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 문해력 공부법] 멋진 신세계 속 저속 생각
김은경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치도곡교육센터 부원장
기사입력 2026.07.01 09:00
  • “우주인들은 진공 상태인 우주에서도 잘 쓰이는 펜이 있어야 했다. 나사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래서 150만 달러를 들여 우주 펜을 개발했다.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펜은 시장에서 인기를 약간 누렸다. 러시아인들도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그래서 그들은 연필을 썼다.”

    ‘문구의 모험’(어크로스, 2015)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미국은 비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러시아는 단순하게 해결책을 찾는다는 맥락에서 종종 언급하는 일화다. 글쓴이 역시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배꼽을 잡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읽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사실 이 이야기는 팩트 체크가 안 된, 왜곡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우주 펜 개발 비용은 폴 피셔라는 발명가가 오롯이 부담했고, 나사는 피셔의 팬 수백 자루를 자루당 4달러에서 6달러의 가격으로 주문했을 뿐이었다. 또한 나사의 우주인들이 연필을 사용한 적이 있지만 연필 34자루의 구입비는 무려 4,382.50달러에 달했다. 실제 연필 구입비는 자루당 1.75달러였지만, 여러 보조적인 기구를 만드느라 큰돈이 들었다. 

    두꺼운 우주 장갑을 껴서 손이 둔한 탓에 실수로 놓친 연필이 날아다니다 예민한 장비를 망가뜨릴 수도 있고, 부러진 연필심이 우주인의 눈을 향해 날아오기라도 하면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부수적인 장치가 필요했다. 이처럼 연필은 우주 공간에 적합한 도구가 아니었다. 

    비단 이렇게 사실을 오해하는 실수가 이번 사례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아니, AI가 만들어주는 멋진 신세계가 열리면서 우리는 더 큰 혼돈에 빠질 운명에 처했다. 지난 1월 러시아 캄차카 반도 폭설 소식을 다룰 때 일부 언론이 AI로 생성한 사진이나 영상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차가운 두뇌를 가진 기자들조차 AI가 생성한 사진과 영상에 속았다면 범인들은 어떠랴? 

    우리는 왜 이리도 쉽게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걸까? 어쩌면 모든 것을 더 신속하게 처리하는 세상이 되면서 더욱 성급한 결정이 더욱더 많은 오해를 낳는 것일 수도 있겠다. 

    모든 걸 더 서두를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운명이라면 운명에 부딪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단, 제대로, 안 아프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말이다. 글쓴이는 두뇌의 기초 체력을 길러 보라고 권하고 싶다. 축구 선수들이 긴박한 순간, 민첩하게 움직이기 위해 몸의 근육을 훈련하듯 신속 정확한 사고를 위해 우리 두뇌를 훈련해보자는 것이다. 

    뇌 영상 연구 권위자 가와시마 류타는 ‘독서의 뇌과학’(현대지성, 2024)에서 의도적으로 책을 읽음으로써 뇌를 단련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눈으로 조용히 읽는 것보다 소리 내어 읽을 때 그 효과가 더 크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피험자에게 약 600~800자 분량의 다양한 글을 매일 소리 내어 읽게 하고, 주말마다 기억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간단한 30개의 단어를 2분 동안 외우는 실험이었다. 소리 내어 책 읽기 트레이닝 전 외운 단어는 평균 10개였는데, 2주부터 향상되더니 4주 후에는 평균적으로 14개의 단어를 암기했다.

    이 실험은 소리 내어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뇌가 전신운동을 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려준다. 심지어 노화를 경험하고 있는 성인이라도 음독을 통해 뇌의 기능, 최소한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이든 빠르게 진행되고, 신속한 판단을 요구하는 멋진 신세계에서 흔들림 없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두뇌에 날카로운 판단력은 물론, 저속 노화까지 덤으로 안겨 주는 책 읽기 처방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