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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에 속도를 내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런데 현장의 HR 담당자와 경영진은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생성형 AI 예산을 늘리고 전사 교육을 운영하며 업무용 라이선스까지 대거 도입했지만, 1년이 지나도 조직이 달라졌다는 체감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AI 도입 실패의 원인을 기술이 아니라 조직과 운영에서 찾는다.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모델 성능이 아니다. 조직이 AI를 어떤 기준으로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일하며, 그 경험을 어떻게 쌓아가느냐로, 결국 AI 전환의 본질은 결국 사람과 조직에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떤 사람을 뽑고 길러야 할까. 여전히 많은 기업이 ‘AI를 잘 다루는 사람’을 찾는다. 프롬프트를 능숙하게 쓰고 업무에 생성형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인재다. 분명 값진 역량이지만, 조직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성과를 내는 조직에는 공통점이 있다. AI가 조직 안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활용 기준을 세우고,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며, 한 사람의 노하우를 조직 전체의 자산으로 확산한다. 작은 차이가 1년 뒤 조직 사이의 큰 격차로 벌어진다.
◇ 잘 쓰는 사람을 넘어 ‘기준을 세우는 사람’
AI 거버넌스, 즉 조직의 활용 기준과 책임 체계가 없다면 아무리 능숙한 직원이 많아도 성과는 개인 수준에 머무른다. 고객 데이터를 어디까지 AI에 활용할지, 결과물의 오류는 누가 검증하고 책임지는지 같은 판단 기준이 비어 있으면 중요한 업무일수록 직원들은 AI 활용을 주저한다. 어쩌다 좋은 사례가 나와도 다른 조직이나 구성원이 재현하기 어렵다.
동남아 최대 은행 DBS는 ‘PURE’라는 네 가지 질문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목적이 분명한가(Purposeful), 고객이 납득할 결과인가(Unsurprising), 데이터를 존중하는가(Respectful),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가(Explainable). 직원들은 이 원칙을 따라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안은 별도 위원회가 검토한다.
거창한 규정집이 아니라 현장에서 곧장 꺼내 쓰는 짧은 점검표로 만들어 기준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그 결과 DBS가 2023년까지 AI로 창출한 가치는 2억 7000만 달러에 달했다. 주목할 대목은 기준을 만든 주체가 AI 엔지니어가 아니라 조직의 리스크와 현업 맥락을 조직의 리스크와 현업의 맥락을 동시에 이해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 도구를 바꾸기 전에 일하는 순서를 바꾼다
상당수 조직은 기존 업무의 맨 앞이나 맨 끝에 AI를 덧붙여 사용한다. 이렇게 아이디어를 얻고, 문서를 요약하고, 맞춤법을 점검하는 방식은 AI가 기존 업무 속도를 조금 높여주는 보조 도구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성과를 낸 조직의 접근은 달랐다. 이들은 AI를 어디에 붙일지 고민하기 앞서 업무 자체를 재설계했다. 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법무팀은 문서 검토 마지막 단계에 AI를 활용하다가, AI가 정확하게 찾아내는 오류 유형이 40%에 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AI가 잘 처리하는 유형을 먼저 거른 뒤 변호사가 나머지 검토에 집중하도록 프로세스를 재구성했다. AI 모델은 그대로 두고 사람과 AI의 역할을 다시 나눈 결과 생산성과 정확도가 모두 개선됐다.
맥킨지 역시 AI 전환에 성공한 조직은 공통적으로 업무 프로세스와 역할 분담을 재설계한다고 말한다. 성과를 낸 기업들은 예외 없이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 AI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구조를 새롭게 설계했다.
◇ 개인의 노하우를 조직의 지식으로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AI 도입 성과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 가운데 하나가 부서 간 장벽이다. 기술 부족이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공유 부재가 문제다. 특정 개인이나 특정 조직에만 활용 경험이 쌓이면 기업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실제로 많은 현장에서 AI는 ‘개인 무기’처럼 소비된다. 활용 노하우가 평가와 보상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잘 쓰는 직원일수록 자기 방식을 굳이 나눌 이유가 없고, 뒤처진 직원은 따라잡을 기회를 얻지 못한다.
반대로 공유와 협업을 제도화한 조직은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한 기업은 부서가 보유한 데이터를 전사 플랫폼에 공유한 비율을 KPI로 삼고 인센티브와 연계했다. 협업이 손해가 아니라 이익이 되도록 판을 바꾼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경험은 조직의 지식으로 전환되고, 그 지식은 다시 새로운 성과로 자란다. 결국 AI 경쟁력을 가르는 마지막 변수는 개인의 역량보다 조직의 학습 속도다.
◇ HR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여기서 HR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많은 기업이 채용 공고에 ‘생성형 AI 활용 가능자 우대’를 적는다. 그러나 앞으로 더 중요한 질문은 AI를 사용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이 사람은 AI 활용 기준을 만들 수 있는가. AI를 전제로 업무 방식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가. 혼자 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구성원들이 함께 성과를 내도록 이끌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 AI 시대 인재전략의 첫 단추가 된다.
AI 시대 핵심 인재상은 프롬프트를 능란하게 다루는 사람이 아니다. AI가 조직 안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조직의 기준을 세우고, 업무의 흐름을 다시 짜며, 개인의 역량을 조직의 성과로 키워내는 사람이다. 인재전략의 무게중심도 활용자를 늘리는 데서 조직이 AI로 일하는 방식을 설계할 사람을 확보하고 키우는 쪽으로 옮겨 가야 한다.
AI 경쟁력은 기술에서 나오지 않는다.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 사람은 능숙한 사용자를 넘어 조직의 변화를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제를 맨 먼저 고민해야 하는 주체는 HR이다.
[박영진의 AI 인재전략] AX를 도입해도 현장이 바뀌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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