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N] 저체중이 자기관리의 상징?… 청소년 사이에 번지는 ‘뼈말라 유행’
강여울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6.10.02 13:00
  • 여성을 중심으로 정상 체중보다 훨씬 저체중의 몸을 선호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국내 여성의 저체중률이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의 저체중률은 6.2%로 남성의 1.6%보다 3.9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거주 여성의 저체중률이 8.2%로 가장 높았으며, 이는 서울 여성 12명 중 1명은 저체중인 셈이다.

    저체중을 선호하는 문화는 일부 연예인들의 SNS를 타고 퍼져나갔다. 일명 ‘뼈말라’라고 불리며 극도로 마른 몸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뼈말라’는 뼈가 도드라져 보일 정도로 매우 마른 체형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이미 저체중인 여성들이 뼈말라 체형을 목표로 다이어트를 진행하는 사례 또한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24년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성인 체질량지수 분류에 따른 체중감소 시도율 및 관련 요인’에 따르면, 19~29세 여성 15.1%가 저체중이었고 이 가운데 16.2%가 체중감량을 시도했다. 정상체중인 여성 53.9% 역시 다이어트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2021년 기준)

    문제는 이 같은 여성들의 마른 체형 선호 문화가 성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예계에 관심이 많고 트렌드에 민감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뼈말라 유행이 빠르게 확산되며 성장기 청소년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들이 마른 체형을 추구하는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몇 년 전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프로아나’ 유행이 불거지며 한차례 논란이 일었다. 프로아나는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아노렉시아(anorexa)의 합성어로, 거식증을 옹호하는 이들을 말한다. 일부 국내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일명 ‘먹고 토하기’, ‘씹고 뱉기’ 등의 행위가 반복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 당시 프로아나는 비주류이거나 음지 문화라는 인식이 비교적 강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의 뼈말라 유행은 사회 전반에 자기관리의 상징처럼 자리 잡고 있다. 마른 체형을 가진 사람이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특히 일부 연예인들이 극한의 다이어트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콘텐츠를 통해 밝히거나 공개하면서, 연예계에 큰 관심을 가지는 청소년들이 이들을 우상화하거나 모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A 교사는 “점심시간이 돼도 급식실로 이동하지 않고 교실에 남아 모여있는 학생들이 존재한다”며 “일부 여학생들은 서로 ‘뼈말라다, 아니다’ 하는 식의 대화를 나누거나 마운자로 등의 다이어트약을 언급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의 저체중은 비만만큼이나 성장기에 중요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의 저체중이 성장을 지연시키고 학업 집중력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감염·입원 증가, 정신건강 위험 등 다양한 건강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비만과 저체중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접근해 소아청소년의 건강한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비만학회는 지난 3월 춘계학술대회에서 ‘소아청소년 저체중 관리 임상진료지침’의 구체적인 권고안을 발표했다. 저체중률이 높은 다른 국가들은 식량부족이나 영양결핍이 저체중의 주요 원인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다이어트 문화나 신체에 대한 사회적 압박, 불규칙한 식습관 등 사회적 요인이 주요 원인이다. 이에 우리나라만의 진료법이 필요하다고 판단, 진료지침을 개발한 것이다.

    이날 홍용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는 “소아청소년 보호자 대상으로 진료지침 개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건강 체중인 아이가 말랐다고 오인하거나 비만이라고 과대 인식하는 등 체중왜곡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과체중과 달리 저체중을 건강문제로 인식하는 비율이 낮아, 저체중 문제를 인식하지 못해 실제보다 위험이 과소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른 몸이 당연해지는 사회에서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인해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체중 관리를 위해 급식을 아예 먹지 않거나 받아놓고 대부분 버리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뼈말라를 추구하는 문화는 이제 단순히 지나가는 유행으로 넘겨버리기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건강한 체중과 생활습관을 위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