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수의 우리 아이, 이슈&저널] 나이 한 살 내리면, 촉법소년 범죄가 줄어들까요?
서민수 경찰관
기사입력 2026.04.15 11:08
  • 또다시 우리 사회에 ‘촉법소년 나이’로 인해 말들이 많습니다. 지난 2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 문제를 검토해 두 달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히면서 사회적 관심도 함께 높아졌죠. 지난 3월 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많은 분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응답자의 80% 이상이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는데 이유는 분명했죠. “요즘 아이들 범죄가 점점 늘고 있다” 또는 “예전보다 범죄가 더 흉악해졌다”라는 시민들의 불안과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씀드리면, 소년범죄는 줄고 촉법소년은 늘었지만, 오히려 강력범죄는 줄었습니다.

    사실 이 논쟁은 처음이 아닙니다. 2017년 부산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 이후 ‘국민청원게시판’의 청와대 답변 1호로 지정되면서 ‘촉법소년’ 논쟁이 시작됐고, 2022년에는 정부 차원에서 소년법과 형법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반대 의견도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이들의 개선과 회복 가능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라고 보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린 나이에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다시 사회로 돌아오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2025년 3월, 넷플릭스는 영국에서 제작한 청소년 범죄 드라마 소년의 시간을 공개했습니다. 공개 직후 이 작품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를 지켜본 부모님들은 한결같이 “끔찍하다(terrifying)”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드라마는 평범한 13세 소년이 같은 학교 또래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아무 일도 없던 듯 평온하던 한 가정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특별히 자극적인 연출이 없어도, “우리 아이도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치며 더 큰 두려움을 남기게 됩니다. 

    특히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이 드라마를 청소년 교육 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학생들이 쉽게 시청할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한 편의 드라마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를 꺼내놓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조금 더 차분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질문이 머릿속에 남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경찰에 체포되어 수갑을 찬 채 경찰차에 오르고 구치소와 같은 구금 시설로 이동합니다. 여는 성인 범죄자와 다를 바 없는 수사를 받는 모습이 등장하죠. 이 장면은 우리에게는 낯설고, 그래서 더 충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와 달리 영국은 촉법소년의 나이 즉, 형사 책임 나이를 만 10세로 정하고 있어 이러한 절차가 가능합니다. 이 장면을 본 많은 누리꾼은 댓글에서 “우리도 저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촉법소년 나이를 낮춰야 하는 것 아닐까요?”라고 말합니다.

    드라마의 소재가 강력범죄라는 사안을 놓고 봤을 때 ‘소년의 시간’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피해자를 생각하면 더 그렇고요. 특히, 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처지에서 보면, ‘어린 나이의 범죄’는 그 자체로 두렵고 더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아닌 현실로 돌아와 우리 주변에 흔히 일어나는 일반적인 촉법소년들의 범죄를 살펴주면 좋겠습니다. 촉법소년 통계를 보면, 강력범죄보다는 일반적인 절도와 폭력 사건이 다수를 차지하고 그중에서도 무인점포 소액 절도 같은 경미한 범죄가 즐비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말 ‘한 살을 낮추는 것’이 촉법소년 범죄의 문제를 해결해 줄까요?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춘다는 것은 단순히 처벌의 기준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이 아이를 언제부터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로 볼 것인가”라는 꽤 무거운 사회적 약속입니다.

    지금까지의 여러 사례를 보면, 아이들을 더 이른 시기에 사법 절차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반드시 범죄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 있는 아이’라는 낙인이 더 빨리 찍히고, 다시 사회로 돌아오는 길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진심으로 고민해야 할 대목은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이가 범죄의 길로 가지 않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한편으로 우리가 꼭 바라봐야 할 대상도 있습니다. 바로 ‘피해자’입니다. 현행 소년사법 체계는 아이 행동의 교정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아픔과 회복은 충분히 다루지 못하는 허점이 있습니다. 이건 소년법을 연구하는 학자라면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피해자에 관한 제도가 없으니, 보호나 지원은 당연히 부실할 수밖에 없겠죠. 아이의 미래도 중요하지만, 이미 상처 입은 피해자의 삶 역시 소중합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지켜내는 방향으로 제도가 고민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촉법소년 사건을 동일하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아이마다 상황이 다르고 사건의 무게도 다릅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범죄 양상을 보면 스펙트럼이 너무 넓습니다. 그만큼 범죄의 종류도 너무 다양해졌고 특히, 디지털 범죄가 청소년 사이에서 확산하면서 아이들이 범죄 양상이 더 넓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일률적으로 같은 절차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소년범죄의 핵심은 ‘처벌’ 그 자체가 아니라 ‘재범을 막는 것’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성장 과정에 있고, 실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돕는 방식이겠죠. 그래서 이제는 질문을 조금 바꿔야 할 때입니다. 처벌할 것인가, 보호할 것인가의 선택을 넘어서,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울 것인가’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 살을 낮추면, 아이들의 범죄는 정말 줄어들까요?” 제 생각은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오히려 더 어린 아이들이 더 빠르게 ‘문제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 부담은 결국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처벌이 아니라, 아이를 더 일찍 발견하고, 더 따뜻하게 개입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사회의 힘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