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로 기억하는 그날…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들
강여울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6.05.18 09:00
  • 1980년 5월, 광주와 전라남도 일원 시민들은 신군부 집권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외쳤다.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은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며 전개한 민중항쟁을 국가 차원에서 기념하는 날로, 다음 해인 1981년 5월 18일 피해자 집단과 학생 등이 추모 행사를 거행한 것에서 시작됐다. 한때 국가는 추모 행사를 이어가지 못하도록 탄압했으나, 5월 계승 운동의 일환으로 꾸준하게 시행해왔으며 마침내 1997년 5월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사망과 함께 신군부 세력이 등장하자,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욱 후퇴하고 억압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화운동이 시작됐으며, 1980년 5월 초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집회와 시위가 광범위하게 전개됐다. 특히 광주에서는 전남대와 조선대 학생들의 주도로 시국성토대회가 연일 개최되고, 시민들과 함께 대규모 가두 정치집회를 열어왔다. 신군부 세력은 이를 제지하기 위해 비상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시위를 위해 전남대 앞에 모인 학생들과 맞붙으며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됐다.

    약 열흘의 시간 동안 진행된 5·18민주화운동의 피해자는 7000명(사망 218명, 행방불명자 363명, 상이자 5088명, 기타 1520명, 2001년 기준)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5·18민주화운동은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가슴 아픈 기록이며, 민주주의의 산물인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 우리는 5·18민주화운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하고 기억하고 있다.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을 맞아, 이를 기록한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 영화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 영화 ‘화려한 휴가’는 1980년 5월 광주에 사는 택시기사 민우(김상경)와 그의 동생 진우(이준기)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읜 민우와 진우는 평범한 일상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총과 칼로 무장한 진압군이 광주 시내를 활보하며 무고한 시민들을 폭행하기 시작한다. 소소한 일상을 보내던 민우와 진우, 그리고 광주 시민들을 눈앞에서 억울하게 가족과 친구, 애인들 잃게 되고 퇴역 장교 출신 흥수(안성기)와 함께 시민군을 결성한다. 광주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진압군과 시민군의 사투… 과연 광주 시민들은 행복했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화려한 휴가’는 지난 2007년 7월 개봉해 7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의 제목인 ‘화려한 휴가’는 당시 광주 진압에 참여했던 육군특수전사령부 대령의 수기에서 따왔다. 김지훈 감독은 영화 개봉 당시 제작보고회를 통해 “용서할 분들은 이미 준비가 돼 있는데,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며 “이 작품을 통해 그분들이 용서를 구할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만섭(송강호)은 거금 10만 원을 주면서 광주로 가자는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길을 나선다. 광주에 갔다가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영문도 모르고 길을 나선 만섭은 검문을 뚫고 힘들게 들어선 광주의 분위기에 위협을 느낀다. 서울로 돌아가자는 만섭의 만류에도 피터는 대학생 재식(류준열)과 황기사(유해진)의 도움 속에 광주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기 시작한다.

    ‘택시운전사’는 ‘화려한 휴가’ 이후 10년만인 2017년 선보인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로,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영화는 실존 인물인 택시 운전사 김사복 씨와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당시 위르겐 힌츠페터는 당시 광주를 카메라에 담아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 책 ‘소년이 온다’, ‘빼앗긴 오월’

  •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 동안의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한강 작가는 밀도 있는 취재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풀어내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하고,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이 시취를 뿜어내는 것으로 시위를 이어가는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 친구 정대의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 한다.

    책은 무자비한 국가의 폭력이 한순간에 무너뜨린 순박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 무고하게 죽은 어린 생명에 대한 억울함과 안타까움을 정대의 목소리로 대변한다. 상무관에서 동호와 함께 일하던 현, 누나들은 그들이 겪은 삶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단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한강 작가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소설을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현대 산문의 혁신가”라는 평을 받으며 20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 청소년 소설 ‘빼앗긴 오월’은 광주 근교에서 순박하게 살아가던 이들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통해 1980년 광주를 재조명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순수하기만 한 세 남매의 행복한 일상이 시대의 아픔을 만나 한순간에 무너지는 과정을 잔잔하고 애달프게 그린다. 책은 세 남매 중 둘째 준호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평범한 가족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고통을 함께 느끼며 1980년 광주에서 쓰러져간 가족의 아픔에 공감하고 슬퍼하게 된다.

    저자 장우 작가는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광주에서 공부를 이어나갔다. 5·18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저자는, 광주에서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시위에 나서고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계엄군이 광주의 외곽을 봉쇄하고 전기까지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적 사실을 되새길 수 있다.

    ◇ 드라마 ‘오월의 청춘’

  • 2021년 KBS2와 OTT 서비스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1980년 5월, 광주를 살아가던 청춘 남녀의 휴먼 멜로 드라마다. 주인공 희태(이도현)는 서울대 의대를 수석으로 입학하고도 통기타 하나를 메고 허구한 날 대학로 음악다방을 드나드는 낙천적 인물이다. 고향인 광주에서 등 떠밀려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 명희(고민시)를 만난다. 친구 수련(금새록)을 대신해 소개팅 자리에 나온 응급실 간호사 명희는 희태에게 점점 스며들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제작진은 이 이야기를 ‘그 5월이 여느 때처럼 그저 볕 좋은 5월이었다면 평범하게 사랑하며 살아갔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드라마는 초반 동안 사랑에 빠진 남녀의 일상을 잔잔하고 사랑스럽게 보여준다. 우리는 ‘그 일이 아니었다면 평범하게 사랑하고 행복했을 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큰 애달픔을 느끼게 된다.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아동 문학 ‘오월의 달리기’를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 집필을 맡은 이강 작가는 집필을 위해 5·18민주화운동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남아있는 분들을 위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송민엽 PD 또한 “그날의 기억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한,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오월의 청춘’은 그곳에서 울고 웃고 사랑했던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로, 매년 돌아오는 5월, 각자의 5월의 겪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