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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 유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해 32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한국어 능력 부족 등으로 졸업 후 국내 취업과 사회통합에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이 많았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유학생 유치는 대학의 주요 전략으로 자리 잡았지만, 강의실 안의 풍경은 이 같은 수치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 유학생이 전공 수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과제 수행이나 토론 참여에서도 제약을 느끼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수도권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 A씨는 강의를 들을 때마다 내용을 녹음한 뒤 번역 프로그램에 의존하거나, 한국인 친구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강의는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었지만, 전공 용어나 토론, 논문 작성에서는 언어적 어려움을 느낀 적이 많다”라면서 “학교 차원의 외국인 장학금 등 지원은 있었지만, 한국어 논문을 무료로 세밀하게 교정해주는 서비스는 거의 없어 보통 한국 친구에게 부탁하거나, 별도로 비용을 들여 교정받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부푼 꿈을 안고 한국 유학을 선택했지만, 수업을 온전히 따라가기 어려운 현실이 ‘유학생 26만 명 시대’의 이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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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학생 30만 명 시대, 강의실의 언어 장벽
유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의 배경에는 입학 기준과 실제 학습 환경 사이의 간극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대학은 일반적으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 등 일정 수준의 어학 성적을 입학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준을 충족했다고 해서 전공 수업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상적인 의사소통과 학문 목적의 언어 능력은 성격이 전혀 다른데, 상당수 유학생이 전공 개념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데 필요한 ‘학문 목적 한국어’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간극은 일부 대학에서 유학생 유치 확대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학습 지원 체계가 마련되지 못한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 실제로 유학생을 대규모로 모집하고도 한국어 교육, 출결 관리, 학습 지원 등에서 부실 운영이 발생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최근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에 나섰다. 교육부와 법무부는 외국인 유학생 관리 실태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대학에 대해서는 최대 3년간 신입생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이는 유학생 정책이 단순한 양적 확대에서 벗어나 학습과 정착을 포함한 ‘질적 관리’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공 수업 자체가 갖는 언어적 특성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강의에서는 분야별 전문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되고, 교수의 설명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토론이나 발표 중심 수업이 확대되면서 단순한 이해를 넘어 의견을 정리해 말로 표현하는 능력까지 요구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학생들은 강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필기하고, 과제로 정리해 제출하는 데까지 이중의 부담을 겪게 된다. 결국 언어 장벽은 수업 참여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학습 경험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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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 이해 넘어 적응까지… 대학가 지원 체계 확장
유학생들의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어학 기준을 넘어, 전공 학습과 연결된 ‘언어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일부 대학과 지자체,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언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전공 수업 이해를 돕는 학습 지원과 생활 적응을 위한 언어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한양대학교 공과대학은 전공과목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유학생 튜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학생이 신청한 과목에 대해 해당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과 매칭해 별도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학기 중 최소 2시간 이상, 최대 10회까지 튜터링이 이루어진다. 전공 개념과 과제 수행을 중심으로 학습을 보완하는 프로그램으로, 강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희대학교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학생의 언어 적응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교육원이 운영하는 ‘한국어 도우미’ 프로그램은 외국인 학생과 한국인 재학생을 1대1로 연결해 한국어 회화와 문화 이해를 돕는 활동이다. 1990년대 초부터 이어져 온 이 프로그램은 학기 중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한국어 사용 기회를 늘리고, 또래 간 교류를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외국인 학생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일상 대화로 확장하고,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함께 높일 수 있다.
이처럼 대학들은 전공 학습을 직접 보완하는 튜터링과 생활 기반 언어 적응을 지원하는 교류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유학생 지원 체계를 다층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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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실로 들어온 AI… 언어 장벽 해소의 새로운 시도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번역·자막 기술이 실제 강의 현장에 도입되며 유학생의 수업 이해를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 동시통역 솔루션 ‘이벤트캣(EventCAT)’은 강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다국어 자막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학 수업과 국제 교류 프로그램 등에 활용되고 있다. 건국대, UNIST, KAIST, 한양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해당 기술을 적용한 실시간 자막 시스템을 도입해 유학생의 강의 참여를 돕고 있다.
유학생들은 교수의 설명을 자막으로 즉각 확인하며 수업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고, 강의 내용을 반복해 확인해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빠른 강의 속도나 전문 용어가 많은 수업에서 이해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청취 중심의 수업 구조에서 발생하는 언어 장벽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은 개별 강의 단위를 넘어 대학 교육 전반으로 확장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경북대학교는 국립대 가운데 처음으로 정규 과목 전체에 AI 기반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를 도입했다.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해 사용할 수 있으며, 약 80개 언어를 지원하고 강의 핵심 내용 요약과 복습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재학생은 다국어 자막과 번역본으로 강의를 이해하고, 유학생은 한국어 강의를 모국어로 실시간 수강할 수 있어 수업 이해도와 몰입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러한 기술은 보조적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전공 용어의 정확한 번역이나 맥락 이해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고, 학습 과정에서 요구되는 분석과 표현 능력까지 대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시간 번역 기술을 전공 한국어 교육, 튜터링 등 기존 학습 지원 체계와 연계해 활용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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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 넘어 취업·정주까지… 지원 체계 확장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교육부와 법무부는 외국인 유학생 관리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합동 현장 점검에 착수하고, 관리 체계가 미흡한 대학에 대해서는 비자 발급 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유학생을 단순히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학업과 생활 전반을 포함한 ‘질적 관리’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현장 점검은 유학생 대상 한국어 교육 운영, 출결 관리, 비자 준수 사항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대학에는 인증 취소나 ‘비자정밀심사대학’ 지정 등 제재가 적용된다. 전체 대학의 절반가량이 체계적인 유학생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지자체 역시 유학생 유치와 정착을 연계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구시는 외국인 유학생 수를 2028년까지 1만 명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유치부터 취업까지 이어지는 종합 지원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학과 연계한 유치 활동과 함께 한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지역 산업 수요에 맞춘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유학생의 구직 수요와 지역 기업의 인력 수요를 연계해 취업을 지원하고, 생활 적응을 위한 상담·멘토링·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원스톱 지원센터’와 ‘거점 한국어센터’를 통해 학업과 정착을 통합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경상남도도 유학생 유치부터 취업·정주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하며 정책 전환에 나섰다. ‘2026년 외국인 유학생 종합지원계획’을 통해 기존 대학 중심의 분절적 지원을 지자체 주도의 체계적 정책으로 전환하고, 유학생 수를 2028년까지 1만 명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취업률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유치·교육·생활 적응·취·창업·정주를 단계별로 연결하고,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한 교육과정 확대와 현장실습 기회 제공, 취업 매칭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졸업 이후 지역 정착까지 이어지는 관리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는 유학생 정책을 단순한 유치 중심에서 벗어나 학습·취업·정주를 아우르는 구조로 확장하고 있다. 유학생 유치 경쟁의 기준 역시 규모에서 벗어나, 학업 지속과 취업 연계, 지역 정착까지 이어지는 ‘성과 중심 관리’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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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 경쟁에서 학습 경험 관리로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 확대는 대학과 지역 모두에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유학생 유치가 실질적인 대학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입학 이후의 학습 경험과 성취를 함께 관리하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동안 유학생 정책이 ‘얼마나 많이 유치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배우고 성장하도록 지원할 것인가’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어 교육, 전공 수업 보조, 튜터링, AI 자막·번역 기술, 취업·정주 지원이 개별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는 이유다.
결국 유학생 30만 명 시대의 과제는 숫자의 확대가 아니라 학습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유학생이 강의실에서 소외되지 않고 전공 역량을 쌓아 졸업 이후 지역사회와 산업 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때, 유학생 유치는 대학의 생존 전략을 넘어 고등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유학생 30만 명 시대”…대학 경쟁력, 학생 유치보다 ‘학습 지원’에 달렸다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 전공 용어·토론 수업에 어려움 호소… 유치 중심에서 학습 경험 관리로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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