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진의 본투비 지구과학 이야기] 그린란드와 지구과학
안성진 이투스 지구과학 강사
기사입력 2025.03.05 08:49
  • 안성진 이투스 지구과학 강사.
    ▲ 안성진 이투스 지구과학 강사.

    최근 뉴스에서 그린란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 항로의 개척 가능성이 높아진 현 상황에서 그린란드는 북극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풍부한 자원의 개발 가능성이 잠재되는 등 이유가 다양하다. 그린란드는 지구과학에서도 의미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첫째,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남극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얼음을 포함하고 있다. 즉, 빙하가 풍부하다. 빙하는 과거부터 눈이 쌓여 만들어진 두꺼운 얼음층으로, 과거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빙하 속에 파묻혀 있는 꽃가루 화석 등을 분석하여 과거 식생에 대해 연구할 수도 있으며, 빙하를 구성하는 얼음의 산소 동위 원소비를 측정하여 과거의 기온 변화를 연구할 수 있다. 또 빙하 속에는 공기 방울이 포함된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과거에 빙하가 형성될 때 주변의 공기가 빙하 속에 갇혀서 생기는 것이므로, 이 공기 방울 속 조성을 연구하면 과거 대기의 조성에 대한 연구도 할 수 있다. 과거 대기에서 온실 기체의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연구하면 과거 기온에 대해서도 알 수 있으니, 그린란드는 지구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데 있어 보고와도 같은 곳이다. 

    둘째, 그린란드 인근 해역은 심층 순환의 대표적인 침강 해역이다. 그린란드 인근에서는 냉각에 의해 주변보다 밀도가 커진 표층 해수가 침강하여 북대서양 심층수 및 심층류를 형성한다. 이러한 심층류가 이루는 순환을 심층 순환이라 하는데 심층 순환은 표층 순환과 연결되어 저위도의 남은 열을 고위도로 수송해 전 지구적인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실감할 수 있는 사례가 있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12,900년 전에 있었던 영거 드라이아스(Younger Dryas) 빙하기이다. 

    12,900년 전보다 이전에 지구의 평균 기온이 모종의 이유로 상승하였고, 이로 인해 그린란드에 있는 대륙 빙하가 대량으로 녹았으며, 이 빙하가 녹은 물이 주변 해역에 유입, 주변 해역의 표층 염분을 낮추어, 결과적으로 표층 해수의 밀도를 낮추었다. 이 때문에 그린란드 인근에서 침강하던 표층 해수들이 제대로 침강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에따라 심층 순환 및 그와 연결된 표층 순환도 약화하여, 저위도의 남은 열을 고위도로 잘 수송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약 12,900년 전,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가 찾아왔던 사건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위의 일련의 사건이 반복되어 일어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린란드는 이러한 전 지구적 변화를 감지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셋째, 그린란드는 매우 오래된 대륙 지각을 포함하고 있는 지역으로, 선캄브리아 시대의 암석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는 지구 초기 형성 과정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대륙 이동 및 판구조론 연구에도 기여한다. 실제로 대륙이동설을 주장했던 ‘알프레드 베게너’가 대륙 이동설과 관련된 단서를 찾기 위해 그린란드로 탐사를 떠났다가 사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린란드는 전략적 요충지이며, 지구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여기에 빙상과 지질학, 천연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구과학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단순하게 그린란드의 패권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그린란드의 자연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