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의 AI시대 K-리더스] 초도약의 시대, 결국 독서가 AI를 이끈다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리딩앤 대표이사
기사입력 2026.06.01 09:00
  • 영국의 교육사학자이자 언론인인 안소니 셀던(Anthony Seldon)은 AI가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4차 교육혁명’의 도래를 예고했다. 그는 이 변화를 주도할 국가와 지역으로 미국, 중국, 인도, 유럽연합(EU), 영국을 지목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 명단에 한국이 없다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가 주목하던 교육 강국 한국은 AI 교육혁명의 중심 무대에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도약적 추격, 이른바 ‘리프 프로깅(Leap Frogging)’의 대표적 사례는 중국이다. 중국은 비디오테이프 시대를 건너뛰고 DVD를 거쳐 곧바로 OTT로 이동했다. 유선전화의 보편화 단계를 오래 거치지 않고 모바일 시대로 진입했고, 내연기관차 중심의 산업 구조를 넘어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2G와 3G폰의 단계를 지나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 생태계로도 단숨에 이동했다.

    이러한 도약은 이제 AI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는 지난해 미국 증시에 충격을 주며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은 더 이상 추격자에 머물지 않는다. 이미 기존 단계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AI 경쟁의 판을 흔들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중국이 AI 강국으로 부상하며 미국과 경쟁하는 지금, 한국 교육은 어떤 도약을 준비하고 있을까? 우리는 교육에서 어떤 ‘리프 프로깅’을 하고 있을까?

    ◇ 중국 교육이 선택한 전략, ‘영어 독서’

    한국이「영어교육과정 개편안」을 내놓았던 해인 2022년, 중국 역시 「영어과정표준」을 발표했다. 흥미로운 것은 두 나라가 영어교육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다.

    한국의 교육과정 문서에서 ‘독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진다. 영어 독서가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300쪽이 넘는 문서 안에서도 ‘독서’라는 표현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중국은 다르다. 중국은 영어 독서를 단순히 권장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의무'로 못 박았다. 심지어 학년별로 최소 영어 독서량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텍스트를 지속적으로 읽도록 요구한다. 다만 읽을 책은 학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학교 3학년의 경우, 연간 최소 15만 단어 이상의 영어 독서를 하도록 한다. 이는 우리나라 중학생의 평균 영어 독서량의 30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리프 프로깅 전략으로 ‘영어 독서’을 주목했을까. 영어 독서는 AI 시대에 필요한 실존지능을 개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학습자의 뇌를 수동적 상태에서 능동적 상태로 전환시키는 가장 강력한 학습법이다. 교사의 설명을 지시를 받는 수동적 학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문제를 규명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AI에게 지시를 해야 하는 학습으로 전환해야 한다.  

    영어 독서는 '이중언어자(Bilingual)'를 만든다. 이중언어자의 뇌는 단일언어 구사자에 비해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발달해 있다. 전전두엽은 이마와 맞닿아 있는 전두엽의 맨 앞부분으로, 우리 뇌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발달한다. 주로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 감정 조절 능력, 도덕성, 공감 능력, 직관 등을 담당해 'CEO의 뇌'로도 알려져 있다. 이 능력들은 AI가 모방하기 어려운 인간의 고등 사고이며, ‘왜’를 묻는 실존지능의 핵심이다.

    ◇ 본질은 기술(Technology)가 아니라 교육(Education)

    우리 교육이 뒤처지는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에듀테크'라는 말에는 교육(Education)이 앞에 오고, 그 뒤를 기술(Technology)가 따른다. 본질은 교육 개혁이 먼저이고, 그에 맞는 기술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 개혁은 교사가 주도해야 한다. 교육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수 교원 양성, 포상, 보조교사 채용, 과밀학급 해소에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동시에 과거 방식에 머무르는 구조를 바꾸고, 교육전문대학원 등을 통해 우수 인재가 지속적으로 교직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기술은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던 기존의 교육 변화 방식에서 탈피해 교사, 학교, 대학, 창업가, 사회적 기업가, 민간재단, 미디어, 비정부기구(NGO), 정부출연연구원 등이 주도적으로 혁신하고 협력하는 혁신 생태계 속에서 조성되어야 한다.

    다행히도 전 세계 교원 중 우리나라 교원은 최고 수준이다. 우리의 교대와 사대는 최고의 인재를 선발할 수 있지만,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지 못하다. 그럼에도 Pre-AI 시대를 살아온 이 교원들이 Post-AI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제대로 준비시킬 수 있을지 알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먼저 투자하고, 학교와 교사들이 필요한 기술을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배정하면 된다.

    ◇ 우리는 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하는가?

    2020년 1월, CNN 건강 칼럼에는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내용에 비추어 제목을 의역하면 이렇다. 

    “가정의 행복에 필요한 필수 요소는 독서다.”

    영미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부모가 잠자기 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른바 ‘Bedtime Story’ 문화다. 

    우리에게는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문화였다. 침대 문화가 보편적이지 않았고, 과거에는 어린이 책 자체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정서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칼럼에 따르면 책 읽어주기(Read Aloud)의 영향은 단편적인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3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 논문 19편을 분석한 결과, 책 읽어주기는 아이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었다. 부모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아이와의 관계가 질적으로 높아질 뿐 아니라, 부모로서의 자신감을 높여주고, 양육에 따른 스트레스와 우울감도 감소시켜 주었다.

    그렇다면 책을 읽어주면 아이에게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우선 책 읽어주기는 문제 해결력, 판단력 등 인지 능력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 주의력 결핍, 공격성 등 여러 행동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상대로 아이의 언어 발달에도 크게 기여한다. 

    글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책을 읽는 일을 주기적인 리추얼로 만들라고 권한다. 가장 좋은 시간은 아무래도 잠자기 전일 것이다. 우리도 이제 ‘Bedtime Story’ 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 아이를 독서가로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내가 추천하는 또 다른 방법은 ‘Library Day’ 또는 ‘Bookstore Day’를 만드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시간을 정해 온 가족이 도서관이나 서점을 함께 방문하는 것이다. 꼭 그 자리에서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다. 책 냄새를 맡고, 책등을 훑어보고, 책이 놓인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충분한 경험이 된다. 꼭 해보길 바란다.

    우리 가족도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 리추얼을 지킨 기억이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와 종각 영풍문고는 우리 가족의 단골 서점이었다. 매주 찾던 청운문학도서관과 서울정독도서관은 그 존재 자체로도 유서 깊은 공간이었다.

    가급적 학원가에서 멀고, 서점과 도서관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이야말로 오늘날의 맹모삼천지교일 수 있다. 학원가가 밀집한 지역의 집값이 높은 현실은 우리가 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교육열이 높은 것이 아니라, 왜 하는지도 모른 채 경쟁에 떠밀리는 마음만 커진 결과는 아닐까.

    ◇ “어떻게 하면 독서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을까요?”

    학부모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다. 그러나 책은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읽는 것이다. 그러니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 아이는 스스로 독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잠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고, 매주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르고, 엄마 아빠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도 아이가 자발적으로 독서하는 사람, 폼 나는 말로 ‘Free Voluntary Reader’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불가사의한 일 아닐까.

    특히 아이가 영어를 잘하기를 바란다면, 독서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 사실상 유일한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언어는 암기한 것을 기억해 내는 능력이 아니다. 사고의 과정이 축적되어야만 비로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요즘처럼 수동적 사고(passive cognition)를 유발하는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아이를 리더로 키우는 일은 오히려 분명해졌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같은 콘텐츠에 소비되어 버린 아이들이 많은 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능동적 사고(active cognition)를 유도하는 독서를 하는 아이는 그 자체로 앞서갈 수 있다.

    AI 시대에 우리 아이가 살아남는 방법도 자명해졌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책을 읽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다면, 오히려 책 몇 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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