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패도 아이디어가 됩니다”…‘아산 유스프러너 데모데이’에서 만난 무한 도전
장희주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6.07.21 15:53
  • “이게 제 성적이에요. 수학이 처음에는 65점이었는데, 96점까지 올랐어요.”

    21일 서울 코엑스 D홀에 마련된 학생 프로젝트 부스. 도곡중학교 ‘4415팀’ 학생이 손에 든 자료를 펼쳐 보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들이 만든 필기 거래 서비스를 소개하던 학생은 성적 변화가 표시된 부분을 짚은 뒤 서비스 운영 방식과 수익금의 사용처까지 차례로 설명했다.

    한 학생이 설명을 시작하자 옆에 있던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말을 보탰다. 관람객의 질문이 이어질수록 답변은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자신들이 만든 결과물을 하나라도 더 알리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긴장보다 자신감과 의욕이 앞섰다.

    부스 앞에는 학생과 교사,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모여 발표를 들었다. 설명이 끝나자 박수가 나왔다. 완성된 제품이나 사업계획을 평가하는 자리라기보다 학생들이 직접 실행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다음 도전을 응원하는 분위기에 가까웠다.

  • 이날 열린 ‘아산 유스프러너 데모데이’ 현장에서는 이 같은 장면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중·고등학생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문제와 해결 과정을 직접 소개했다. 부스 앞을 지나는 관람객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서비스 체험을 권하는 모습도 제법 능숙했다.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아산 유스프러너’는 청소년들이 일상과 사회 속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팀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가정신을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번 데모데이는 올해 1학기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와 시행착오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전국 약 130개 학교와 기관을 비롯해 학생과 교사, 교육·행정 관계자, 스타트업 관계자 등 약 3000명이 참여했다. 행사장에는 아산 유스프러너 참여 학생을 포함한 청소년 100여 팀의 프로젝트 부스가 들어섰다.

  • ◇ 학교에서 찾은 불편, 직접 만든 해결책

    학생들이 다룬 문제는 거창한 산업 현안보다 자신과 친구들이 학교생활에서 직접 겪은 불편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도곡중학교 4415팀은 결석이나 지각, 조퇴로 발생하는 학습 공백에 주목했다.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이 친구의 필기 자료를 받아보고, 자료를 제공한 학생에게는 일정한 보상이 돌아가는 필기 거래 서비스를 만들었다.

    4415팀 학생은 “친구들이 결석이나 지각, 조퇴를 할 때 발생하는 학습 공백을 채우기 위해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현재 도곡중학교에서는 약 30명의 학생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필기 거래를 통해 7만1000원가량의 수익도 발생했다.

    학생들은 수익 전액을 아동·청소년 지원 사업에 기부했다.

    한 학생은 “공부는 일부 학생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소외된 학생들도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사업에 수익을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순환의 힘과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뿌듯했던 점으로는 친구들과 함께 성적이 오른 경험을 꼽았다.

    “제 성적도 올랐지만, 다 같이 성적이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어요.”

    학생은 중학교가 절대평가 방식인 만큼 친구들과 학습자료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구미제일고등학교 ‘경영식팀’은 교무실에서 선생님을 찾는 과정의 불편을 해결하고자 했다. 교과 질문이나 상담이 필요할 때마다 교무실을 방문해 선생님이 자리에 있는지 확인해야 했고, 자리를 비운 경우에는 다시 찾아가야 했다.

    학생들이 고안한 해결책은 교무실 상담 예약 애플리케이션이다. 학생이 원하는 교사와 상담 내용을 선택하면 교사가 자리에서 신청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경영식팀 학생은 “급한 일이 있을 때 선생님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길고 불편했다”며 “교무실 앞에 앱을 비치하면 선생님도 자리에서 신청 내용을 받을 수 있고, 학생도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키오스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아직 학교 전체에 정식 도입된 서비스는 아니지만, 경영식팀은 교내 체험 부스를 운영해 학생과 교사의 반응을 확인했다.

    “친구들도 자신들에게 꼭 필요했던 서비스라고 말해줬어요. 선생님들 중에는 ‘이거 있으면 너무 좋겠다’, ‘빨리 배포해 달라’고 하신 분도 많았어요.”

    이용자의 의견은 앱 개선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상담 내용을 길게 입력하지 않아도 자주 사용하는 항목을 버튼으로 선택해 곧바로 신청할 수 있도록 기능을 수정했다.

    경영식팀 학생은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고 빠르게 상담 신청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앞으로는 학교뿐 아니라 상담과 소통이 필요한 다른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두 팀은 모두 학교생활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직접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체험 기회를 마련해 이용자의 반응을 확인했다.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행과 검증을 거쳐 기능과 운영 방식을 보완한 것이다.

  • ◇ 경쟁보다 짙었던 ‘응원’의 분위기

    행사장에는 피칭과 시상식이 예정돼 있었지만, 학생 부스 사이에서는 경쟁보다 서로의 도전을 격려하는 분위기가 짙었다.

    학생들은 다른 학교의 프로젝트를 둘러보며 조사 방법과 제작 과정을 물었다. 발표가 막힐 때도 교사들은 대신 답하지 않고 기다렸다. 학생이 팀원과 의견을 나누며 설명을 마치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박수를 보냈다.

    관람객의 질문도 결과물의 장점을 확인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실제 이용자 수와 이용자 반응, 향후 보완할 기능 등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잠시 멈칫하기도 했지만, 팀원과 의견을 나누며 답변을 이어갔다.

    기업가정신이 창업이나 사업계획서 작성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실행한 뒤, 다른 사람의 반응을 통해 이를 수정하고 있었다.

  • ◇ 시행착오도 전시한 ‘실패 박물관’

    행사 한쪽에 마련된 ‘실패 박물관’은 이러한 취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학생들은 팀 프로젝트와 일상에서 경험한 실패를 전시물로 만들어 공개했다.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프로젝트와 기대와 달랐던 설문 결과, 팀원 간 의견 충돌, 발표 과정에서의 실수 등이 전시됐다.

    일반적인 성과 발표회라면 최종 결과물에서 빠졌을 시행착오가 이곳에서는 이야기의 중심에 놓였다. 학생 큐레이터들은 직접 도슨트로 나서 실패가 발생한 이유와 이후 무엇을 바꿨는지를 설명했다.

    실패를 막연히 성공을 위한 과정으로 포장하기보다 부족했던 점과 개선 과정을 구체적으로 돌아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올해 행사의 주제인 ‘무한(Infinite)’도 이 같은 방향을 담았다. 한 번의 실패로 멈추지 않고 해결책을 다시 검토하고 시도하는 과정을 강조한 것이다.

  • ◇ 결과 발표 넘어 ‘검증과 개선’ 경험으로

    메인 무대에서는 아산 유스프러너 교육에 참여한 중·고등부 10개 팀이 한 학기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의 성과와 도전 과정을 발표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손해인 업스테이지 공동창업자는 엔비디아 근무부터 창업에 이르기까지의 경험을 소개하며 도전과 성장, 실패에서 얻은 배움을 학생들과 공유했다.

    행사장에는 ABCDEdu, 꿈을짓는학교, 더존바이오, 밍글랩, 북아이피스, 스트레스솔루션, 엘스랩스, 프리윌린, 한국이스포츠교육연맹 등 스타트업 9곳과 아산나눔재단의 기업가정신 플랫폼 마루 부스도 마련됐다. 학생들은 스타트업 관계자와 프로젝트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다른 팀의 아이디어와 해결 과정을 살펴봤다.

    현장에서 확인된 프로젝트들은 단순한 아이디어 발표에 머물지 않았다. 도곡중학교 4415팀은 필기 거래 서비스를 실제로 운영하며 이용자 수와 수익 구조를 확인했고, 구미제일고등학교 경영식팀은 학생과 교사의 체험 의견을 바탕으로 상담 신청 절차를 간소화했다.

    두 사례 모두 문제 발견과 실행, 이용자 검증, 개선의 과정을 거쳤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이는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시행착오를 학습 과정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아산 유스프러너의 교육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주최 측은 피칭과 부스 부문 우수 팀을 선정해 총 1600만원 규모의 상금을 수여하고, 대상 2개 팀에는 교육부장관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는 “청소년들이 직접 경험한 실패와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안에서 배움을 찾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미래세대가 실패를 자산으로 삼아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데모데이는 청소년들이 한 학기 동안 수행한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실제 이용자와 관람객의 반응을 통해 해결책의 가능성과 보완점을 점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