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사회 억압… 청소년 시각으로 SF 영어 소설 썼죠"

By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Posted2011/03/07 03:07

내 머리에 어떤 회사가 만든 벌레가 들어 있다면? 게다가 나는 그 벌레가 짜준 프로그램에 따라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적인 직업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 자신의 의지가 아닌 벌레의 지시에 따라 고분고분 사는 인생이 과연 내 것일까?

올해 열아홉 살인 강민석(글로벌비전크리스천 스쿨 12학년)군이 펴낸 소설 '이유 없는 자유'는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대입 준비로 한창 바쁜 고교 2~3학년 시기에 영어 소설을 쓴 강군은 '사회 억압'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청소년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흥미진진한 SF소설로 풀어냈다.

"11학년(고교 2학년) 때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어요. 저 스스로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무렵에 본 영화 '1984'처럼 '사회 억압'이라는 주제를 다룬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강민석(글로벌비전크리스천 스쿨 12학년)군./이경민 기자 kmin@chosun.com

소설은 쓰고 싶다고 해서 뚝딱 써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소재를 생각하고, 한 문장을 몇 번씩 고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강군이 100페이지 분량의 소설을 완성하는 데는 꼬박 일 년이 걸렸다. 그 일 년간 강군의 생활은 소설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재미있는 소재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어뒀다가 소설에 반영했다. 워낙 소설에만 몰입하다 보니 성적이 떨어지는 위기도 있었다.

"글도 잘 써지지 않고, SAT 성적도 떨어지니까 '소설을 계속 써야 하나' 후회가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책 자체가 제 생각과 개성을 드러낼 기회였기 때문에 공부보다 중요하다고 여겼고, 반드시 완성하고 싶었어요.

강군의 작품 '이유 없는 자유'는 22세기 첨단 테크놀로지가 삶을 통제하는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마크 트레이스라는 소년이 통제와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 벌이는 투쟁과 모험을 담았다. 미래사회를 다룬 SF소설인 동시에 성장소설이기도 한 셈이다. 주인공 마크의 이름은 강군이 자신의 영어 이름을 따서 지었다.

"소설을 쓸 때 그동안 제가 읽었던 책과 평소 좋아했던 장소, 관심 있는 물건 등에서 이야깃거리를 얻었죠. 저는 중·고교 시절 방과 후에는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을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기에 소설에도 도서관을 등장시켰죠."

소설을 쓰는 동안 강군의 글 솜씨도 눈에 띄게 발전했다. 글을 쓰고 선생님에게 평가받아 다시 고치는 과정을 반복한 덕분이다. 강군은 "소설을 쓰기 전과 후에 쓴 에세이를 비교해보면 어색한 표현이 사라지는 등 표현력이나 문장 등이 확연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미국 대학 입시에서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수시전형)으로 뉴욕대(NYU)에 합격한 강군은 자기소개서에서 소설을 쓴 경험을 부각시켰다. 9학년부터 11학년까지 3년간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경험과 10학년 때 일본어 클럽을 만들고 11학년에는 클럽 회장을 맡아 일본어를 공부했던 활동도 소개했다. SAT는 2100점, GPA(내신)는 3.8~3.9점가량을 받았다. 강군은 "대학 전공은 역사학으로 정했지만, 더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 또 올해 9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사람들 사이의 심리관계를 다룬 소설을 한 편 더 쓸 계획"이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