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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는 진도가 아니라 ‘용기’가 쌓이는 과목이다
“원장님, 우리 아이는 영어를 오래 배웠는데도 왜 아직 자신감이 없을까요?”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영어유치원을 다녔고,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을 꾸준히 다녔다. 단어도 성실하게 외우고 시험 성적도 나쁘지 않은데,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높지 않다. 영어를 말해야 되는 순간, 시험을 보는 순간 긴장부터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답답한 마음이 충분히 들 수 있다.
이럴 때 많은 부모는 진도를 먼저 떠올린다. 지금 학원이 너무 쉬운 것은 아닌지, 더 높은 레벨로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오랜 시간 학생들을 지도하며 내린 결론은 다르다. 아이에게 부족한 것은 진도가 아니라 영어를 자신의 언어로 사용해 본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이 만들어 내는 용기이다.
영어는 암기 과목이 아니라 누적 과목이다. 단어를 많이 외우고 문법을 빨리 끝낸다고 실력이 완성되지 않는다. 배운 표현을 직접 말해 보고, 시험도 보고, 틀려도 다시 도전하고, 작은 성공을 반복하는 과정이 쌓일 때 비로소 영어는 시험 과목이 아니라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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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를 건너뛴 속도는 오래가지 않는다
수학도 사칙연산이 익숙하지 않으면 방정식을 이해하기 어렵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기초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진도만 앞서가면 어느 순간 학습은 버거워지고 자신감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때는 잘 따라가던 학생이 중학교에 올라 영어를 갑자기 어려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식은 배웠지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몇 해 전 학원에 들어온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있었다. 영어 기초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았다. 학교 시험이 다가오면 “저는 영어를 못해요.”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 긴 문장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문장도 읽지 못하였고, 하물며 기초 단어의 지식도 없었다.
우리는 무리하게 진도를 앞당기지 않았다. 먼저 학교 시험 범위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 선생님들은 아이가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서 설명했고, 아이 역시 누구보다 성실하게 따라왔다. 시험을 준비하며 한 문제를 더 맞히는 경험이 쌓였고, 점수도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점수가 아니라 아이의 표정이었다.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학생의 영어 Speaking이 갑자기 유창해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틀릴까 봐 손도 들지 못하던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자신감이 차곡차곡 쌓였고, 결국 중학교 3학년이 됐을 때 학교 영어 시험에서 처음으로 100점을 받았다.
많은 사람은 100점이라는 결과에 주목한다. 하지만 내가 더 의미 있게 본 것은 아이의 변화였다. 더 이상 “저는 영어를 못해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성적이 자신감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작은 성공 경험이 자신감을 만들었고 그 자신감이 결국 성적까지 바꾸어 놓은 것이다.
◇ 성공 경험이 아이의 자신감을 만든다
교육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이를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때 더 큰 도전에 나선다. 이 믿음은 누군가의 칭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해냈다는 경험이 반복될 때 비로소 단단하게 자리 잡는다. 그래서 학부모들에게 늘 같은 말을 한다. “영어는 단어가 쌓이는 과목이 아니라 용기가 쌓이는 과목입니다.”
영어회화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문장이 조금 서툴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노력한 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영어를 진짜 언어로 사용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필자의 학원에서는 매년 영어 스피치 콘테스트를 개최한다. 영어를 가장 잘하는 학생을 뽑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영어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나도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말할 수 있다.”는 성공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처음 무대에 오르는 아이들은 대부분 긴장한다. 발표 직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고, 원고를 잊어버릴까 봐 손을 떨기도 한다. 하지만 발표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아이들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 하루의 경험은 단순한 행사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다음에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남는다.
실제로 초등학교 때 발표 경험을 꾸준히 쌓은 학생들은 중학교에 올라 영어 발표나 토론을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영어를 ‘평가받는 과목’이 아니라 ‘소통하는 도구’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 부모의 질문이 아이의 방향을 바꾼다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많은 부모는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오면 가장 먼저 점수와 진도를 묻는다.
“오늘 단어 시험 몇 개 틀렸니?”
“교재는 어디까지 나갔어?”
물론 필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그것만 반복된다면 아이는 영어를 결과로 평가받는 과목으로만 받아들이게 된다. 가끔은 질문을 바꿔보자.
“오늘 영어로 용기 낸 순간이 있었니?”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영어 표현은 뭐였니?”
부모의 질문이 달라지면 아이가 영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결과보다 과정을, 속도보다 성장을 인정받는 아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영어 학원의 목표는 대학입시에 필요한 영어 실력을 탄탄히 키우는 것이다. 동시에 영어를 평생의 언어로 만들어,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자신 있게 표현하고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영어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진도가 아니라, 아이의 마음 속에 조금씩 쌓여 가는 용기다.
[영어 교육, 현장 전문가의 시선] 속도에 집착하면 방향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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