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 대입 개편과 AI 시대, 우리 아이 영어 ‘진짜 무기’는 무엇인가
줄리앤 킴 올탑어바인 대표 원장
기사입력 2026.05.18 17:00
  • 줄리앤 킴 올탑어바인 대표 원장.
    ▲ 줄리앤 킴 올탑어바인 대표 원장.

    요즘 상담실에서 학부모들을 만나다 보면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있다. “내신 1등급이 10%로 늘어난다는데, 그럼 우리 아이도 조금 수월해지는 것 아닌가요?”라는 기대 섞인 질문이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면, 진단은 정반대다.

    2028 대입 개편과 고교학점제, 그리고 최근 교육 보조 자료로 위상이 정립된 AI 디지털 교과서(AIDT)의 도입은 진짜 실력이 없는 학생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시험대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내신 1등급 비율이 4%에서 10%로 확대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상위권 내 변별력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제 대학은 성적표의 숫자 너머에 숨겨진 진짜 역량을 확인하려 들 것이다. 그 변별력의 핵심은 더욱 정교해진 서·논술형 평가와 수행평가에 있다.

    결국 영어 성패의 키워드는 문제 풀이 기술이 아니라, 정보를 분석하고 자신의 논리로 재구성하는 ‘학업적 문해력(Academic Literacy)’으로 옮겨가고 있다.

    ◇ AI시대의 역설, 왜 결국 다시 종이책과 깊이 읽기인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예고되면서 교실 풍경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이 이를 종이 교과서의 대체재가 아닌 보조적 교육자료로 정의한 이유를 깊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의 편리함이 자칫 텍스트를 깊이 파고드는 '아날로그적 사고'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클릭 한 번이면 완벽한 번역본이 쏟아지는 시대다. 그러나 정보의 맥락(Context)을 읽어내고 비판적으로 수용(Critical Thinking)해 나만의 언어로 재조직하는 일은 오직 '훈련된 인간'의 영역이다.

    이를 자전거에 비유하곤 한다. 고성능 자전거(AI)가 발명되었다고 해서 우리의 다리 근육이 필요 없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멀리, 더 안전하게 달리기 위해서는 하체의 근력이 필수다. 영어 교육에서의 근력은 바로 종이 지문을 씹어 삼키며 체득하는 문해력이다. 디지털 툴은 보조 수단일 뿐, 아이 머릿속에 논리적 지도를 그려주는 것은 여전히 활자와의 치열한 사투다.

    ◇ 2028 대입의 승부처, 서·논술형이라는 거대한 파도

    “우리 애는 단어도 많이 알고 해석도 잘하는데, 왜 서술형 점수가 안 나올까요?”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하소연이다.

    개편된 입시 체제에서 고교 내신의 킬러 문항은 더 이상 단순한 문법 고르기가 아니다. 지문을 완전히 비틀어 변형하거나, 핵심 내용을 단어 수 제한에 맞춰 요약하는 고난도 서술형이 등급을 가른다. 본문을 무작정 외우던 방식은 이제 유효기간이 끝났다.

    실제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아이들조차 비문학 지문의 논리적 흐름을 물으면 당황하곤 한다. 읽기(Input)는 했지만, 그것을 내재화해 논리로 풀어내는 과정(Process)이 생략된 탓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글의 구조를 도식화하는 훈련’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복잡한 지문을 읽고 핵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의 관계를 파악해 한 장의 설계도처럼 그려보는 연습.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툴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1등급의 진짜 실력이다.

    ◇ 초등부터 고등까지, 실패 없는 영어 로드맵

    영어 문해력은 요행으로 쌓이지 않는다. 학년별로 정교하게 설계된 ‘스캐폴딩(Scaffolding, 학습 비계)’이 필요하다.

    소리와 철자의 연결을 넘어 읽기 유창성으로 나아가야 할 시기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파닉스를 강화한 이유는 분명하다. 읽기의 기초 체력을 먼저 길러두라는 것이다. 단어를 외우는 데 머물지 말고,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 낭독과 쉐도잉으로 영어에 대한 심리적 장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이 시기에 쌓아둔 풍부한 독서 경험은 훗날 고등 영어를 떠받치는 배경지식의 거대한 저수지가 된다.

    중학교는 논리의 뼈대를 세우는 ‘전략적 선점’의 시기다. 고등 입시를 위한 체력을 비축하는 골든타임이라 해도 좋다. 대입 개편으로 통합사회·통합과학 등 공통 과목의 비중이 커지면서 고교 진학 후 학습량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따라서 늦어도 중3까지는 고교 수준의 비문학 독해와 논리적 에세이 작성 실력을 완성해 두어야 한다.

    고등 영어는 추론의 싸움이다.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문의 핵심을 정확히 짚었는가”를 스스로 묻는 메타인지 능력이 성패를 가른다. 기계적인 문제 풀이에서 벗어나, 출제자의 눈으로 지문을 분석하는 고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의 미래가 바뀐다

    성적표를 들고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분명하다. 영어는 언어이기 이전에 사고의 도구다.

    디지털 기기에 파묻혀 지내는 요즘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멈춰 서서 활자를 읽는 시간이다. 오늘 당장 단어 100개를 외우라고 다그치기보다, 짧은 영어 기사 하나를 두고 “이 글을 쓴 사람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라고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서투른 문장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한 줄 적어보게 격려해 주는 것, 그 한 걸음이 출발점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고, 아이의 성장은 부모의 조급함을 견디는 힘에서 시작된다. 2028 대입 개편은 준비된 아이들에게는 위기가 아니라 찬란한 기회다. 암기의 굴레를 벗어나 문해력이라는 진짜 무기를 쥐여주는 것, 그것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미래 교육의 본질이다.

    ☞ 줄리앤 킴 올탑어바인 대표 원장

    - 전 SLP, ECC, Wonderland, HY입시학원 강사 및 매니저

    - 영어독서지도사, 파닉스전문가, 진로진학전문가, 학원 경영 아카데미 수료

    - SMU-Tesol, Concordia University-Tesol

    - Senior Center of Langley, Canada

    - Sports Games in Langley BC, Canada

    - Hudson Debate School, Langley BC, Canada

    - 학원교대 아카데미 수료, NE출판사 교재검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