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휴넷 ‘APL 페스타’ 현장…AI가 바꾼 기업교육 풍경
장희주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6.07.15 15:00
  • “실제 팀원이라고 생각하고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1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화면 속 인공지능(AI)을 마주한 관람객이 잠시 머뭇거렸다. 사람을 앞에 두고 하는 실습이었다면 주변의 눈치를 살폈을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화 상대는 AI였다. 참가자가 채팅창을 이용해 말을 건네자 AI는 곧바로 답했다. 대화가 몇 차례 오간 뒤에는 방금 전 대화 방식에 대한 피드백까지 내놨다.

    오프라인 기업교육에서 익숙했던 ‘롤플레잉’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오프라인 기업교육에서 롤플레잉 실습을 많이 활용하지만, 막상 해보면 서로 어색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시연을 진행한 임선예 휴넷 센터장의 설명이다. 교육생끼리 팀장과 사원 역할을 나눠 연기하던 실습을 AI와 반복하고, 그 자리에서 피드백까지 받는 방식이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기업 인사·교육 담당자들이 체험 부스 앞에 발걸음을 멈춘 이유이기도 했다.

    기업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이날 개최한 ‘AI Powered Learning FESTA(APL 페스타)’ 현장에는 600여 개 기업의 인사·교육 담당자가 모였다. 이들의 관심은 단순히 ‘AI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머물지 않았다. AI가 교육을 설계하고, 학습자를 분석하고, 실습 상대가 되는 시대에 기업교육의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가 이날 행사를 관통하는 질문이었다.

  •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스킬 갤럭시’에서는 또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자신의 직무를 입력하자 화면 위로 해당 직무와 연결된 스킬이 나타났다. 부족한 역량과 이를 채울 수 있는 학습 콘텐츠도 함께 추천됐다. 휴넷이 자체 구축한 2만2000여 개의 스킬 데이터를 AI가 개인의 학습 이력과 연결해 분석한 결과다.

    이상호 휴넷 소장은 스킬 갤럭시 시연을 진행하며 “학습자는 자신의 학습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며 “학습 이력이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어떤 학습을 통해 어떤 스킬이 성장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기업교육의 풍경은 비교적 단순했다. 회사가 교육 과정을 정하면 대상 직원들이 같은 강의를 들었다. 수료 여부와 점수가 교육 결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였다.

    이날 휴넷이 제시한 모습은 달랐다. 직원 한 명 한 명이 현재 어떤 스킬을 갖고 있는지 진단하고, 부족한 역량에 따라 서로 다른 교육을 추천한다. 교육을 마친 뒤에는 학습 이력과 스킬의 변화를 다시 데이터로 쌓는다. ‘누가 어떤 강의를 들었는가’보다 ‘교육을 통해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추적하겠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단어는 ‘초개인화’였다.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서로 대화하면서 개인에게 맞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AI 기반 학습의 변화를 이같이 설명했다. 같은 직무에 있는 직원이라도 경험과 역량, 현재 맡은 업무는 다르다. 기존 이러닝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콘텐츠를 보는 것이 아니라 AI가 학습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학습을 제안하는 구조다.

    휴넷이 강조한 또 다른 변화는 기업교육과 실제 업무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워크플로우 러닝’이다.

    예컨대 AI가 기업의 실제 업무 문서와 데이터를 학습해 회사에 맞는 교육 과정을 자동으로 생성한다. 기업마다 다른 업무 방식과 자료를 기반으로 필요한 학습 콘텐츠를 빠르게 제작·배포하는 방식이다.

    교육을 받기 위해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과정 자체를 학습과 연결하는 것이다. 업무 중 문제를 풀고 그 결과를 축적하면 개인의 역량 수준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기업교육의 오랜 숙제와도 맞닿아 있다. 직원들이 교육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이 실제 업무 성과로 이어졌는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휴넷은 AI 시대에는 교육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연결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고 봤다. 교육 프로그램과 플랫폼, 진단 솔루션 등에서 각각 생성된 데이터를 축적하고 연결해 직원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조직의 역량 변화를 살펴보겠다는 구상이다.

    조영탁 대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평가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며 “직원 한 명 한 명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 데이터를 통해 인사이트를 창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AI 기반 학습경험플랫폼(LXP) ‘랩스(LABS)’ 역시 이 같은 방향을 담았다.

    온라인 연수원이 기업의 교육 과정을 관리하고 직원들에게 같은 교육을 제공하는 시스템이었다면, 랩스는 직원 개인의 역량과 학습 이력을 AI가 분석해 필요한 교육을 추천한다. 교육 담당자는 과정 설계와 운영, 조직의 스킬 분석, 교육 성과 관리 업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수행할 수 있다.

    직원에게는 ‘지금 나에게 필요한 학습’이 제시되고, 교육 담당자에게는 조직에 어떤 스킬이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데이터가 쌓인다.

    행사장을 찾은 한 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AI 기반 개인 맞춤형 학습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교육 추천뿐 아니라 상담이나 고객 응대처럼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교육까지 AI로 구현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AI가 기업교육에 가져오는 변화는 ‘AI를 배우는 교육’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 휴넷의 설명이다. 기업들이 생성형 AI 활용법이나 AI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하는 단계를 넘어, 교육 자체에 AI를 녹여 학습 효과와 업무 성과를 높이는 단계로 이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 조영탁 대표는 “AI의 등장으로 모두에게 동일한 교육을 제공하는 시대에서 개인에게 가장 필요한 학습을 적시에 제공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휴넷은 27년간 축적한 기업교육 데이터와 노하우를 AI 기술과 결합해 학습자에게는 초개인화된 맞춤형 학습을, 기업에는 성과로 이어지는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AI 롤플레잉 체험존 앞에서는 참가자들의 시연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AI를 상대로 팀원과의 대화를 연습했고, 누군가는 자신의 직무를 입력해 필요한 스킬을 확인했다. AI는 학습자의 응답과 역량에 따라 서로 다른 질문과 학습 콘텐츠를 제시했다.

    ‘전 직원 필수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같은 콘텐츠를 일괄 제공하던 기존 기업교육과는 다른 풍경이다. AI 도입으로 기업교육의 초점도 교육 이수와 과정 운영에서 개인의 역량 진단과 맞춤형 학습, 성과 측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AI 기반 학습이 실제 업무 성과와 직원의 역량 향상으로 이어지는지를 입증하는 것은 남은 과제다. 학습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업의 실질적인 성과와 어떻게 연결할지가 AI 기반 기업교육 확산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