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영의 논술 개런티] 영화 ‘미키 17’, 인류 미래에 관한 질문을 던지다
이순영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5.03.17 17:13
  • 미키17 포스터.
    ▲ 미키17 포스터.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개봉과 함께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이탈리아 작가 애드워드 애슈턴의 SF 소설 ‘미키 7’을 각색해 만들었으며, 다소 존재론적 철학을 다룬다. 봉 감독이 차기작으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세간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영화 ‘미키 17’은 복제 인간이 우주 행성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숫자는 그가 복제된 횟수를 의미한다. 미키는 마카롱 가게를 하다가 크게 망해 빚쟁이에게 쫓겨 생명의 위협에 처하게 된다. 이에 지구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는 데 있어 인류를 위해 사용되는 ‘소모용 복제 인간’으로 자원한다. 소모용 복제 인간이 되면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기도 하고, 치료법을 찾지 못하면 가차 없이 용광로에 버려져 소각된다. 마치 실험용 동물처럼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타인의 유익을 위해 쓰이고, 버려지는 용도로써의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삶과 죽음의 무한반복 속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키가 17번째 생을 맞이하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직 폐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키 18이 복제된 것이다. 그렇게 두 명의 미키가 공존하는 비상사태가 벌어진다.

  • 미키17 스킬컷.
    ▲ 미키17 스킬컷.

    이론상으로 미키 17과 미키 18은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고, DNA 복제를 통해 똑같은 것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미키 17과 미키 18은 엄연히 달랐다. 서로 다른 인격을 지닌 생명체였다. 미키 17이 다소 어설프고 엉뚱하며 희화화되어 있는 인물이라면, 미키 18은 다소 냉소적이고 주체적이며 목표한 바를 바로 실행하는 행동형 인물이었다. 이는 과학 기술에 의해 인위적인 삶을 부여받은 존재지만 이는 기술로 통제되지 않는 인간만의 특성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미키를 도구로써 대한다. 심지어 그가 복제 기계에서 새로운 미키로 탄생하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그저 자기들끼리 떠들며 딴짓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즉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없는 ‘인간 소외’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인간 복제 외에도 정치 풍자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지도자 마샬은 그저 대중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 과장된 언어와 행동으로 미디어를 통한 보여주기식 정치를 한다. 그럼에도 행성 개척민들은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지지한다. 지도자 부부에게서 품격은 찾아볼 수도 없다. 영부인이 소스를 만드는 것에만 집착한다거나, 구토를 하는 사람은 뒷전에 두고 그 때문에 바닥에 깔린 카펫이 더럽혀질 것을 걱정하는 등 저급함만이 있을 뿐이다. 인간에 대한 경외와 존중이 없을뿐더러. 행성의 토착종인 ‘크리퍼’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도자 부부는 그들을 해하려 하고 이러한 모습을 통해 자신을 영웅으로 형상화 시키고자 할 뿐이다. 

    하지만 미키는 달랐다. 계급의 격차는 인격의 격차를 의미하지 않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지도 않았다. 미키는 크리퍼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느끼고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의 공동체를 존중하며 지켜주려 한다. 그렇게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렇듯 영화는 포퓰리즘을 지향하는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대외용 페르소나와 그들의 진짜 삶의 차이를 코믹하게 그려 놓았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진중하게 논의되기 좋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기에 영화의 내용이 다소 가볍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 '기생충'에서 사용했던 방식처럼 주제 의식을 묵직하게 그리고 심도 있게 다뤘다면 명작이 될 수도 있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감독은 그저 ‘미키 17’을 SF 블랙 코미디로 남겨두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먼 미래일 수도 있지만 인류 미래와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인 인간 복제에 대한 논의를 우리 사회에 넌지시 던져 놓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영화를 통해 제기된 문제들을 차근히 떠올려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들을 준비해 보는 것이야말로 관객이 영화의 사회적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내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생각해볼 문제 ◇

    1. 인류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소모용 복제 인간’은 필요한 것인가?

    2. 인간이 도구적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3. 계급의 상하는 인격의 높고 낮음과 비례 관계가 있는지 생각을 쓰고 이와 관련 ‘평등 사회’가 왜 요구되는지를 서술하시오. 

    4. 복제된 인간끼리도 100% 같지 않다는 설정은 무엇을 시사할까? 

    5. 정치인들의 대외용 페르소나와 그들의 정치적 진위와 실천을 변별해 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6. 인류가 또 다른 행성을 개척하게 된다면 그곳의 토착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입장을 정하고 그 이유를 서술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