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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고입 시즌이다. 과학고 모집은 진행 중이고, 자사고와 지역 일반고 등도 앞다투어 학교 설명회 등 자교 홍보에 한창이다. 흔히 고교 선택은 ‘대입 성공의 출발점’이라고들 하는데, 더욱이 내년은 고교학점제, 내신 5등급제, 문. 이과 통합 수능 등으로 입시의 큰 틀이 바뀌는 첫해다. 이런 이유로 어느 해보다 고교 선택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이번 호는 고교 선택 시에 꼭 따져봐야 할 사항들을 정리했다.
◇ 고교 선택의 기본사항들, 지리적 거리? 친구 관계?
자신이 사는 지역 일반고를 선택하는 경우, 무엇보다 통학 거리를 따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학교가 가까우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 등교 시간의 부담도 줄거니와 공부할 때 체력 안배에도 유리하다. 고등학생이 되면 중학생 때에 비해 공부량이 급격히 늘고, 발표형 수업. 개별. 모둠별 수행평가 등 챙겨야 할 일이 태산이다. 등교 시간이 넉넉해 아침에 10분 정도 더 잘 수 있다면 고교생의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다음은 중학생 때 친구들이 어느 학교로 가느냐도 학생들에게는 큰 관심사다. 적당한 수의 친구들이 같은 고교로 진학하면, 새로운 학교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무래도 빨라진다. 친구 관계 스트레스로 고민하고 그 때문에 성적에도 직접적 영향을 받는 일이 고교생활에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 세부 사항 따져보기, 재학생 인원? 교과 프로그램? 대입 결과?
요즘 자사고 설명회에서는 자교의 대입 실적을 홍보하면서 재학생과 졸업생, 또는 중복합격자를 나누어 브리핑하는 사례가 늘었다. 예전에는 위와 같은 사례들을 한꺼번에 묶어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00 고교는 앉아만 있어도 00 대학 이상은 간다.”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왔다. 대입 결과는 고교 선택 시 무시할 수 없는 잣대이기도 하다. 최상위권 대학 합격 실적에서 수시와 정시 비율을 따져보면, 해당 고교가 수시. 정시 어디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내신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완화되다 보니, 그동안 내신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자사고와 특목고 등으로 학부모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내신 5등급제 상황에서 1.0 등급 또는 1.0등급에 준하는 내신 고득점자들이 대거 양산된다는 전망이 유력해지자, 중등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고교 선택 고민이 한층 더해졌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사회. 과학 융합 선택 9과목과 과학탐구실험1, 과학탐구실험2를 포함해 총 11과목이 절대평가 과목이다. 그 외는 모두 상대평가 과목이다. 개정 교육과정의 과목들은 예전보다 더 세분화되었는데, 그런 이유로 수강 인원이 더 잘게 쪼개어지면 10% 이내인 1등급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 자사고. 특목고 등은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로 선택, 융합 선택, 전문 교과 등 다양한 과목들이 개설될 가능성이 높은데, 거의 다 상대평가 과목이라 1등급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대학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의학 계열을 포함한 상위권대 수시에서는 내신 선택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들이 주로 합격권 내에 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서울대를 포함한 상위권 대학 다수가 정시에서도 내신성적 또는 내신성적을 포함한 학생부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므로, 특히 자사고와 일반고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중등 수험생들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이유 등으로 고교학점제보다 내신등급제 변화에 대한 관심이 다소 기형적으로 커지고 있다. 애초에 내신 전과목 절대평가에 기반한 고교학점제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일부 과목만 내신 절대평가로 전환한 지금의 고교학점제에 대한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이유도 있다. 중등 수험생과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1등급 받기 수월한 환경의 고교를 따지게 되는 데, 먼저 재학생 인원수에 눈길이 갈 것이다. 경기권 신도시 지역에서는 한 학년이 500명을 넘기는 일반고도 있고, 일부 구도심에서는 한 학년이 100명이 채 안 되는 일반고도 있어 인원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일반고 선택 시에는 대부분 거주지와 근거리 범위 내일 것이므로, 자신이 거주하는 학군 내의 고교 재학생의 인원수부터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자신이 속한 학군 내의 일반고를 지망할 때, 가급적 어느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배정될 확률이 높은지가 궁금하다면 재학 중인 학교의 담임 교사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다. 최고의 고입 전문가는 다름 아닌 여러분을 지도하고 계신 담임 선생님이다.
11월이 가까워오면서 상당 수의 고교들이 2025년 교육과정을 자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수학과 과학 프로그램부터 어떤 과목들이 어느 학년에 개설되어 있는지를 살펴보길 바란다. 일반고 중에서도 고2학년에 수학 과목 대부분을 이수해야 하는 학교도 있고, 전국형 자사고나 광역형 자사고 중에서는 심화 과정 수학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수학 교과를 2학년에 집중적으로 개설한 학교도 있다.(표 참고) 자신이 다닐 고교의 교육과정은 고교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고, 이를 미리 숙지해 놓아야 앞으로의 학습계획도 효율적으로 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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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학교마다 다른 수학, 영어, 과학 등 주요 교과의 과목별 평균과 학업 성취도를 비교해보는 것도 고교 선택 시에 도움이 된다. 해당 교과목 평균 점수의 학년별 변화와 학업 성취도의 분포에 특이한 점은 없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상위 이상의 성취도 비율이 적정한지, 또는 하위 성취도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닌지 비교 분석하기를 권한다.
[이종환의 입시큐] 고교 선택을 깊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
이종환 입시전문가, 이오스 러닝 대표, 대치명인 입시센터장
jh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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