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올 때 흔히 건네는 “받아쓰기는 다 맞았어?”, “수학 정답은 맞춰봤어?”라는 안부 인사 뒤에는 부모가 미리 정해둔 정답이 숨어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자녀가 정해진 정답을 따라가도록 관리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라 믿어왔다. 그러나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정해진 정답만 얌전히 좇는 아이가 과연 미래를 이끄는 리더로 자랄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 이정동 교수는 “한국 사회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은 수명을 다했다”고 경고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남이 낸 문제의 답을 잘 찾는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세상에 없던 질문을 던져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는 ‘출제자’다. 세상을 바꾼 혁신은 예외 없이 답이 없는 ‘최초의 질문’에서 출발했다. 세상이 이토록 빠르게 변하는데 옛날 방식의 정답만 계속 강요한다면, 아이의 무한한 잠재력을 부모의 좁은 울타리 안에 가두고 마는 꼴이다. 아이가 자신만의 자기다움을 찾고 진정한 탁월함을 발휘하게 도우려면, 부모의 시선부터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 ‘목수식 부모’에서 ‘정원사식 부모’로의 전환
발달심리학 권위자 앨리슨 고프닉(Alison Gopnik) 교수는 양육 태도를 ‘목수(Carpenter)’와 ‘정원사(Gardener)’에 비유한다. 목수식 부모는 자기 머릿속 설계도에 맞춰 아이를 통제하고, 정해진 성공의 길에 아이를 억지로 끼워 맞춘다.
반면 정원사식 부모는 아이가 어떤 꽃을 피울지 미리 짐작하거나 섣불리 결정하지 않는다. 씨앗이 품은 고유한 생명력이 스스로 싹을 틔울 수 있게 좋은 흙과 따뜻한 햇빛을 내어주며, 아이의 잠재력을 묵묵히 믿어줄 뿐이다.
아이를 진짜 출제자로 키우려면, 부모는 아이를 재단하려는 목수의 줄자를 내려놓고 아이의 가능성을 틔워주는 정원사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가정에서 아이의 마음을 살피고 성장을 돕는 든든한 코치로서의 역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 아이의 잠재력을 깨우는 ‘겸손한 질문(Humble Inquiry)’ 3가지
어느 날 차 안에서 소위 수저계급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이가 뭉클한 말을 건넸다.
“나는 아빠한테 금수저를 받았다고 생각해. 아빠는 나랑 이렇게 대화가 되잖아. 그리고 내 얘기를 들어주잖아. 그래서 나는 그것만으로도 금수저를 받았다고 생각해. 다른 애들은 아빠랑 아예 대화를 안 하는 애들도 많더라고.”
아이의 마음을 열고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 비결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부모의 잣대를 내려놓고 온전히 들어주는 태도, 그리고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질문이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어떻게 목수의 설계도를 내려놓고 이처럼 정원사의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경영이론가이자 심리학자인 에드거 샤인(Edgar Schein) 교수의 저서 ‘겸손한 질문(Humble Inquiry)’(국내 출간명: 리더의 질문법)에서 아주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정답을 요구하는 대신 아이의 독창적인 생각에 진심 어린 호기심과 존중을 담아 건네는 세 가지 질문법을 소개한다.
1) 단순히 사실만 확인하는 ‘닫힌 질문’ 대신 아이 스스로 생각을 넓힐 수 있는 ‘열린 질문(Open Question)’을 던져보자
“숙제 다 끝냈니?”라는 질문은 아이의 생각을 그 자리에서 멈추게 한다. 이를 “오늘 배운 내용 중에 네가 선생님이라면 어떤 걸 제일 먼저 설명해 주고 싶어?”로 바꾸어 보자. 이렇게 물으면 아이는 스스로 선생님이 된 것처럼 자기만의 언어로 배운 것을 정리하며, 생각하는 힘을 훌쩍 키우게 된다.
2) 답을 정해둔 ‘유도 질문’ 대신 아이만의 엉뚱한 상상을 자극하는 ‘중립 질문(Neutral Question)’을 던져보자
“원래 하던 방식이 제일 낫지 않겠어?”라는 통제가 반복되면 아이는 새로운 도전을 멈춘다. 부모의 생각을 잠시 비우고 “원래 하던 방법 말고, 네가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너만의 방법이 있을까?”라고 물어 아이의 창의력을 깨워주자.
3) 책임을 묻는 대신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바꾸어주는 ‘가능성 발견 질문(Possibility-searching Question)’을 해보자
실수할 때마다 “왜 맨날 똑같은 실수를 해?”라고 다그치면 아이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선생님이 어디에 함정을 파놓으신 것 같아? 다음번엔 어떻게 피해가 볼까?”라며 시선을 앞으로 돌려주자. 그러면 아이는 실패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할 든든한 힘을 얻게 된다.
◇ 미래의 출제자를 기르는 위대한 사랑
세상은 더 이상 남의 설계도에 맞춰 정답을 베껴 쓰는 ‘똑똑한 추격자’를 원하지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꺼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전에 없던 길을 만들어내는 ‘출제자’를 간절히 찾고 있다. 이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발휘할 탁월함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누릴 커다란 행복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오늘 저녁, 소중한 아이와 마주 앉을 때 가만히 스스로 질문해 보자. 나는 아이의 독창성을 깎아내는 ‘목수 부모’인가, 잠재력의 꽃을 피워내는 ‘정원사 부모’인가. 정답만 요구하던 좁은 문을 활짝 열고, 아이가 주도적인 출제자로 자라도록 가능성의 질문을 건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부모가 자녀에게 안겨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교육이자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에듀 리더십 코칭] 정답을 묻는 부모, 가능성을 열어주는 부모
- 부모 코칭리더십③
Copyrightⓒ Chosunedu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