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진의 본투비 지구과학 이야기] 동일 과정의 원리와 지사학의 법칙
안성진 이투스 지구과학 강사
기사입력 2025.02.04 09:00
  • 안성진 이투스 지구과학 강사.
    ▲ 안성진 이투스 지구과학 강사.

    지구과학1에서 ‘지층의 상대 연령’을 학습할 때, 제임스 허턴(James Hutton)이 제창한 ‘동일 과정의 원리’를 학습한다. 현재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지질학적 변화 과정은 과거에도 동일하게 일어났으며, 이를 통해 과거의 지구 역사를 해석할 수 있다는 원리이다. 한마디로 ‘현재는 과거를 아는 열쇠’인 것이다.

    동일 과정의 원리는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시험에서 직접적으로 잘 출제되지 않기 때문에 그 중요도를 실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사학의 법칙을 이해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기본 원리이다. 

    ◇ 과학사적 배경: 동일 과정의 원리가 탄생한 이유

    동일 과정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제임스 허턴이 활동할 당시, 지층의 형성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대홍수와 같은 극단적인 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과거에 지구 전체가 물에 잠긴 대홍수가 발생했고, 이때 다량의 퇴적물이 쌓이면서 매우 짧은 시간에 지층이 형성됐다고 믿었다. 그러나 허턴의 생각은 달랐다. 허턴은 오늘날 관찰되는 자연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암석들이 풍화 및 침식을 받은 뒤 어디론가 운반되어 퇴적되는 과정을 관찰하며, 이러한 과정이 매우 오랜 시간 반복돼 지층이 형성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동일 과정의 원리를 제창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퇴적암 및 지층의 형성 과정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 바로 동일 과정의 원리이다. 

    ◇ 동일 과정의 원리와 지사학의 법칙

    동일 과정의 원리에 따르면, ‘현재에도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일은 과거에도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지층 및 암석의 생성 순서를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런데 가능성이 높고 낮음의 기준은 무엇일까? 현재에도 흔히 관찰되는 지질학적 사건은 가능성이 높은 것이며, 극단적이거나 비일상적인 사건은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지사학의 법칙’이다. 지사학의 법칙은 지층 및 암석의 생성 순서를 해석함에 있어 가능성이 높은 일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지사학의 법칙 중 하나인 ‘수평 퇴적의 법칙’은 지층이 수평하게 쌓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칙에 따르면, 지층이 만약 기울어져 있거나 휘어져 있다면, 수평하게 쌓인 뒤, 지각 변동을 받은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지층이 원래 쌓일 때부터 기울어지거나 휘어진 상태로 쌓이기보다는 수평하게 쌓인 뒤 지각 변동을 받는 것이 더 이 가능성 높은 일이라는 의미이다. 

    ◇ 지사학의 법칙에 따른 해석

    동일 과정의 원리에 따라 지층 및 암석의 생성 순서를 해석할 때는 철저하게 지사학의 법칙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 지구과학1에서 지층의 상대 연령과 관련된 문제를 풀다 보면, 많은 수험생이 ‘꼭 그렇게 해석해야만 하는가? 만약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면, 문제와 같은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라는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만약’이라는 전제가 붙는 순간, 그 상황이 가능성이 낮은 일임을 의미한다. 이는 동일 과정의 원리를 해치는 것이다. 지층 및 암석의 생성 순서를 판단할 때는 주관을 개입시키지 말고, 지사학의 법칙을 이해한 뒤, 철저하게 지사학의 법칙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

    동일 과정의 원리와 지사학의 법칙은 단순히 시험을 위한 지식이 아니라, 지질학적 현상을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이다. 이를 통해 지구의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시험 문제를 풀 때도 흔들리지 않는 논리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명심하자. 현재는 과거를 아는 열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