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의 AI 인재전략] AX 전환이 실패하는 조직의 특징
박영진 팀스파르타 AX사업본부장
기사입력 2026.07.09 11:00
  • 올해 HRD 부서가 수립한 KPI(핵심성과지표)에는 AI 관련 지표가 하나씩 들어갔을 것이다. AI 활용률, 교육 이수율, 툴 도입 수. 하지만 비즈니스 성과 없이 지난해와 다를 바 없는 보고서를 다시 쓰고 있다면 계획보다 계획을 세우는 관점부터 점검해야 한다.

    AI 전환(AX)을 선언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생성형 AI를 도입하고, 교육 예산을 늘리며, 전 직원 교육을 시행한다. 그런데도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기업은 많지 않다. AI는 도입했지만 업무는 그대로고, 교육은 받았지만 현업에서는 쓰지 않는다. 

    이유는 기술이 아니다. 성패를 가르는 건 사람과 조직, 그리고 실행 방식이다. 현장에서 기업의 AX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조직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 전 직원 교육에만 힘을 쏟는다

    많은 조직이 ‘전 직원 AI 교육’에만 매달린다. 이수율은 높아지지만 실제 업무 변화는 제한적이다. 조직을 움직이는 변화는 언제나 핵심 업무에서 시작된다. 고객 경험을 책임지는 조직, 매출과 직결되는 사업 부서, 조직 운영을 결정하는 리더가 먼저 바뀌어야 나머지도 따라온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작 이런 리더들이 가장 바쁘다는 이유로 학습 기회를 놓친다. 학습이 ‘여유가 생기면 하는 일’로 남는 한, 어떤 교육 설계도 현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HRD가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몇 명이 교육받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업무가 달라질 것인가’다. 대상을 과감하게 좁혀 변화를 이끌 핵심 업무와 핵심 인력을 먼저 고르고, 그곳에서 성공 사례를 만드는 편이 조직 전체의 전환 속도를 훨씬 빠르게 끌어올린다.

    ◇ 기술을 IT 조직의 과제로만 생각한다

    AX는 사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AI를 활용할 수 있을 때 성과로 이어진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여전히 ‘기술은 IT가 맡고 현업은 요구사항만 낸다’라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포춘 500대 기업 임원의 전체 역량 중 기술 관련 역량 비중은 평균 17%, 기술 직무를 직접 해본 임원은 단 5%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는 이런 구조적 결함을 잘 보여준다. 비즈니스와 기술의 단절을 방치한 채 도입만 서두르면 현장과 겉도는 전략 문서만 쌓인다. 채용과 승진 기준에 ‘AI 활용 역량’을 형식적으로 넣는 것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

    리더가 직접 AI 도입 로드맵을 설계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구조가 갖춰져야 기술이 비로소 ‘사업의 언어’로 바뀐다. 사업 부서와 IT 조직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목표와 지표를 함께 설계하는 거버넌스를 세우고, HRD는 그 협업 구조를 커리큘럼에 담는 것이 첫걸음이다.

    ◇ 배우기만 하고 직접 해결해 보지 않는다

    AI 교육도 이제는 지식 전달 수준을 넘어야 한다. 성공하는 조직은 교육을 실전형 문제 해결 과정으로 설계한다. 실무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복잡한 현장의 문제를 AI로 직접 풀어본 경험이다. 리더와 개발자가 한 팀을 이뤄 실제 업무 데이터를 다루거나, 캡스톤 프로젝트(Capstone Project)나 해커톤을 통해 현업 문제를 AI로 푸는 프로토타입을 구현해봐야 한다. 커리큘럼도 ‘몇 시간 교육했냐‘라는 투입 중심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가‘라는 산출 중심으로 바꿔야 교육이 곧 현업의 자산이 된다. 

    HRD는 교육 설계 초기부터 현업 데이터와 실제 업무 시나리오에 접근할 권한을 확보하고, 평가도 지식 테스트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 쓰이는 결과물이 나왔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 도입을 성과로 착각한다

    많은 기업이 AI 라이선스를 사고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순간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여긴다. 명확한 KPI와 실행 로드맵 없이 시작된 프로젝트는 담당자가 바뀌거나 예산 시즌이 지나면 조용히 방치된다. 도입률이나 계정 수 같은 숫자는 늘지만, 정작 그 도구가 어떤 업무를 얼마나 바꿨는지는 아무도 답하지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AX는 도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업무 방식이 달라지고 일하는 문화로 정착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나온다. 도입 전 현재 조직의 역량과 업무 리드타임을 측정해 기준선을 세우고, 교육 후의 역량 변화와 업무 시간 단축률, 오류 감소율처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지표를 3개월 단위로 추적해야 도입이 성과로 이어진다.

    ◇ 구성원의 불안감을 외면한다

    AI 전환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이 아닌 사람이다. 새 기술이 도입되면 많은 구성원이 ‘내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을 먼저 느낀다. 이를 방치하고 ‘일단 써보라’는 지시만 내려가면, 겉으로만 따르는 척하면서 익숙한 과거 방식을 고수하는 ‘보이지 않는 저항’이 시작된다. 

    이 저항은 기술 자체에 대한 거부가 아니다. 대개 ‘이 도구가 들어오면 내 역할은 사라지는가’라는 물음에 조직이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을 때 생긴다. AI 도입으로 생긴 시간을 활용해 그 사람의 역할과 커리어가 어떤 영역으로 넓어지는지를 구체적인 ‘커리어 맵’으로 그려주면, 불안은 자연스럽게 참여로 바뀐다. 여기에 초기 성공 사례를 전사적으로 공유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번진다.

    다섯 가지를 관통하는 결론은 하나다. 실패하는 조직과 성공하는 조직의 차이는 사람에 있다. 기술은 누구나 도입할 수 있지만,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래서 AX 시대에는 HRD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교육 이수율을 관리하는 조직을 넘어, 조직의 변화 속도를 설계하고 현업의 실행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나아가야 한다.

    AI 전환의 목적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있지 않다. 조직이 이전보다 더 빠르게 배우고, 더 효율적으로 일하며,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 변화가 조직에 정착할 때, AX는 선언이 아니라 성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