는 지식을 정리할 수는 있어도, ‘왜 지금 이 말을 해야 하는가’, ‘어떤 어조로 전달해야 하는가’를 알지 못하죠. 그건 상대의 반응을 읽는 감정 지능, 즉 공감 능력에서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바로 그게 강사의 역할이에요.

    예전엔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강사의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학생의 눈빛을 읽고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강사예요. 학생이 지루해하면 에피소드로 환기시키고, 표정이 굳으면 농담으로 공기를 풀고—이런 순간의 선택과 감정 조율이 강의를 살립니다. 그건 AI가 절대 할 수 없는 영역이에요.

    그래서 저는 늘 이렇게 말해요. “AI는 네가 준비한 수업은 대신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의 마음이 움직이는 타이밍까지 아는 건 오직 사람뿐이다”라고요. 강사는 데이터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읽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 최근 강사의 역할이 ‘강의 전달자’에서 ‘콘텐츠 창작자’로 확장되는 흐름을 직접 경험해오셨을 텐데요. 이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강의가 ‘정답을 잘 가르치는 일’이었어요. 얼마나 잘 정리해주느냐, 얼마나 쉽게 설명하느냐가 기준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강의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됐거든요.

    학생들은 단순히 배우기 위해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유튜브처럼 “이 수업이 재밌나?”, “이야기가 있나?”, “끌리는가?”를 보고 선택해요. 그래서 저는 늘 “강사는 창작자다”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교재를 만들든, 커리큘럼을 짜든, 다 콘텐츠 기획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해요. 한 강의가 하나의 콘텐츠이고, 그 안에는 스토리라인·메시지·감정의 리듬이 모두 들어 있어야 하죠.

    예를 들어 ‘행복’ 단원을 가르칠 때도 단순히 정의를 외우게 하지 않아요. “네가 생각하는 행복의 장면은 뭐야?”라고 묻죠. 그 대답들이 모여서 수업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돼요. 학생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거예요.

    요즘은 AI가 만든 요약 강의도 넘쳐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경험의 질’이에요. 그 시간 동안 학생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그게 기억에 남는가, 그게 진짜 교육의 힘이죠.

    저는 강사를 ‘지식을 연출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목소리, 표정, 스토리, 메시지까지 하나의 작품처럼 연결되는 사람이요. 이제 강의는 정보가 아니라 예술이에요. 그걸 이해하고 ‘감각으로 수업하는 사람’만이 뉴미디어 시대에 살아남는다고 생각합니다.

    ─ 학생들이 학습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강사로서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요즘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집중력의 시간’이 짧아졌다는 거예요. 예전엔 50분 수업도 거뜬했는데, 지금은 15분만 지나도 눈빛이 흔들려요. 유튜브 쇼츠나 릴스 같은 짧은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니까요. 그래서 늘 고민해요. 이 짧은 리듬에 어떻게 깊이를 담을 수 있을지를요.

    아이들은 자꾸 “핵심만 알려주세요”, “요약만요”라고 하죠. 그게 편하긴 하지만, 그렇게 배우면 ‘이해’가 아니라 ‘암기’로 끝나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맥락을 강조해요. 예를 들어 ‘정의란 무엇인가’를 가르칠 때, 개념보다 “왜 그 시대에 그런 사상가가 등장했을까?”부터 이야기하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개념은 자연스럽게 남아요.

    요즘 강사의 역할은 ‘짧은 콘텐츠의 속도’를 이해하면서도 ‘깊이의 무게’를 지켜내는 것이에요. 이게 양립하기 어렵지만, 저는 그걸 놓치고 싶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공부는 생각의 여정이다’라는 감각을 주는 게 제 목표예요. 그게 강사로서 제가 느끼는 가장 큰 고민이자 책임입니다.

  • ─ 지난 5월에 책을 내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책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통합사회와 윤리 교과서의 사상가들』이라는 책이에요. 통합사회 교과서에 등장하는 주요 사상가들이 윤리 교과서 속 인물들과 거의 겹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통합사회를 공부할 때, 이 사상가들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쓰게 됐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긴 글을 부담스러워하잖아요. 그래서 한 사상가당 3~4쪽 정도, 짧고 핵심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플라톤, 공자,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익숙한 인물들도 있지만, 그들의 사상을 통합사회 맥락 안에서 다시 해석하려고 했죠. 쉽게 말하면,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짤 감성’의 철학서라고 할까요.

    이번 책은 일종의 1차 버전이에요. 다음 버전에서는 제가 수업에서 들려줬던 이야기나 사례들을 함께 담아서 조금 더 ‘이야기처럼 읽히는 사상서’를 만들고 싶어요. 아이들이 짧은 시간 안에 사상의 핵심을 이해하고, 그걸 자신의 언어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죠. 

    ─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을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제가 제일 자주 하는 말이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입니다. 요즘은 다들 너무 빨라요. 남들은 앞서가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고 느끼죠. 그런데 공부도, 성장도 결국 자기 속도가 있어요. 그걸 인정하는 게 진짜 출발점이에요.

    그리고 너무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세상은 SNS부터 성적표까지, 온통 비교투성이잖아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조금 나아졌는가’예요. 그게 공부의 기준이고, 성장의 기준이에요. 그러니까 자신을 좀 믿어줬으면 해요. 노력한 시간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요.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너를 만든 시간이 될 거예요.

    공부가 힘들 때마다 이렇게 물어보세요. “나는 왜 공부하지?”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미 성장입니다. 중요한 건 완벽한 답이 아니라, 계속 묻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에요.

    ☞ 김종익 강사

    메가스터디 사회탐구 대표 강사로,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통합사회’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복잡한 철학적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최고의 현장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윤리와 사상’ 및 ‘생활과 윤리’ 교과서 검정위원 및 현장적합성 검토위원으로 참여했으며, 2013~2018년까지 EBS 수능특강/수능완성 ‘생활과 윤리’ 및 ‘윤리와 사상’ 검토위원이었다. 2018년에는 EBSi 사회탐구 윤리 대표 강사/대표 강사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