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 리더십 코칭] 아이의 서사를 깨우는 ‘에디터 부모’의 대화법
송미진 블루밍경영연구소 코치
기사입력 2026.04.21 09:00

- 송미진의 서사지능 ③

  • 송미진 블루밍경영연구소 코치.
    ▲ 송미진 블루밍경영연구소 코치.

    서사지능 칼럼을 게재하며 다양한 피드백을 들었다. AI 시대, 아이들의 미래뿐만 아니라 부모 세대인 우리도 스스로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서사지능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다. 그런데 그래서 어떻게 하란 것인가”라며 구체적인 방법을 묻는 독자들도 적지 않았다.

    ◇ 아이와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

    에디터가 흩어진 원고 뭉치에서 하나의 콘셉트를 뽑아내듯 부모는 아이의 일상 속에서 ‘맥락과 로직’을 읽어내어 서사지능을 일깨워야 한다. 이를 위한 실천적 대화법을 말하기 전, 먼저 점검해야 할 질문이 있다.

    ‘당신은 아이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가?’

    코칭의 전제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이미 온전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자원을 지니고 있고, 본질적으로 크리에이티브한 존재’이다. 이 관점을 내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순간, 대화의 방향은 달라진다. 부모의 역할은 ‘가르치는 사람’에서 ‘끌어내는 사람’으로, ‘매니저’에서 ‘에디터’로 바뀐다.

    너무도 당연하게도 아이의 서사는 부모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구성해가는 것이다. 부모는 그 서사가 이어질 수 있는 흐름을 열어주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려면 먼저 제대로 잘 들어야 한다. 잘 듣는다는 것은 아이의 말뿐 아니라, 말하지 않은 이면까지 들으려는 태도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짜증 나”, “하기 싫어”, “망했어.” 아이가 흔히 내밷는 이 말들은 완성된 문장이 아니라 맥락이 빠진 초고에 가깝다. 에디터가 원고를 다룰 때 문장을 고치기보다 먼저 흐름을 읽듯, 부모의 대화도 아이의 말에 반응하며 고치려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서사를 읽어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경험을 꺼내고, 감정을 이해하며, 의미를 구성하고, 마침내 선택까지 이어가도록 돕는 ‘편집의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 아이의 서사를 끌어내는 4단계 편집의 구조

    - 1단계: 아이의 말 속에서 장면을 찾아내라 ‘서사 마이닝’ (Narrative Mining)

    아이의 말 속에 흩어져 있는 단서를 찾아, 그 말이 나오게 된 구체적인 경험의 장면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아이의 말은 대부분 이미 한 번 해석된 결과로 나오기 때문에, 감정으로 표현되기 쉽지만 그 출발점에는 반드시 사건이 존재한다. 

    부모는 아이의 말을 바로 해석하거나 설명하려 하기보다 그 말이 나오게 된 경험의 장면을 복원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춘기 딸 아이가 거울 앞에서 쌍꺼풀 테이프를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며 말한다.

    “내 얼굴은 왜 이 모양이야?”

    부모는 쉽게 반응한다.

    “니 얼굴이 어디가 어때서?”, “너 충분히 예뻐.”

    하지만 이 말은 아이의 푸념을 멈추게 할 뿐, 진짜 이야기를 시작하게 하지는 않는다. 이때 필요한 것은 설명이 아니라 질문이다.

    “그렇게 느끼게 된 무슨 일이 있었어?”

    아이는 잠시 멈추다가 말한다.

    “친구가 나 쌍꺼풀 있으면 더 예쁠 것 같다고 했어.”

    이 순간, 막연한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이 만들어진 구체적인 사건의 장면이 드러나고, 바로 이 지점에서 아이의 서사는 시작된다.

    - 2단계: 감정을 따라가라 ‘감정 트래킹’ (Emotion Tracking)

    하지만 장면이 드러났다고 해서 서사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이제 그 장면 안에 담긴 감정을 따라가야 한다. 사건에 붙어 있는 감정을 인식하고 언어화하는 과정으로,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에 따라 그 경험의 의미는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다.

    부모는 묻는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어?”

    아이는 말한다.

    “기분이 안 좋았어. 비교당하는 느낌이었어.”

    이 순간, 사건은 감정을 만나 하나의 경험으로 정리되기 시작하고,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느꼈는지를 구체적인 언어로 이야기하게 된다. 감정이 언어화되는 순간, 경험은 흩어진 상태에서 벗어나 구조를 갖기 시작하는 것이다.

    - 3단계: 의미를 발견하게 하라 ‘의미 구조화’ (Meaning Structuring)

    감정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그 경험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발견해야 한다. 경험에 대한 개인의 해석을 언어로 드러내는 과정으로, 무엇이 일어났는가보다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서사의 핵심이다.

    부모는 묻는다.

    “그런데 그게 너한테 어떤 의미로 남아있었던 거야?”

    아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한다.

    “나도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

    이 순간, 감정은 의미로 연결된다. 아이는 단순히 속상했던 경험을 넘어서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바라보기 시작하고, 경험은 외부 사건이 아니라 자기 이해로 확장된다.

    - 4단계: 선택으로 연결하라 ‘서사 리라이팅’ (Narrative Rewriting)

    의미를 이해했다. 그렇다고 변화가 일어날까? 서사는 선택으로 이어질 때 완성된다. 경험과 해석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행동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으로, 이 단계에서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

    부모는 묻는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아이는 말한다.

    “쌍꺼풀 만들고 싶은 날은 만들고, 아니면 그냥 안 하려고.”

    이 순간, 아이의 이야기는 끝난 것이 아니라 방향을 갖게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아이는 단순히 행동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기 시작한다. 나는 외모 때문에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사람, 나는 남의 말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나만의 기준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인식이 생겨난다.

    이것이 바로 자기 명명이다. 서사는 단순히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어떤 존재로 이해하고 부를 것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때 만들어진 선택은 행동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에게 나는 필요에 따라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내적 효능감으로 남는다.

    그래서 이 대화의 결과는 쌍꺼풀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나는 나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인식으로 이어지게 된다.

    좋은 말은 이미 세상에 넘쳐난다. 아이에게 공감하라는 것도, 질문하라는 것도, 기다리라는 것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문제는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데 있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이 4단계 역시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장면을 보고, 감정을 이해하고, 의미를 찾고, 선택으로 이어가는 것. 다 아는 내용이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알고 모르고가 아니라 시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어느 날 아이에게 소리치고 화내는 자신을 보며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것. 부모로서 우리가 할 일은 어쩌면 나와 아이의 성장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