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 리더십 코칭] 자녀의 긍정심리자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박은하 블루밍경영연구소 코치
기사입력 2026.09.01 11:17
  • 박은하 블루밍경영연구소 코치.
    ▲ 박은하 블루밍경영연구소 코치.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엄한 편이었다. 잘못해 혼이 나면 세상을 다 잃은 듯 슬펐지만, 그 감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간혹 혼나는 그 상황이 우스워 웃음이 터졌고, ‘너는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느냐’ 며 어이없어 하시던 아버지도 결국 함께 웃던 기억이 난다. 그 때의 나는 잘 넘어지고도 금세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아이였다.

    심리학에선 이것을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그 힘의 근원을 알게 되었다. 그 중심에는 항상 아버지의 말씀이 있었다.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어디 있니? 해봐야 알지. 실패해도 괜찮아.” 나도 모르는 사이 그 말이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 있었다.  

    오랜 기간 공공기관의 리더로 일하고, 지금 조직의 리더들을 코칭 하면서, 위기의 순간에 사람을 지탱하게 하는 것은 학벌이나 완벽한 스펙만은 아니었다. 성과를 가르는 결정적 열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힘, 바로 ‘심리자본’이었다. 그 힘은, 나의 경우가 그랬듯, 어린 시절 누군가 건넨 한마디에서 시작될 수 있다. 

    ◇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편안한 것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한 침대 브랜드의 유명한 광고 카피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철학적 메시지처럼 들려, 나는 이 문구를 좋아한다. 도종환 시인의 명시 「흔들리며 피는 꽃」 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다’고 노래하지 않는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AI 기술이 쏟아지는 시대에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도 흔들림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변화와 실패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다음 길을 찾는 힘이다.

    글로벌 최고의 경영진들이 강조하는 ‘미래 인재상’은 스펙 중심 교육관을 흔들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똑똑함이 흔해진 시대일수록 인간성이 중요하다’는 강조했다. 더 이상 똑똑함 그 자체가 특별한 경쟁력이 아니라는 의미다. 앞으로 우리 아이가 걸어갈 길에는 성취의 기쁨도 있겠지만, 예상치 못한 수많은 난관과 실패도 있을 것이다. 이때 필요한 아이의 경쟁력은 보이지 않는 마음 근력, 곧 ‘긍정심리자본’이다.

    ◇ 우리 아이를 HERO로 키운다는 것

    미국의 조직행동학자 프레드 루산스(Fred Luthans)는 사람에게도 개발 가능한 긍정적 심리 자산이 있다고 보았다. ‘긍정심리자본(Positive Psychological Capital)’은 네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다른 경로로 찾을 수 있는 에너지인 희망(Hope), 주어진 과제를 기꺼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인 자기효능감(Efficacy),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낙관주의(Optimism)가 그것이다. 흥미롭게도 앞 글자를 따면 우리 아이들을 지켜줄 든든한 ‘HERO’가 된다. 

    여기서 가장 반가운 점은 이 심리자본이 기질이나 지능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훈련과 경험을 통해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타고나는 것만이 아니라 키울 수 있는 힘이라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뜻이다. 강점코치이자 연구자로서 내가 이 개념에 깊이 끌린 이유다. 

    ◇ 긍심심리자본이 있는 아이는 실패를 어떻게 다루는가? 

    과학자를 꿈꾸던 지인의 딸은 과학고 진학을 준비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나는 아이가 상심할까 걱정했지만, 아이는 슬픔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일반고로 진학해 적응하며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이 아이를 다르게 만든 것은 성적이 아니라 좌절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이 아이 안에서 HERO의 네 요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 살펴보았다. 아이는 슬픔에 오래 머무르는 대신 새로운 학교에 열심히 적응했다. 

    회복탄력성(R)이 높았기 때문이다. 과학고라는 첫 번째 목표는 막혔지만, 가고자 하는 카이스트는 물론 다른 상위권 대학으로 자신의 목표를 재설정했다. 심리학에서 ‘희망(H)’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경로설정’을 내포한다. 목표를 세우고 전략을 짜되, 방향 전환이 필요할 때 길을 다시 그릴 수 있는 힘이다. 새로운 목표 앞에서 “나는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은 것은 ‘자기효능감(E), “결국 잘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은 ‘낙관주의(O)’다. 네 요소가 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맞물려 아이를 다시 움직이게 한 것이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토록 단단하게 만들었을까? 지인을 오래 지켜본 나는 엄마의 변함없는 태도가 아이의 HERO를 키워준 것을 안다. 아이가 흔들릴 때 함께 흔들리지 않고, 결과를 심판하거나 해결책을 서둘러 주기보다 스스로 일어날 수 있다고 믿고 기다려 주었다. 부모의 믿음이 아이 안에서 자신의 힘을 스스로 믿는 심리자본으로 바뀐 셈이다. 

    ◇ 나는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가?

    아이가 실수하면 우리는 결과를 짚어주고 정답을 알려주기 바쁘다. 그것이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더십 현장에서는 실수를 지적할수록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받은 사람일수록 실패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는 모습을 자주 본다. 

    가정도 다르지 않다. 가정은 아이가 처음 경험하는 공동체이고, 부모는 아이가 만나는 첫 번째 리더다. 좋은 리더는 구성원이 한 번도 실패를 두려워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패 속에서도 자신의 자원을 발견하고 다시 행동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는 대신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이번 경험에서 네가 배운 것은 무엇이니?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오늘 부모가 건네는 한마디가 훗날 아이를 일으키는 긍정심리자본이 될 수 있다. 

    ☞ 박은하 블루밍경영연구소 파트너코치

    한국코치협회 수퍼바이저코치(KSC), 국제코칭연맹(ICF) 인증 전문코치(PCC), 갤럽 인증 강점코치다. 공공조직과 기업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하고 있으며,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산업경영융합학부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저서로는 <언락(Unlock) 스토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