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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음식과 드라마, 음악이 K푸드, K드라마, K팝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지금, 우리의 교육도 K-에듀라는 이름으로 수출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2025년 사상 처음으로 총수출액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중 교육 분야 수출액은 민망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ODA, 즉 공적개발원조 금액을 제외하면 교육 분야에서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기업은 필자가 운영하는 기업을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교육비 지출액은 전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GDP 대비 교육 예산 역시 OECD 평균을 상회할 정도로 교육 분야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K-에듀는 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을까?
필자는 교육 분야 중에서도 기술을 접목한 에듀테크(EdTech)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동안 누적으로 3000만 달러 이상을 수출하며 얻게 된 나름의 통찰을 나누고자 한다.
세계는 우리의 ‘기술’을 원할지언정 우리의 ‘교육’을 원하지 않는다. 과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의 교육열을 본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이른바 ‘국뽕’, 즉 과도한 애국주의가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 오바마 대통령은 전 세계 기자들 앞에서 “훌륭한 개최국 역할을 해준 한국을 위해 한국 기자에게 질문 하나를 받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내에는 침묵이 흘렀다.
그가 “질문 없습니까?”라며 다시 기회를 주었지만, 20여 초 동안 침묵은 이어졌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아마 통역이 필요할 겁니다”라고 말하며, 적막을 깼다. 그러나 여전히 손을 드는 기자는 없었다.
그때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대통령님, 실망스럽겠지만 저는 중국인입니다. 제가 아시아를 대표해서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의 교육을 칭송해 어깨가 으쓱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 장면은 전 세계로 방송을 탔다. 창피하기 짝이 없었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닌가. 그렇다.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 우리의 수업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우리의 에듀테크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맞춰 개발됐다. 진단평가와 주입으로 요약되는, 기승전 ‘입시’ 중심의 교육 시스템 말이다. 시험공부와 공부는 다른 개념이다. 암기와 문제풀이 훈련이 아니라, ‘사고(思考)’하고 질문하는 행위가 공부다.
시대가 바뀌면서 교육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이 현장에서 실험되고, 독서와 토론도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의 초점은 내신과 수능이라는 ‘평가’에 집중돼 있다.
물론 평가는 필요하다. 문제는 주객이 전도돼 있다는 점이다.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키우기보다 학습 행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지적하는, 이른바 ‘타이거 맘(Tiger Mom)’형 학습관리시스템(LMS)을 가져다 쓸 나라가 과연 몇이나 될까?
사교육에서는 초등학교 때 수능 영어를 끝내고, 고등학교 수학을 가르친다. 선행학습으로 이미 답을 다 알고 수업에 들어간 학생들이 현장에서 무슨 질문을 하고 토론을 할까. 우리에게 과연 수출할 만한 교육 시스템이 있는지 곰곰이 고민해 볼 일이다.
우리는 사교육과 공교육의 대립 구도 속에서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공교육은 교육 이론과 여론을 저울질하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연속성을 띤 채 변화해 왔다. 여기에 ‘사교육 죽이기’가 정책의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늘 따라붙었다. 지난 정권에서 ‘사교육 카르텔’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그 한 예다.
한국의 에듀테크 기업들은 학부모들의 “좋은, 가능하다면 의과대학에 보내달라”는 요구에 맞춰 최고 효율의 고득점 솔루션을 구현해 왔다. 사교육 시장에 뿌리를 내린 ‘입시테크’가 수출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교육에서의 활용 사례도 부족하다 보니 해외 학교의 선택을 받기 역시 쉽지 않다.
반면 영국의 각 학교는 필요한 교육 기자재와 기술 솔루션을 자율적으로 채택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영국교육기자재공급협회(BESA)는 1985년부터 학교를 대상으로 한 전시회를 주도적으로 개최했고, 이는 오늘날 BETT Show로 성장했다.
세계 최대 교육기술 박람회가 영국에서 시작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계를 넘어, 교육 현장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모범적인 생태계가 조성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각 학교에 에듀테크 구매 예산이 배정되면서 선도학교를 중심으로 필요한 에듀테크 솔루션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많은 에듀테크 기업들이 공교육 레퍼런스를 쌓아가고 있다. 고무적인 변화다.
이렇게 넘어야 할 두 개의 산을 짚어봤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단숨에 바꿀 수는 없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히 제시할 수 있다.
먼저 교육 정책 입안자들께 당부드리고자 한다. 아무리 좋은 교육 솔루션이라도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외면하면 사장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는 반드시 교사에게 ‘일꾼’을 보낸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미 악성 민원으로 지친 선생님들에게 그동안 일꾼이 아니라 일감을 내려보낸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다음으로 학계에 계신 분들께 기업인으로서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 적중률 높은 미래학자로 유명한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회 갈등은 속도의 비동기화로 야기된다. 대표적인 예로,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학교는 시속 10마일로 변화에 대응한다.”
사태의 심각성은 학교에서 배출한 학생들을 10배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기업으로 보낸다는 데 있다. 동시에 사범대와 교원대에서 배출한 교사들은 다시 학교 현장으로 투입된다. 어느 때보다 대학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바뀌면, 그에 발맞춰 대학이 변해야 한다. 대학이 선발하는 학생의 기준이 달라지면 공교육도 바뀐다. 기업과 맞닿아 있는 대학이 먼저 발 빠르게 변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제넘지만 동료 에듀테크 기업인들께도 한 말씀 올린다. 우리는 국가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에듀테크’라는 말에서 ‘에듀’가 ‘테크’보다 앞에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교육에 대한 깊이가 기술의 첨단성을 능가해야 한다. AI 기술을 잘못된 교육 방법론 위에 그대로 입히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해당 기술이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교사의 업무를 얼마나 가볍게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에듀테크가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교육계가 풀지 못했던 ‘개인형 맞춤 학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교육 연구에도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부끄럽지만 최근 수출한 영어 AI 튜터 솔루션 ‘로라(LAURA, Language Assistant Utilizing Reading Analytics)’를 하나의 사례로 들어보고자 한다.
학생은 ‘로라’와 맞춤형 영어 회화 연습을 할 수 있다. 로라는 학생의 수준에 따라 말하는 속도와 사용하는 어휘, 문장의 길이를 조절한다. 여기까지는 기술의 영역이다.
그러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교육학적 방법론(Pedagogy)’이다. 이 프로그램은 책을 읽은 뒤 흔히 진행하는 ‘질문에 답하는 독후 활동’에 머물지 않는다. 학생이 책 속 주인공을 불러내 인터뷰하듯 직접 ‘질문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언어는 암기한 것을 떠올리는 것(recall)에 그치지 않는다. 생각한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produce)에 가깝다. 이 솔루션은 이러한 언어 습득의 기본 원리를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구현하려 한 사례다.
이런 방식의 AI 튜터와 연습한 아이가 훗날 기자가 된다면 어떨까. 미국 대통령 앞에서 침묵하기보다 영어로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결국 기술에 앞서 우리의 ‘교육’이 경쟁력을 갖출 때, 전 세계도 비로소 K-에듀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윤의 AI시대 K-리더스] “K-에브리씽 시대” K-교육도 수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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