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본 수업이 시작하기 전 학생들은 개념 동영상 강의를 시청한다. 서혜승양이 친구들 앞에서 수학 개념을 발표하고 있다. 권민영·이동준·박시언군이 문제해결을 위해 토론을 하고 있다. / 이신영 기자 ·
지난 2013년 국내의 한 중학교에 처음 도입된 거꾸로 교실(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에 대한 반응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공교육뿐만 아니라 학원가에서도 플립 러닝을 도입한 학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플립 러닝은 학생이 미리 동영상 강의를 통해 기본 지식을 습득해 온 뒤 교실에서 문제풀이·발표·토론 등 심화 수업을 하는 방식이다. 올림피아드교육의 수학학원 유투엠(U2M)은 교육업계에서 플립 러닝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플립 러닝의 학습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유투엠 수업 현장을 찾았다.
◇학생이 말하자 학습효과 높아져"한 대회에 1만7500명이 지원했고 그중 125명이 본선에 진출하면 이 대회의 본선 진출 경쟁률은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김희정 강사의 질문에 이동준(서울 세륜초 6)군은 같은 조원인 권민영(서울 가동초 6)·박시언(서울 방산초 6)군과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이동준군이 "경쟁률은 한 명이 합격할 때 몇 명과 경쟁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하자 권민영군은 "125명을 한 명이라고 치고 비례식을 써 보자"고 덧붙였다. 박시언군이 17500을 125로 나누면서 140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셋이 뭉쳐 '140대 1의 경쟁률'이라는 정답을 도출해냈다.
토론은 '말하는 수학'이라는 유투엠의 특별한 교육과정을 대표한다. 유투엠은 학생이 직접 강의에 참여하게 만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문답식 수업 ▲토론·발표 ▲거꾸로 설명하기 ▲또래 가르치기 등이 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질문과 대답을 번갈아가며 상호 소통하는 방식이 문답식 수업이다. 거꾸로 설명하기는 학생이 스스로 푼 문제의 풀이과정이나 개념을 교사에게 거꾸로 설명하는 방식을 말한다. 모두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주입식 수업과 크게 다른 방식이다.
미국 행동과학연구소(NTL)는 학습효과가 높은 공부법을 연구해 학습효과 피라미드로 나타냈다. '말로 설명하는' 공부법을 실시한 학생들은 학습 24시간 뒤에도 내용의 약 90%를 기억했다. 이 밖에 학습자가 학습에 참여하는 '실제 해보기' '집단토의' 방식도 학습효과가 50%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다. 반면에 학습효과가 낮은 공부법은 듣기, 읽기 등 학습자가 수동적으로 강의를 듣는 형식이었다.
학원강사 경력이 17년인 임은주 유투엠 송파방이캠퍼스 부원장은 지난 2014년 송파방이캠퍼스 개원 때부터 플립 러닝의 장점을 실감했다. 그는 "유투엠만의 수업 방식 때문에 한강 건너편 광진구에서 오는 학생도 있었다"며 "수학이 부족한 해외 유학파 학생을 2년 동안 지도해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목고에 합격시켰다"고 했다.
"학부모 한 명이 '말하는 수학'이라는 교육방법에 너무 공감해 주변 엄마들을 설득해서 자기 자녀와 함께 공부할 한 반을 새로 모아왔어요. 이 때문에 학원 통학 차량을 9인승에서 25인승으로 바꿨을 정도였죠. 정부가 요즘 토론을 강조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학생 참여도 높여 자기주도학습 실현이날 수업에서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는 매우 높았다.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면서 공부에 대한 흥미도 높이고 자연스럽게 자기주도학습을 실천한다. 5학년 반을 담당하는 황선혜 강사가 '선생님에게 개념을 설명해줄 사람'을 외치자 9명 전원이 손을 번쩍 들었다. 김서진(가주초 5)군은 "처음에는 약간 떨렸지만 발표를 마치고 나면 홀가분한 기분을 느낀다"며 "이제는 친구들에게 설명할 때 자신감도 생긴다"고 했다. 황 강사는 학생들이 답변하거나 친구들에게 서로 가르쳐줄 때 올바른 설명을 하는지 지켜보면서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줬다.
유투엠 송파방이캠퍼스에 온 지 8개월 째인 이선우(광남초 5)군은 요즘 토요일마다 일부러 학원에 나온다. 자습하고 다른 과목 숙제도 하기 위해서다. 이군은 "다른 학원에서는 선생님이 가르쳐주기만 하는데 유투엠에서는 발표와 토론도 하니 모르는 내용을 더 자세히 알아간다"고 했다. 서혜승(잠현초 5)양은 "또래 가르치기 시간에 남에게 설명해주는 내용은 기억에 잘 남는다"며 "친구들은 내 수준에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좋다"고 했다.
이는 자체 개발한 동영상 학습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다. 유투엠 재원생은 본 수업에 들어가기 전 스터디룸(컴퓨터실)에서 50분 동안 개념 동영상 강의를 본다. 학생들의 집중력이 길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 개념 동영상을 5~10분 이내로 만들었다. 학생들은 동영상 강의를 듣고 해당 개념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문제를 푼다. 공부했던 개념을 정리하는 노트 정리까지 한다. 이군은 "학원에서 직접 동영상 강의를 듣고 문제 푸는 일을 반복하면 50분이 금세 지나간다"고 말했다.
유투엠은 동영상 학습 시스템을 통해 개별 맞춤형 학습도 이뤄냈다. 동영상 강의 시청과 문제풀이에 노트북을 활용하기 때문에 학습 이력을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각자 자신의 약점을 보충할 수 있는 문제를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출제한다.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임 부원장은 "상위권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만큼 예습할 수 있도록 도와줘 중하위권뿐만 아니라 최상위권까지 학습효과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