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수학 수업 혁신] 같은 교실, 서로 다른 수학
이지아 인천원당고등학교 교사
기사입력 2026.05.11 09:00
  • 학기 초가 되면 나는 학생들과 짧은 상담을 진행한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바로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은 무엇인가요?”이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솔직하게 답을 적는다. 그리고 그 답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반복된다. 같은 과목이 서로 다른 위치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학이 그렇다. 어떤 학생은 좋아하는 과목에 수학을 적고, 또 어떤 학생은 싫어하는 과목에 수학을 적는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과서를 가지고, 같은 수업을 듣는데도 말이다.

    이 모습을 볼 때마다 한 가지 생각이 든다. 학생들은 같은 수학을 배우고 있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수학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과 어려워하는 학생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에게 수학은 ‘풀리는 과목’이다.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이 분명하고,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가 된다. 반대로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에게 수학은 ‘쌓이는 과목’이 된다.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한 개념이 다음 단원으로 이어지면서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따라잡기 위해 애쓰는 경험이 반복되기도 한다.

    그래서 교실에는 자연스럽게 두 종류의 학생이 존재하게 된다. 더 어려운 문제를 풀고 싶어 하는 학생과, 지금 배우는 내용을 조금 더 천천히 이해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다. 문제는 두 학생이 같은 교실에서 같은 속도로 수업을 듣고 있다는 점이다. 교사는 그 차이를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학생에게 다른 문제와 다른 학습 경로를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수업 중에는 더 그렇다. 어떤 학생은 기본 문제를 금세 풀고 다음 활동을 기다리고, 어떤 학생은 첫 문제에서 오래 머문다. 교사는 한 학생에게 설명해 주면서도 다른 학생이 이미 다 풀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반대로 빠르게 진도를 나가는 학생을 챙기다 보면, 조용히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놓치게 될 때도 있다. 결국 교실 수학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모두에게 같은 수업을 하면서도, 각자에게 다른 배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 ◇ 데이터를 통해 보이는 학습

    최근 수업에서 AI 코스웨어 스쿨플랫을 활용하며 이 고민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스쿨플랫은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과정을 데이터로 정리해 보여준다. 누가 어떤 문제를 맞혔는지, 어떤 유형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어느 부분에서 반복적으로 실수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는 교사가 채점 후에야 알 수 있었던 학생의 학습 상태를 수업 흐름 안에서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채점이 빨라졌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의 학습 상태가 보이면, 교사의 판단도 더 구체적이 된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에게는 기초 개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문제를 제공하고,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조금 더 도전적인 심화 문제를 제시할 수 있다. 같은 교실 안에서 학생들이 각자의 속도에 맞는 학습 경험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 개념에서 자주 멈추는 학생에게는 대시보드와 오답 유형을 참고해 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 풀 수 있도록 학습지를 구성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다시 도전할 수 있을 만큼의 적절한 양과 난이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반대로 기본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학생에게는 생각을 한 단계 더 확장할 수 있는 문제를 제시한다. 이전에는 한 수업안에서 이 두 흐름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스쿨플랫을 활용하면서 교사는 학생별 학습 경로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작은 변화가 보인다. 수학을 어려워하던 학생이 문제를 풀고 나서 “선생님, 이번에는 맞았어요!”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아주 작은 장면이지만 그 학생에게는 큰 경험일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수학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은 더 어려운 문제를 풀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같은 교실에 있지만 학생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다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교실

    물론 AI 코스웨어가 교사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학생이 왜 어려워하는 지, 오늘따라 왜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지, 어떤 말로 다시 시도하게 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교사의 몫이다. 다만 기술은 교사가 학생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다. 학생이 어디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어떤 부분에서 성장하고 있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교사는 반복적인 채점이나 자료 제작에 들이던 시간을 줄이고, 학생의 학습 과정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데 집중할 수 있다.

    학기 초 상담에서 학생들에게 다시 질문한다. “좋아하는 과목은 무엇인가요?” 어쩌면 그 질문의 진짜 의미는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좋아하는지보다 어떤 학습 경험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려는 질문일 것이다.

    같은 교실에서 어떤 학생은 수학을 좋아하고, 어떤 학생은 수학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학생에게 맞는 학습 경험이 제공될 때 수학은 더 이상 두려운 과목이 아닌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스쿨플랫은 그 차이를 더 잘 보이게 하고, 교사가 그 차이에 더 세심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같은 교실 안의 서로 다른 수학이 각자의 속도에 맞는 배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