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 리더십 코칭] 부모의 리더십, 아이의 항로를 대신 정하지 않는 용기
박은하 블루밍경영연구소 코치
기사입력 2026.09.29 09:00
  • 박은하 블루밍경영연구소 코치.
    ▲ 박은하 블루밍경영연구소 코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천만 관객을 넘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의 관람 후기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언어로 영화에서 얻은 생각과 영감을 풀어냈다. 덕분에 영화를 보기 전부터 호기심이 커졌다. 놀란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좋아했기에 기대감을 안고 영화관을 찾았다. 웅장한 사운드와 화면도 인상적이었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내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배우들의 대사와 그 안에 담긴 질문들이었다. 어떤 점이 사람들을 이 오래된 이야기 속으로 다시 빠져들게 했을까? 감독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일까?

    ◇ 타인을 어떻게 대할지도 내가 선택한다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메시지 중 하나는 고대 그리스의 크세니아(Xenia), 낯선 이와 손님을 대하는 환대의 규범이다. 영화에서는 이를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환대는 단순한 친절과 조금 다르다. 문 앞에 선 낯선 이를 먼저 먹이고 재우고 나서야 이름을 묻는다. 그 낯선 이가 신이 보낸 사람일 수도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상대가 먼저 나를 잘 대해주기를 기다렸다가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받고 싶은 대로 행동하겠다는 주도적인 선택이다.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태도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다.

    ◇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아도 길은 이어진다

    영화에서 오디세우스는 칼립소의 섬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잊어버린 채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자신에게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과거의 시간을 돌아보며 자신이 살아온 방식 중 하나였던, ‘통제하는 삶’을 마주하게 된다. 기억을 되찾은 그는 바다 위 뗏목에 몸을 맡긴 채, 폭풍우와 파도를 피하려 애쓰기보다 그 흐름 안에 몸을 맡긴다. 

    서렌더(surrender), ‘내어 맡김’이다. 이는 회피도 방임도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나 그 결과까지 내 뜻대로 만들려 하지 않는 태도다. 오디세우스는 통제하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붙들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를 배우는 사람으로 변해 갔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것은 꼭 해야 해”, “의대는 꼭 들어가야지”라고 말하며 아이의 삶을 부모의 뜻대로 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모가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이 정도 경험은 시켜줘야지”라며 오히려 부모인 나 자신을 끊임없이 다그치는 것은 아닐까? 사랑하기 때문에 더 좋은 길을 알려주고 싶고, 실패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싶다. 그러나 아이가 원하는 결과까지 부모가 만들어줄 수 없다. 좋은 부모 리더십은 아이를 통제하는 능력보다는 부모가 책임지는 부분과 아이에게 무엇을, 어느 정도 맡겨야 하는지를 구별하는 힘이다. 

    ◇ 실패를 막아줄 것인가, 다시 일어설 힘을 키울 것인가?

    심리학에는 ‘심리적 유연성(Psychological Flexibility)’이라는 개념이 있다. 불안이나 두려움처럼 불편한 경험을 없애려고 에너지를 쓰는 대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의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는 힘이다. 부모에게도 이런 유연성이 필요하다. 아이의 실패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온 힘을 쓰기 보다 아이가 실패하더라도 스스로 일어나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는 힘을 키우는데 힘을 써보면 어떨까?

    오디세우스는 전쟁의 영웅이고 왕이었지만,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한다. 부모의 삶에서 얻은 지혜와 가치를 유산처럼 전해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유산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는 결국 아이가 선택해야 한다. 아이에게 맞는 방식의 선택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지지해 주는 것 역시 부모가 줄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 본 경험은 ‘나는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남들이 모두 같은 곳을 향한다고 해서 그 방향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 생각하고 선택하며 그 선택을 오롯이 경험해보는 것이다. 

    ◇ 부모는 아이의 항로를 대신 결정할 수 없다

    영화 ‘오디세이’에서는 오디세우스뿐만 아니라 아들 텔레마코스와 부인 페넬로페도 각자의 방식으로 선택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나 역시 오랜 시간 코칭을 하면서 사람이 변화하는 순간들을 많이 지켜봤다. 변화가 시작될 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고, 다른 관점에서 자신의 상황을 다시 해석하고, 현재를 수용한 뒤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 선택하기 시작할 때 변화가 일어났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는 분명히 알지만, 그 결과까지 완벽하게 통제하려 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사람은 앞으로 나아갔다.

    부모는 아이와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 주는 첫 번째 리더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삶의 항로까지 대신 결정해주기 보다 아이가 흔들리고 길을 잃었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항구가 되어 줄 수는 있다. 우리가 아이를 한 사람의 온전한 주체로 받아들일 때, 아이는 부모가 정해준 항로가 아니라 자신의 나침반을 들고 자기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박은하 블루밍경영연구소 파트너코치

    한국코치협회 수퍼바이저코치(KSC), 국제코칭연맹(ICF) 인증 전문코치(PCC), 갤럽 인증 강점코치로 공공조직과 기업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산업경영융합학부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저서로는 <언락(Unlock) 스토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