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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어린아이가 성인으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성장 단계이다. 이 시기 청소년은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겪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 역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많은 학부모가 사춘기 자녀의 반항적 태도나 소통의 단절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떻게 이 시기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자녀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김붕년 서울대학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그 해답을 ‘존중과 이해’라고 꼽았다.
김붕년 교수는 “부모가 해야 할 것은 존중과 공감의 태도로 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면서 “아이가 말을 시작하면 비판하지 않고 경청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부모의 말투와 태도 자체가 자녀에게 자극을 줄이는 안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자녀와의 갈등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춘기는 아이가 정체성을 탐구하고 자율성을 키우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때 아이는 단순히 부모의 지시를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가족 내에서 의견을 나누고 함께 결정할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우받아야 하죠. 부모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접근하면 아이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줄이고 긍정적인 소통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비스듬히 앉아 있거나 다리를 꼬고 있는 등 특정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문제 삼기보다는, 그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해요. ‘지금 피곤하구나, 그렇게 편하게 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하며 대화를 시작하면, 아이도 부모의 관심과 존중을 느낍니다. 이런 태도는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더 깊은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이의 결정을 존중할 수 있을까요?
“부모는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이나 취향에 대해 충분히 경청해야 해요. 만약 아이가 게임이나 특정 동아리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면, 왜 그 활동을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려고 한다는 점을 느끼고, 부모의 조언도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대체로 부모는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 더 적극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싶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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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목표가 아이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의도가 전면에 나서면 대화는 실패할 가능성이 커져요. 먼저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네가 이 활동을 통해 이렇게 즐거워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고 생각해’라는 식으로 인정을 표현하세요. 그 후에 ‘이 활동도 좋지만, 앞으로 고등학교 준비를 위해 이런 선생님이나 프로그램이 도움이 될 것 같아. 네 생각은 어떠니?’라는 식으로 타협점을 찾는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대화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거나 아이가 부모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는요?
“부모가 먼저 좌절하거나 분노해서는 안 됩니다. 대화를 마무리할 때, 항상 격려와 인정으로 끝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게임 시간을 줄이지 않겠다고 고집한다면, ‘네가 게임에서 친구들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엄마도 그 게임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어’라고 격려하는 말을 남기고 대화를 마무리하세요.
이런 방식으로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해한다고 느끼게 돼요. 이는 이후에 스스로 부모의 조언을 떠올리고 더 나은 선택을 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핵심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이와의 대화는 공감으로 시작해서 격려로 끝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아이의 취향과 관심사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며 아이가 부모와 편안히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세요. 마무리 단계에서는 비록 부모의 목표가 완전히 달성되지 않더라도, 아이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말로 끝내야 아이와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아이와의 대화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화마다 아이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부모의 조언을 무리하지 않게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신뢰를 쌓아 나갈 수 있죠. 이 신뢰가 쌓이면 아이도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 훈육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특히 체벌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가요?
“훈육은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고 성장하도록 돕는 중요한 과정이지만, ‘물리적 체벌’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체벌은 단기적으로 아이의 복종을 끌어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부모와 아이 간의 소통과 신뢰를 단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요.
사춘기 아이들은 정체성을 탐구하고 자율성을 키우려는 욕구가 강합니다. 이런 시기에 체벌은 아이의 자기 존중감과 성장 욕구를 억누르고, 부모의 권위에 억지로 복종하게 만들어요. 아이는 겉으로는 따르는 척할 수 있지만, 이는 두려움과 현실적 생존 이유에서 비롯된 반응일 뿐, 결코 부모의 훈육 의도를 진정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닙니다.”
─ 체벌이 아이의 감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체벌은 아이의 뇌에서 아미그달라를 과도하게 자극합니다. 이는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아이가 부모를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할 수 있죠. 이런 관계가 지속되면, 아이는 부모뿐만 아니라 권위적인 인물에 대해 지속적인 불신과 방어적 태도를 갖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부모-자녀 관계를 넘어서, 아이의 사회적 관계와 심리적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부모가 순간적으로 화를 내거나 체벌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부모도 사람이기 때문에, 때로는 화가 나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과는 필수예요. 즉각적으로 사과할 수 없다면, 마음을 추스른 후 아이와 진지하게 대화하며 상황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엄마(아빠)가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나서 잘못된 행동을 했어. 네 마음이 얼마나 상했을지 미안하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할게.’ 이런 태도는 부모가 아이를 존중하고 책임감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보여주죠. 이후의 대화와 관계 회복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훈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존중하고, 공감과 대화를 통해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 최근 청소년 우울증, 학교폭력, SNS 중독 등 다양한 문제가 화두입니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내면적 고통을 겪거나, 반대로 공격성과 분노 조절 문제 같은 외부적 행동 문제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이의 기질, 즉 타고난 성향과 연관이 깊어요. 어떤 아이는 스스로 괴로워하고, 어떤 아이는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방식으로 나타내기도 하죠.
또, 청소년들은 무언가에 몰입하고 빠져드는 경향이 강합니다. 요즘은 게임이나 SNS뿐만 아니라 도박 중독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이 모든 중독 문제는 아이들의 뇌에서 조절 능력이 저하되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는 아미그달라와 전두엽의 네트워크 문제에서 기인한 심리적 병리들이에요. 이 문제는 우울증, 불안, 공격성, 중독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 이런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요?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환경을 건강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부모가 그 환경의 중심에 있어요. 우선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세요.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무엇을 겪고 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해요. 심리치료나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세요. 부모가 먼저 감정을 조절하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부모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도 따라 안정감을 느끼고, 더 나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약물치료나 전문 상담이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세요. 요즘은 청소년을 위한 안전한 치료 방법이 많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합니다.
청소년기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 아이들은 더 건강하고 성숙해질 수 있어요.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를 겪은 아이들이 나중에 자기 통제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의 방식을 배우는 경우도 많아요. 청소년기의 뇌는 발달 중이기 때문에 이런 경험이 긍정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님이 아이를 지지하고 필요한 도움을 적시에 제공한다면, 대부분 아이는 성장 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잘 극복합니다. 결국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이런 과정을 건강하게 넘기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 사춘기 자녀로 인해 힘들어하는 부모들에게 조언하자면?
“아이를 이해하고 연민을 가지는 것입니다. 많은 부모님은 자녀를 너무나 사랑하고,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을 미리 정해 놓고, 그 길을 요구하곤 합니다. 하지만 청소년기는 아이가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기예요. 특히 우리나라 아이들은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심한 시간적 압박과 자기 비난에 시달려요. 항상 해야 할 일이 많고, 그걸 다 못하면 자신을 자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시기에 아이들은 자신을 달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어요. 사실, 마음의 안정감을 얻는 데 가장 좋은 건 문학, 예술, 체육 활동인데요.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활동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할수록 학원과 과외로 아이들의 시간을 꽉 채우는 경우가 많죠.
아이들은 각자 좋아하는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정리할 수 있어야 해요. 좋은 글이나 시를 읽고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며 내면을 정리한다거나, 음악이나 미술같은 활동을 통해 창의력을 발휘하고 성취감을 느낀다거나,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건강하게 소진하는 방법도 있죠. 부모님께서 아이가 이런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주고 지원해 준다면, 자연스럽게 게임, 도박 같은 중독에서 멀어질 뿐 아니라 감정 조절도 훨씬 좋아질 거예요.”
─ 끝으로 청소년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인가요?
“아이가 지금 얼마나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해요. 아이들은 사춘기를 겪으면서 예민성이 증가하고, 조절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놓이게 돼요. 이런 변화를 부모님이 ‘아이의 성장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약간의 연민과 공감을 가지신다면 상황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겁니다. ‘왜 이렇게 변했지?’라는 생각보다는, ‘이 아이가 지금 얼마나 흔들리고 힘들까?’라고 바라봐 주세요. 그렇게 하면 부모의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아이를 중심으로 상황을 다시 설계할 수 있게 됩니다.
부모님이 아이의 변화를 이해하고 아이에게 공감과 격려를 보내면, 아이도 부모와 더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되죠. 결국, 청소년기를 무사히 넘기는데 부모님의 역할은 단순히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사춘기의 어려움은 성장의 일부입니다. 부모님께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지시고 아이를 도와주는 마음으로 다가가 주신다면, 아이는 지금의 어려움을 딛고 훨씬 더 건강하고 성숙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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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붕년 서울대학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소아청소년정신의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회인 국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부회장이며, 발달장애 거점병원 중앙지원단장과 행동발달증진센터장을 맡고 있다. 임상과 연구를 오가며 소아청소년 정신보건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상, 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ADHD, 자폐 스펙트럼 등 발달장애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EBS <학부모 수업> 등의 방송 프로그램과 유튜브, 대중 강연 등 다양한 매체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10대 놀라운 뇌 불안한 뇌 아픈 뇌>, <4~7세 조절하는 뇌 흔들리고 회복하는 뇌> , <나보다 똑똑하게 키우고 싶어요> 등을 집필했다. 최근에는 책 <천 번을 흔들리며 아이는 어른이 됩니다> 출간해 사춘기 자녀 양육자와 10대를 위한 현실 밀착형 조언과 든든한 위로를 전했다.
[인터뷰②] 김붕년 서울대병원 교수 “자녀가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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