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 “AI 기술업체와의 협력, 대학 교육의 맞춤형 전환 이끈다”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4.11.08 14:52
  • 프리윌린 홈페이지.
    ▲ 프리윌린 홈페이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미래 인재상이 변화하면서 대학의 교육 방식도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제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를 위해 대학들은 최근 AI 기반 학습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등 각 학생에게 맞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프리윌린의 ‘풀리캠퍼스’는 대학 교육의 AX(AI Transformation), 그 중심에 있다. 풀리캠퍼스는 대학 교육 전문 AI 코스웨어로, 국내 유일의 대학생 기초학력 진단평가 실증 운영 경험을 가졌다. 지난 2020년부터 건국대학교와 숭실대학교에서 활용하고 있는 진단평가 솔루션이 바로, 풀리캠퍼스이다. 대학 교양 및 전공 교과목 수강 전 신입생과 재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서비스로, 학생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보완 학습을 제공한다. 현재 공주대, 백석문화대, 연세대, 서울여대 등 전국 30여 개 대학에서 풀리캠퍼스를 도입해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주관하고, 한림대학교가 운영하는 ‘2024 고등교육 에듀테크 소프트랩 실증 기업’으로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는 “다양한 학문을 융합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AI를 비롯한 다양한 에듀테크 솔루션이 학문 간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전공 간 융합을 이뤄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
    ▲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

    ─ 풀리캠퍼스를 비롯한 에듀테크 솔루션이 대학 현장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풀리캠퍼스를 예로 들면, 대학 현장에서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먼저, 신입생의 기초 학습 능력을 진단하는 용도다. 신입생이 수학이나 과학에서 전공 수업을 듣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이 부족할 경우, 진단을 통해 이를 파악하고 필요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전공 수업에서도 풀리캠퍼스를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이전에는 대학 조교들이 시험, 과제, 퀴즈 준비와 채점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전공과목의 퀴즈와 진단 과정에도 풀리캠퍼스가 도입돼 사용된다. 특히 기존에는 학생이 틀린 부분을 보완할 기회가 제한적이었지만, 솔루션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 다양한 학교와 협업하고 있다. 현재 대학과의 협력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풀리캠퍼스는 본래 고등학생을 중점으로 둔 솔루션이었다. 3~4년 전 건국대의 요청을 통해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학습 솔루션을 개발하면서 대학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게 됐다. 당시 건국대는 신입생들의 기초 학습 수준을 평가하고, 학생마다 필요한 콘텐츠를 맞춤 제공하길 원했다.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건국대와 3~5년에 걸친 단계별 계획을 세웠다. 첫해에는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검증하고, 이후에는 수학 외의 다른 과목으로 서비스를 확대했으며, 3년 차부터는 대상 학생 수를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확장해 왔다. 현재는 건국대뿐 아니라 연세대와 보건계열 대학 등 여러 대학과 협력하고 있으며, 각 대학이 필요로 하는 특화된 콘텐츠를 맞춤 제공하거나 공동 개발하며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 풀리캠퍼스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국내 유일 대학생 기초학력 진단평가 실증 운영 경험을 가졌다는 점이다. 풀리캠퍼스는 4년간 신입생 진단 경험과 성공 사례를 통해 검증된 결과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건국대와의 협력 사례를 통해 신입생 기초 학습 진단과 맞춤형 학습 콘텐츠 제공에서 성과를 거두며, 경쟁력을 쌓아 왔다.

    또한, 풀리캠퍼스는 각 대학의 요구에 맞춰 LMS 연동, 맞춤 페이지 디자인, 시스템 통합 등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지원한다. 국내 대학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에 빠르게 대응하다는 점이 해외 솔루션과의 차별화된 포인트다. 예를 들어, 외국 솔루션은 외국어로 제공되고 국내와는 커리큘럼과 맞지 않아 사용이 어려운 반면, 풀리캠퍼스는 국내 콘텐츠와 과정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 풀리캠퍼스를 도입한 이후, 교수와 학생 간 상호작용 방식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교수와 학생 간 상호작용 보다는 기술이 제공하는 다양한 이점을 통해 교수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대학 교육의 전반적인 질이 높아졌다. 

    먼저, 학생들의 기초학습 능력 향상을 위해 진단평가와 보완학습을 제공해 교수들이 보다 원활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지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제는 진단평가 결과에 따라 프로그램을 통해 부족한 학습을 보완할 수 있어 교수들이 균일한 기초 수준을 갖춘 학생들과 수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교수가 수업 전 학습 데이터를 통해 학생들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수업 중에 학생의 이해도를 교수가 그때그때 파악해 대응했지만, 지금은 수업 전 진단을 통해 학생별 학습 상황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수업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 

    또한, 교수들이 직접 문제를 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변화의 한 부분이다. 과거에는 교수나 조교가 문제 제작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이제는 필요한 문제를 쉽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어 수업 준비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덕분에 교수들은 연구와 수업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됐고, 학생도 보완학습 기능을 통해 자신의 수준에 맞춘 문제를 제공 받게 됐다.”

  • 풀리캠퍼스 AI 튜터 시스템.
    ▲ 풀리캠퍼스 AI 튜터 시스템.

    ─ 대학의 ‘무전공 선발’이 확대되면 풀리캠퍼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전공 선발이 확대되면 학생들의 기초학습 수준의 편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대비해 풀리캠퍼스는 ‘AI 튜터 시스템’을 준비해왔다. 내년부터 AI 튜터 시스템은 ▲고등학교 이수 과목에 따른 진단평가 ▲세부적인 학습 진단 및 사전 학습 ▲전공에 필요한 기초 과목 가이드라인 ▲국가 지침에 맞춘 커리큘럼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무전공 학생들은 각기 다른 학습 배경을 가지고 입학하므로, 그들의 고등학교 이수 과목과 목표 전공 간의 학습 연관성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풀리캠퍼스의 ‘AI 튜터 시스템’은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학습한 과목과 전공의 적합성을 진단해 스스로 자신의 학습 준비 상태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학은 학생들의 다양한 학력 차이를 관리하기 위해 별도의 강사를 섭외하지 않아도 되고, 별도의 준비 과정 없이 체계적으로 학생들의 기초 학습 상태를 파악하고 지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과 부적응이나 과락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 ─ 실제 사용자인 학생들의 만족도는 어떠한가.

    “건국대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풀리캠퍼스가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22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6% 이상의 학생들이 프로그램이 강의 수강에 유익하다고 답했으며, 부정적인 평가는 3~4%에 불과했다. 또한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활용 여부에 대해서도 98%가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1.8%에 그쳤다.

    학생들은 하루 평균 약 30분간 20~30개의 문항을 풀며 학습하고, 처음 진단평가에서 틀린 문제에 대해 보완 학습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학습을 이어간다. 이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반복 학습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는 등 적극적인 학습 태도를 보이는 학생들도 많았다.”

  •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
    ▲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

    ─ 사용자들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은.

    “많은 학생이 자신의 전공 학업 능력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데, 풀리캠퍼스를 통해 스스로 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는지 사전 평가할 수 있어 심리적 안정을 얻게 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무전공 진학이나 인기 전공 선택 시에도 진단과 보충 학습 기회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고등학교 전 과정을 반복할 필요 없이 전공에 필요한 개념이나 필수 사항에만 집중할 수 있어 학습 효율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많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념 설명과 유사 문제들이 풍부하게 제공돼 필요한 내용만 선택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

    ─ 수학, 과학 등 이공계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과학이나 인문계열로 확장할 계획은.

    “현재는 수학과 과학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일부 이번 학기부터 일본어나 통계학과 같은 과목에서도 풀리캠퍼스가 사용되고 있다. 언어 시험이나 한국어, 문해력 시험 등 평가 중심 과목은 이미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AI 기술의 발전을 통해 서술형 피드백이나 인문학적 분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앞으로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과목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 있으며, 대학 과목에 맞춰 순차적으로 과목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다만, 인문계열의 경우, 과목 간 공통분모가 적고, 필수 학습 내용이나 커리큘럼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서비스 확대가 쉽지는 않다. 까다로운 과제이지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 대학들이 에듀테크 솔루션을 도입 과정에서 주로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대학들이 에듀테크 솔루션을 도입하려 할 때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다수의 선도 대학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솔루션 도입 의사를 표했지만, 막상 도입 단계에서는 예산 문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에듀테크 관련 예산 항목이 따로 마련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일부 대학은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도입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유 있는 재정을 가진 대학들은 다양한 기능과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들은 일부 학생들만 제한적으로 솔루션을 사용하는 편이다. 늘 이러한 격차가 아쉽다.”

  • ─ 앞으로 대학 교육에서 기술은 어떻게 적용되며, 대학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기술이 대학 교육에 적용되면서 ‘융합형 인재 양성’이 대학의 중요한 목표가 될 것이라 본다.정부 역시 다양한 학문을 융합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AI와 에듀테크 솔루션은 학문 간 장벽을 낮춰 다양한 전공 간 융합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할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더 능동적인 학습이 가능해지고, 대학 교육은 강의 중심에서 벗어나 맞춤형 학습 경험과 융합형 사고를 기를 수 있는 환경으로 전환될 것이다.”

    ─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대학과 기술기업 간 어떤 협력이 필요할까.

    “콘텐츠 공동 개발과 상호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대학마다 전공과 과목이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콘텐츠를 기술 업체가 독립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대학으로부터 커리큘럼을 공유받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현재 프리윌린도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여러 과목에서 콘텐츠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연세대와는 한국어 과정, 백석문화대와는 의학용어 콘텐츠 개발을 협력 중이다. 이처럼 각 대학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콘텐츠로 제공하면, 이를 기술기업이 시스템화해 빠르고 고도화된 학습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공동 개발한 콘텐츠가 특정 대학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방안도 준비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과 기술기업이 공유한 콘텐츠를 확장해야 한다. 이때 대학과 기술기업이 수익을 나누는 구조로 협력 모델을 강화하는 등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협력체계를 확충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대학 시장에서 에듀테크 솔루션의 전망은.

    “그동안 한국의 에듀테크는 주로 초중고 중심으로 지원됐으며, 대학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고 본다. 하지만 대학은 미래 경쟁력 높이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기술에 대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곳이다. 특히 대학 과목은 글로벌 공통 교재와 콘텐츠가 많아 해외 진출 시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초중고 교육은 각국의 교육 과정이 다양해 해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많지만, 대학 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콘텐츠와 커리큘럼을 활용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대학에서 많이 사용되는 교재가 원서로 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기반으로 한 대학용 에듀테크 솔루션은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재 대학마다 효과적인 학습 성과를 낸 데이터와 사례들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다른 대학들과 공유할 방법이 부족한 현실이다. 대학들이 서로 성과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보다 나은 콘텐츠와 코스웨어를 경험하고, 더 높은 학습 성취도를 달성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