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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는 수백 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전통 양조장들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반드시 가장 큰 규모를 갖춘 기업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작은 마을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지역 주민들의 깊은 신뢰를 받는다. 왜일까? 시설이 좋아서일까. 광고를 많이 해서일까.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고 있어서일까. 그렇지 않다. 결국 그 양조장을 지켜온 것은 한결같은 품질을 만들어내는 장인들이다. 사람들은 브랜드보다 그 안에 있는 사람을 신뢰한다. 수십 년 동안 같은 철학으로 맥주를 빚어온 장인의 존재가 곧 양조장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은 종종 좋은 학원을 찾기 위해 브랜드를 비교하고, 합격자 수를 살펴보고, 유명 강사의 이력을 확인한다. 물론 그것들도 중요하다. 그러나 오랜 시간 교육 현장을 지켜본 필자는 점점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좋은 학원의 경쟁력은 건물도 아니고 광고도 아니다. 결국 사람이다.
오늘날 학원가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 있다. 화려한 시설, 최신 시스템, 스타 강사 마케팅이 넘쳐난다. 학부모들 역시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는 요소들에 주목한다. 하지만 정작 아이의 성장을 결정짓는 것은 광고 전단지에 적힌 문구가 아니다. 매주 아이를 만나고, 아이의 표정을 읽고, 성적표 뒤에 숨어 있는 고민을 발견하는 교사다. 실제로 필자가 현장에서 만난 많은 학생들의 변화는 새로운 교재나 프로그램보다, 자신을 믿어주는 한 명의 교사를 만났을 때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채용 과정에서 시범 강의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지원자와 한 시간 이상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많은 학원들이 강의력을 먼저 평가하지만 필자의 질문은 조금 다르다.
“아이들 앞에서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인가.”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강사의 화려한 스펙이 아니다. 강의 기술은 훈련을 통해 성장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의 태도와 인품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선생님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좋은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교육은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학생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교육은 전달에 머무른다. 반대로 학생을 향한 진심이 있는 교사는 아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낸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학창 시절 오래 기억하는 선생님 역시 비슷하다. 가장 어려운 문제를 잘 가르쳤던 선생님보다, 나를 믿어주었던 선생님을 더 오래 기억한다. 좋은 학원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오래전 필자의 학원에는 한 학생이 있었다. 평범하지만 성실하고 예의 바른 아이였다. 그런데 사춘기 시절, 오빠가 혈액암 판정을 받으면서 가정 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가족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아픈 오빠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학원을 계속 다니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그 아이를 보며 고민했다. 교육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부모님께만 조용히 의사를 전했다. 학생은 모르게,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원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특별한 선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한 아이의 배움이 멈추는 것은 막고 싶었다. 그 후 학생은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하며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필자 역시 바쁜 일상 속에서 그 아이를 잊고 지냈다.
몇 년 뒤, 한 청년이 부모님과 함께 학원을 찾아왔다. 그리고 S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실 필자가 그 학생을 의대에 보낸 것은 아니다. 특별한 공부 비법을 알려준 것도 아니다. 다만 돌아보면, 그 시절 누군가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경험이 그 학생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그날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지식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만나며 성장한다
교육은 시험 점수 몇 점을 올리는 기술이 아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과정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학원에 기대하는 것은 결국 성적 향상이다. 그러나 성적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결과만 바라보면 보이지 않지만, 그 이면에는 문해력과 학습 습관, 자기주도성, 그리고 무엇보다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는 과정이 존재한다.
필자가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몰라 방황하는 경우가 많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찾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교육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특히 진로 상담을 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꿈이 없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시중에는 다양한 적성검사와 진로 정보가 넘쳐나지만, 정작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는 이럴 때 진로를 거창한 주제로 접근하기보다 아이들의 관심사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유명 연예인의 이야기가 소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가 좋아하는 스포츠나 취미가 대화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자신의 흥미와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일이다.
실제로 한 학생은 야구선수의 꿈을 품고 오랜 시간 노력했지만, 현실적인 한계를 마주하며 깊은 좌절을 경험했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열정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필자는 그 열정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갈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했고, 학생은 스포츠 기자라는 새로운 목표를 발견하며 다시 학습의 동기를 찾을 수 있었다.
결국 아이를 움직이는 힘은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발견한 이유에서 나온다. 교육의 출발점은 강요가 아니라 동기이며, 그 동기는 대개 자신을 이해하고 믿어주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특목고·자사고 진학컨설팅을 진행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는 오랫동안 별도의 비용 없이 학생들과 진로 상담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다. 어떤 학교에 진학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는 입시 전략 이전에 한 사람의 미래와 연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워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 역시 교육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좋은 학원을 이야기할 때 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사교육 현장은 강사 수급 자체가 쉽지 않은 시대를 맞고 있다.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는 일도 어렵지만, 그 교사가 오랫동안 교육 현장에 머물도록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좋은 학원의 경쟁력을 화려한 광고나 스타 강사의 존재에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선생님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지, 학생을 향한 진심이 조직 안에서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제로 아이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매일 같은 교실에서 학생을 만나는 교사다. 학생이 어느 순간 자신감을 잃는 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어떤 말에 상처받는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도 학원을 선택할 때 단순히 합격 실적이나 강사의 이력만 볼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어떤 철학으로 학생을 만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육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 환경은 계속 변하고 있다. 커리큘럼도 달라지고 입시 제도도 바뀐다. 그러나 한 가지는 변하지 않는다. 아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기다려주는 역할만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좋은 학원을 만드는 힘도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전통 양조장이 오랜 세월 사랑받는 이유가 장인의 철학에 있듯, 좋은 학원 역시 아이를 향한 진심을 가진 교사와 교육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우리는 종종 교육의 본질을 성적표에서 찾으려 한다.
그러나 진짜 교육의 흔적은 다른 곳에 남는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학생이 다시 찾아오고,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떠올리는 어른으로 기억되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교육이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성과일지 모른다.
결국 좋은 학원의 경쟁력은 건물도, 광고도, 화려한 스펙도 아니다. 좋은 학원은 성적이 아니라 사람으로 만들어진다.
[영어 교육, 현장 전문가의 시선] 좋은 학원은 성적이 아니라 사람으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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