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의 AI시대 K-리더스] 선행학습을 이기는 최고의 학습법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리딩앤 대표이사
기사입력 2026.04.20 09:00
  • ◇ 당신의 자녀는 행운아인가?

    앞서, 영어유치원에 보낼 경제력이 있거나 물려받을 재산이 있는 아이가 아니라, 자녀를 잘 양육하기 위해 공부하는 지혜로운 부모를 만난 아이가 진정한 행운아라고 말한 바 있다. 오늘은 아이를 행운아로 만드는 또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엄마가 갓난아기의 발바닥을 간지럽힌다고 아이는 웃지 않는다. 별 반응이 없는 이유는 엄마와 자기 자아가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가 자기 발바닥 긁는데 간지러울 리가 없다. 그러던 아이가 자라서 말문이 트고 미운 네 살이 되더니 “싫어”, “내가 할래”를 입에 달고산다. ‘미운 네 살’은 일곱살이 되면서 반항을 시작한다. “엄마는 하면서 왜 나는 못하게 해?”, “왜 선영(동생)이는 괜찮고 나한테만 그래!”하고 따지기 시작한다.

    피아제의 인지 발달 단계 중 전조작기(2~7세)에 있는 아이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부모라면 아이들의 뇌와 어른의 뇌는 다르다는 것을 뇌과학자가 아니더라도 눈치챘을 것이다. 

    한 가지 예로, 4세까지는 신발 좌우를 바꿔 신기도 하며, 7세까지는 알파벳의 b와 d, p와 q를 헷갈려 하기도 한다. 컵을 왼쪽으로 돌리든 오른쪽으로 돌리든 똑같은 ‘컵’이듯, 아이들의 뇌는 b와 d를 같은 사물의 다른 방향으로 인식한다. 문자를 읽으려면 이 ‘불변성’ 기능을 억제하고 방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배워야 하는데, 이 ‘재활용된 신경회로’가 완전히 자리 잡는 시기가 보통 7~8세다.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정규 교육을 대체로 7세부터 시작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렇게까지 설명했는데도 아이 손을 잡고 4세 고시 또는 7세 고시를 보려 학원으로 향하는 엄마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대치동식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은 마치 옛날 386 컴퓨터에 최신 윈도우 OS를 설치하려고 하는 무모한 짓과 비슷하다. 컴퓨터는 망가지면 고치거나 새로 사면되지만 아이의 뇌는 어려서 망가지면 복구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 그렇다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무엇을 해야할까?

    많은 전문가들은 7세까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밥’, ‘잠’, ‘책’이라고 한다. 잘 먹고, 잠 잘 자는 것은 아이의 신체 발육에 치명적으로 중요하다. 성장 호르몬은 잠잘 때 폭발적으로 나온다.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 예전 70~80년대 TV에서 9시가 되면 “착한 어린이는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하고 방송을 한 것에는 매우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다. 물론 먹고 자는 것과 더불어 ‘놀이’는 기본이다. 어린이의 본업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방해하는 것은 부모의 직권 남용이자 업무 방해다. 

    엄마 아빠와 ‘까꿍 놀이’를 졸업하면 ‘소꿉장난’으로 대표되는 역할 놀이가 이어지고, 학교 운동장에서 하는 딱지치기, 구슬치기, 고무줄놀이, 오징어 게임. 이젠 넷플릭스에서나 존재하는 그런 놀이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도 영어 유치원을 안 보내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가? 정 그렇다면 ‘학습형’이 아닌 ‘놀이형’ 교육기관에 보내라고 권장한다. 이 나이 때에는 놀아야 배울 수 있다.

    ‘밥’, ‘잠’이 신체 발달에 중요하다고 하면 뇌와 정서 발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이다. 그렇다고 지금 아이 손잡고 독서 논술학원 등록하러 가면 안 된다. 여기서 말하는 ‘책’은 아이에게 큰 소리로 부모가 읽어주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해주지 않는다.

    2018년, 미국 6만7000여 소아과 전문의들의 학술 단체인 미국 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의 학술지에 19건의 연구를 메타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3,264 가정의 부모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PCBR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결론에 이른다. 

    부모의 자신감이 높아지고, 아이와의 관계의 질이 향상되며, 양육 스트레스 및 우울감이 감소한다.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은 더 크다. 사고력, 문제 해결력, 의사결정력 등 인지 발달이 촉진되고, 행동 장애가 감소하며, 집중력 및 주의력 지속 시간이 증가한다. 학습적으로는 어휘력 및 문해력 향상에 탁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 자녀를 행운아로 만드는 PCBR

    PCBR은 부모-자녀 간 책 읽기 활동(Parent-Child Book Reading)을 의미한다.

    우리의 뇌는 연령에 맞게 필요한 자극이 들어와 줘야 건강하게 발달한다. 7세 이전의 시기에는 좋은 정서적 기억이 형성되어야 하고 그 영향이 평생을 간다. 이때에 엄마 아빠가 읽어준 책은 아이의 정서 뇌(변연계)에 즐거움으로 기록되고 이 아이는 독서를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경험을 쌓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인생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는 ‘학습’적 측면에서도 가장 효과가 좋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동안 아이의 머리는 상상회로가 발동한다. 이것이 쌓여서 ‘자각(自覺)’이 일어난다. 언어는 자각해야 자기의 언어가 된다. 스스로 깨우쳐서 알게 되는 것이 언어 습득의 핵심이다. 학원에서 가르치고 암기하게 한다고 해서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1타 강사의 강의로 실력이 느는 건 학생이 아니라 강사다.

    아이를 행운아로 만드는 간단한 PCBR 실천법을 소개해 보겠다. 어렵지 않다. 빵이면 된다.

    ◇ BREAD (Bedtime stories, Read aloud, Dramatic reading) 

    먼저, Bedtime story는 주 6일 매일 시간을 정해 놓고, 주로 잠자기 전 책을 읽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7일 중 하루는 반드시 쉬는 것을 추천한다. 책은 하루는 한국어 책, 다음 날은 영어 책으로 번갈아 가며 읽어주면 좋다. 부모의 영어 발음이 엉망이어도 된다. 엄마 아빠 발음 따라가지 않는다. 아이는 생각보다 똑똑하다. 대신 Read aloud, 가급적 큰 소리로 읽고, 이왕이면 Dramatic reading, 연기력을 동원하여 과장되게 읽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주 1회 도서관 또는 서점을 가길 바란다. 이것을 가족만의 전통으로 만든다면, 먼 훗날 당신이 노인이 되어 뇌 세포가 줄어들고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당신의 자녀가 침대 옆으로 와서 "엄마, 내가 책 읽어줄까" 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