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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DHD 치료제의 오남용’, ‘공부를 잘하도록 돕는 ADHD 치료제’, ‘ADHD 치료제 품귀 현상’ 등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다룬 기사를 자주 접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ADHD 환자 수는 2020년 7만9248명에서 2024년 26만251명으로 3.3배 늘었고, 20세 미만 아동·청소년 환자도 2.5배 증가했다. “저 ADHD여서 약 복용 중이에요”라고 스스럼없이 밝히는 사람도 종종 만난다.
물론 약물 처방은 중요하다. 그러나 오남용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른다. ADHD 치료제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조절하는 의약품이자 의료용 마약류로, 정상 청소년이 복용할 경우 두통과 불안, 수면장애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ADHD는 뇌 신경과 유전·환경 요인이 맞물려 발생하는 ‘신경발달 장애’로 분류된다. 집중력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전두엽에서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생긴다고 한다.
필자는 명상심리를 전공한 사람으로, 불안과 우울, 공황 등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을 상담해 왔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몸에서 올라오는 부정 감정을 억누르고 참아내는 데 익숙하다는 점이다. 부정 감정이 편도체(아믹달라)에서 발화되는 순간, 우리 몸에는 1400여 종의 해로운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그것이 곧 신체적·정서적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약물 치료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치유의 지혜를 함께 길러가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다.
실제로 중증 성인 ADHD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해 온 한 스타트업 CEO가 명상심리 기반의 마음 코칭으로 이를 극복해 낸 사례를 소개한다. 아래 글은 본인이 직접 쓴 것으로, 약물에만 의존하는 주변의 ADHD 환자들에게 자연치유적 접근의 가능성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작성됐다.
“ADHD라는 단어는 익숙했지만, 그게 내 이야기일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2022년 창업 관련 프로그램에서 한 프랑스인 친구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혹시 너 ADHD 있는 거 아니야?’ 검사 결과는 중증 성인 ADHD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내 인생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평범한 일상이 나에게는 그토록 힘들고 벅찼는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겁니다. 그동안 내가 힘들었던 이유를 몰랐다는 사실이 가장 억울했습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스스로도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회사 설립과 새 플랫폼 개발에 매달려야 할 시기였지만, 몰입을 조절하기 어려웠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쉽게 지쳐 갔습니다. 그때는 처방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시기에 마음 코칭을 만났습니다.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말이 처음에는 어렵게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차분히 호흡 상태를 점검하고 깊은 호흡법을 익혔습니다. 1분에 20번이 넘던 호흡이 심호흡을 통해 4~5회로 줄어들었고, 이후 심호흡은 저에게 주치의 같은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겉으로는 단순한 호흡 같지만, 그 안에서 저는 외면해 왔던 기억과 감정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나를, 버티는 데 익숙했던 나를, 도망치고 싶었던 그 시간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마주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마음 코칭이라는 안전지대 안에서는 그것마저 내 삶의 일부로 끌어안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은 정말 기적 같았고, 지금도 풀리지 않는 신비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음 코칭은 내가 부족해서 받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조언이나 해답이 아니라, 스스로 내 안에 주의를 집중하고 여러 소리를 들어주며 마음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ADHD의 단점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남들과는 다른 감각으로, 내 삶을 만들어 온 강점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점을 선으로 잇기보다 점들 그 자체에서 구조를 느끼는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을 거꾸로 본다기보다는, 순서 없이 바라보는 방식이 내 안에 늘 존재해 왔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나는 기존의 틀을 따르기보다,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창작자에게 정당한 권리가 돌아가는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게 될까?’라는 질문 앞에서도 ‘이건 되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힘은 내 방식, 그리고 그 방식을 중심에 놓아준 마음 코칭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금 나는 상시 복용해야 했던 ADHD 약물에서 멀어졌습니다. 심호흡, 마음의 근육을 키워 주는 일기 쓰기, 자존감을 높이는 활동들을 통해 한 존재로서 당당하게 일과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ADHD는 여전히 내 삶의 일부입니다. 때로는 익숙한 흐름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다시 충동적으로 움직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내가 직접 다룰 수 있습니다. 흐트러짐이 아니라 내 안의 리듬으로, 오히려 나만의 감각이자 강점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경험이 ADHD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약물 치료 외에도, 마음의 알아차림과 자기 수용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충분히 가질 수 있습니다. 변화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우리 몸에서 올라오는 모든 감정은 긍정이든 부정이든 소중한 자원이다. 그 자원을 홀대하는 순간, 우리는 정서적으로 힘든 자리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심호흡으로 차분한 상태를 만들고, 마음의 현상을 하나하나 살펴 자기만의 수레바퀴를 만들어 보자. 약물에만 의존하기보다, 심호흡과 마음 알아차림을 함께 가져가는 지혜를 더해 볼 일이다.
[김상임의 마음 사용 설명서] ADHD와 마음 알아차림, 새로운 치유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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