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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지권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만큼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겉보기엔 고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맨틀이 대류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생성된 마그마는 지각을 뚫고 상승하여 다양한 화성암을 만든다.
화성암은 마그마가 식으면서 굳어져 생긴 암석으로, 생성 위치와 조성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위치에 따라 지하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어 굵은 결정이 생긴 심성암, 지표 부근에서 빠르게 식어 미세한 결정으로 이루어진 화산암으로 나뉘고, 조성에 따라 염기성암, 중성암, 산성암으로 구분된다.
‘안산암’은 이 중 화산암이면서 동시에 중성암에 해당하는 암석이다. 화산암은 지표 부근에서 빠르게 식기 때문에 광물들이 충분히 자랄 시간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매우 미세한 결정으로 구성된 ‘세립질 조직’을 갖는 것이 특징이며, 안산암 역시 이러한 조직을 가지고 있다.
한편, 화성암은 염기성암에 가까울수록 철과 마그네슘의 함량이 높고 어두운 색을 띠며, 밀도가 크고, 산성암에 가까울수록 규소의 함량이 많고, 밝은 색을 띤다. 안산암은 중성암이기 때문에 그 중간쯤 되는 성질을 나타낸다.
그런데 안산암은 왜 안산암일까? 경기도 안산에서 많이 발견되는 암석인걸까? 그렇지 않다. 안산암은 영어로 ‘Andesite’라 부르며,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산맥(Andes Mountains)’에서 유래되었다. 안데스 산맥에서 많이 발견되는 암석이기에, 그러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 그리고 이 ‘Andesite’에서 음차를 그대로 따와서 ‘안산암’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진짜다.
왜 하필 안데스 산맥에서는 이 암석이 많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안데스 산맥에서 일어나는 화성 활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안데스 산맥 바로 근처에는 ‘페루-칠레해구’라는 대표적인 해구가 존재한다. 이 해구에서는 나즈카판이라는 해양판이 남아메리카판 아래로 비스듬하게 섭입하며 침강한다. 섭입한 해양판은 남아메리카판 아래에서 맨틀 물질에 물을 공급하여, 맨틀 물질의 용융점을 낮추고 일부를 녹인다. 그 과정에서 현무암질 마그마가 생성되는데 이 현무암질 마그마가 상승하여, 대륙 지각의 하부에 고이게 되면, 대륙 지각 일부가 녹아 유문암질 마그마가 된다. 이 과정에서 현무암질 마그마와 유문암질 마그마가 혼합되어 중간 조성의 안산암질 마그마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안산암질 마그마가 분출하여, 안데스 산맥 근처에서 화산활동을 일으키기 때문에 안데스 산맥 근처에서는 안산암이 잘 발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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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안산암’이라는 이름에는 지구 내부의 판 구조 운동과 마그마의 생성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무심코 부르는 암석 하나에도 지질학적 맥락과 지구의 거대한 역사가 스며 있다는 사실은, 지질학이 단순히 암기 과목이 아닌, 지구를 이해하는 학문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눈앞의 암석 하나, 단순한 돌덩이로 치부하고 지나치기보다는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보자. 그 속에서 우리는 지구의 역사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얻게 될지 모른다.
[안성진의 본투비 지구과학 이야기] 안산암은 왜 안산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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