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의 AI 전환] AI 활용 코스웨어의 도입과 도전
권유림 안산대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장, 간호학과 교수
기사입력 2026.06.22 09:00
  • ◇ AI가 대학 교육에 스며드는 방식

    가끔 집 근처에서 자주 들르던 상가 건물의 한 매장이 갑자기 철수하고 공사 중인 모습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전에 그곳에서 무엇을 판매했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지나간 것은 빠르게 잊히고, 우리는 굳이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새로 들어설 무언가를 기대한다.

    대학 교육에서 활용하는 매체의 변화도 이와 비슷하다. e-Class와 Google Classroom을 비롯한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 LMS)은 빠르게 대학 교육에 스며들었고, 이제는 오히려 전통적인 교육 매체로 인식하게 되었다. LMS 이전에는 강의자료를 어떻게 공유했는지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다. 

    AI 역시 대학 교육의 일상적인 도구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자료를 검색하고 과제를 수행하며, 교수자 또한 수업 자료와 평가 문항을 개발하는 데 AI를 활용한다. 생성형 AI가 학문의 진실성과 평가의 신뢰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청년 세대의 일자리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대학생의 92% 이상이 이미 학업 과정에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대학은 AI의 사용 여부를 논하는 단계를 넘어, AI를 교육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 지금 태어나는 세대를 위한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산업화 시대부터 “미래의 공장은 기계와 이를 관리하는 사람 한 명, 그리고 사람이 기계를 건드리지 못하게 지키는 개 한 마리만 존재할 것이다.”로 묘사한 농담이 회자돼 왔다. 극단적인 자동화로 인간의 역할이 기계 관리 수준으로 축소되는 미래를 풍자한 표현이다. 그러나 이 말은 현재에도 적용된다. 

    한때 단순·반복 업무 위주의 산업체에서 주로 활용되던 AI는 최근 돌봄과 케어 영역으로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AI가 진출하기에 다소 어렵지 않을까 했던 간호·간병 분야 역시 예상을 뒤엎고 정서지능마저 탑재한 채로 감정노동에 지친 직업군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단편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친다면 대학은 새로운 교육 환경에 뒤처져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10년 내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적응이라는 전략조차 소용이 없을 만큼 빠르고 폭발적인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대학은 위기를 강조하기보다 교육의 본질에 더 집중하면서 새로운 교육 방식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실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 세대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돕고, 학생과의 유대도 강화해야 한다. 

    ◇ AI 코스웨어 개발과 도입 과정에서 협력의 중요성

    예년과 같은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자로서의 문제의식과 AI 시대에 뒤처지는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 속에서, 풀리캠퍼스가 제공하는 간호·보건 계열 대상 AI 활용 의학용어 코스웨어를 접하게 되었다. 

    기존의 코스웨어는 의학용어 문제 풀이, AI 피드백, AI 학습 경로 제공, 난이도별 심화·반복 학습 콘텐츠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안산대학교는 저학년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해 문제 풀이에 앞서 스스로 기초 개념을 학습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학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 안산대학교 학생들의 학습 여건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의학용어 콘텐츠를 재학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2025년 운영 과정에서 수집한 학생들의 피드백도 후속 개발에 반영했다. 대학은 실제 사용 과정에서 확인된 학생들의 피드백을 정리해 풀리캠퍼스 측과 공유했고, 이를 바탕으로 2026년 버전의 프로그램 개선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 그 결과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안산대학교의 교육 환경을 반영한 2026년 버전의 안산대학교 커스터마이징 의학용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은 AI 코스웨어가 대학이나 개발 업체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학-개발 업체-교육 수요자가 현장의 요구와 사용 경험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질 때 더 나은 콘텐츠와 변화하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정규 학기 운영 일정에만 맞춰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교육 현장의 변화보다 느린 속도로 업데이트한다면 AI 코스웨어의 경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장에 필요한 적시 교육은 지금 당장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요하므로 AI 코스웨어도 교육 콘텐츠와 학습자의 요구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콘텐츠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과 대학 간의 긴밀한 협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 ◇ Human insight로 이끌어가는 AI 코스웨어 개발

    AI 코스웨어를 개발해 대학 교육에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결국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다. 교육용 AI 코스웨어가 현장에서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 자체의 한계보다 인간, 즉 교육 수요자가 더 이상 사용하고 싶어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AI 코스웨어 개발에서는 AI 성능이 우수한지, 답변이 정확한지,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 최신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반영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참여자(학생)는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 AI 코스웨어를 바라본다. 

    사용하기 편리한가. 로그인 과정이 번거롭지 않은가. 메뉴가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학습 과정이 지루하지 않은가. 학습 반응과 피드백이 흥미로운가 등이다.

    오늘날의 학생들은 ChatGPT, Gemini, Claude와 같은 도구를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AI 코스웨어에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계속 사용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학습자의 필요를 파악하고, 사용 과정의 불편함을 줄이며, 학습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경험 설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자는 교육의 본질에, 개발자는 공부하는 인간의 특성과 실제 사용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학생을 이해하는 인간의 통찰, 즉 ‘Human Insight’가 기술과 결합할 때 AI 코스웨어는 대학 교육의 변화를 이끄는 학습 환경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