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김붕년 서울대병원 교수 “사춘기 시기 변화는 건강한 정체성 형성의 신호”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4.11.20 10:00
  • 사춘기는 어린아이가 성인으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성장 단계이다. 이 시기 청소년은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겪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 역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많은 학부모가 사춘기 자녀의 반항적 태도나 소통의 단절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떻게 이 시기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자녀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김붕년 서울대학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그 해답을 ‘존중과 이해’라고 꼽았다. 

    김붕년 교수는 “부모가 해야 할 것은 존중과 공감의 태도로 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면서 “아이가 말을 시작하면 비판하지 않고 경청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부모의 말투와 태도 자체가 자녀에게 자극을 줄이는 안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사춘기 청소년이 겪는 심리적 변화는 무엇인가요?

    “사춘기의 가장 큰 심리적 특징은 ‘정체성 형성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삶의 목표나 선호도를 탐구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또 어떤 성적 지향을 갖는지를 고민합니다. 즉, 성인으로서 살아가면서 필요한 ‘사회적 적응’과 관련된 모든 요소를 이 시기 고민하고, 쌓아가는 겁니다.

    특히 사춘기 청소년들은 자기의식이 굉장히 강해집니다.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에 민감하게 반응하죠. 학교에서도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마치 자신이 사람들 시선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자신을 인정받고 싶어 하면서 동시에 타인의 평가에 매우 민감한 시기인 거죠. 흥미로운 점은 겉으로는 강하고 자신감 있어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불안과 취약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 이 시기 청소년들은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많은 변화를 겪죠.

  • 김붕년 서울대학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 김붕년 서울대학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맞습니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부모님의 간섭이나 통제를 부담스러워하고, 독립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물론 부모님이 자신을 돌보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인정받고 싶어 하죠. 그래서 부모님의 권위를 약간 도전하거나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때 부모님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어요. 아이가 반항적으로 변하면 문제 행동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그게 아니라 건강한 정체성 형성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합니다. 부모님께서 이를 이해하고 ‘우리 아이가 이제 어른으로서 첫걸음을 떼는구나’라고 받아들여 준다면, 자녀와의 관계는 훨씬 긍정적으로 될 거예요.”

    ─ 뇌 발달 측면에서는 어떤 변화를 겪나요?

    “사춘기 시기 뇌 발달은 이전 시기와는 완전히 다른 변곡점을 맞이합니다. 청소년기의 시작과 함께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분비되면서, 뇌 발달 속도가 크게 가속화됩니다. 예를 들어,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농도는 10대 초중반에 1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하는데요. 이러한 호르몬 변화는 단순히 신체적 변화뿐 아니라 뇌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성호르몬은 뇌의 ‘아미그달라’라는 부위를 강하게 자극합니다. 아미그달라는 감정, 특히 생존 본능과 관련된 감정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공포, 불안, 분노, 공격성과 같은 강렬한 정서적 반응이 이곳에서 관리됩니다.

    호르몬 변화로 인해 아미그달라의 예민성이 몇 배나 증가하면서, 청소년들은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불안하거나 분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말이나 행동이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정서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죠.

    뇌의 컨트롤 타워인 전두엽에서도 청소년기에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전두엽은 고위 인지 기능, 정서 조절, 사회적 판단 등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 시기에는 ‘가지치기(pruning)’라는 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됩니다. 가지치기는 불필요한 신경 연결을 제거하고 핵심적인 신경망을 강화하는 작업으로, 성숙한 뇌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청소년기의 전두엽 기능은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조절 능력이 떨어집니다. 결국, 감정을 통제하는 아미그달라는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이를 조절해야 할 전두엽은 불안정해지는 이중적인 고통 상태가 나타나게 됩니다.

    또한, 청소년기의 뇌는 정서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인지 능력에서는 큰 도약을 이룹니다. 논리적 사고, 수리적 능력, 탐구력, 창의력 등 다양한 지적 영역이 크게 발달하며, 이는 인간이 갖는 뇌의 놀라운 잠재력을 보여줍니다. 청소년기의 독창적인 생각이나 예술적 성취는 이 시기의 뇌 발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음악가나 예술가들의 초기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청소년기에 천재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죠.

    청소년기는 뇌 발달의 긍정적 역동성과 부정적 취약성이 공존하는 시기입니다. 정서적으로는 불안정하지만, 지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적절한 교육과 환경적 지원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선호도와 재미를 고려한 경험과 학습 기회를 제공하면, 이 시기의 뇌 발달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 사춘기 자녀와의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사춘기 자녀와 의사소통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 청소년기의 자녀는 이전 아동기와는 심리적, 정서적으로 매우 다른 상태에 있습니다. 아동기에는 부모가 ‘지시자’이고, 아이가 ‘수행자’였던 관계가 청소년기가 되면 보다 대등한 관계로 변화해야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부모는 이를 이해하고 아이를 동등한 존재로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부모는 경제적,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으므로 가족 내에서의 역할이 동등하지 않을 수 있죠. 하지만 심리적, 정서적으로는 아이와 대화의 주체로서 대등하게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부모는 아이가 겪고 있는 정서적 변동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사춘기의 아이들은 하루하루 감정이 변하기 쉽습니다. 월요일에는 기분이 좋았다가, 화요일에는 짜증을 내고, 수요일에는 우울해지는 등 감정의 색깔이 급격히 바뀌곤 하죠. 이는 호르몬의 변화와 뇌 발달, 특히 아미그달라(편도체)의 예민성 증가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병적인 상태로 오해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해요.”

    ─ 부모가 사춘기 자녀의 양육 과정에서 피해야 할 행동이나 말은요?

    “지나친 통제와 공격적인 언행을 꼽고 싶어요. 사춘기 아이들은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부모의 말과 행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부모가 아이의 자율성을 무시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사용할 경우, 아이의 아미그달라가 강하게 자극을 받죠. 이는 결국 감정적인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일 뿐이에요. 

    특히 사소한 일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아이의 선택을 제한하는 등 불필요한 통제는 아이의 반발심을 키웁니다. 예를 들어, ‘왜 이렇게 방을 어지럽혔니?’ 또는 ‘공부 좀 똑바로 해!’ 같은 잔소리는 아이 입장에서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 ‘너는 왜 그렇게 게으르니?’와 같은 모욕적이거나 부정적인 말, 아이의 가치를 폄하하는 말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이는 아이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주고, 부모와의 정서적 거리감을 넓힙니다. 

    이와 더불어 사춘기 아이들은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방을 허락 없이 들어가거나, 휴대폰 내용을 확인하는 행동은 아이에게 강한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 책 <천 번을 흔들리며 아이는 어른이 됩니다>.
    ▲ 책 <천 번을 흔들리며 아이는 어른이 됩니다>.

    김붕년 서울대학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소아청소년정신의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회인 국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부회장이며, 발달장애 거점병원 중앙지원단장과 행동발달증진센터장을 맡고 있다. 임상과 연구를 오가며 소아청소년 정신보건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상, 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ADHD, 자폐 스펙트럼 등 발달장애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EBS <학부모 수업> 등의 방송 프로그램과 유튜브, 대중 강연 등 다양한 매체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10대 놀라운 뇌 불안한 뇌 아픈 뇌>, <4~7세 조절하는 뇌 흔들리고 회복하는 뇌> , <나보다 똑똑하게 키우고 싶어요> 등을 집필했다. 최근에는 책 <천 번을 흔들리며 아이는 어른이 됩니다> 출간해 사춘기 자녀 양육자와 10대를 위한 현실 밀착형 조언과 든든한 위로를 전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