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수의 우리 아이, 이슈&저널] 자녀가 없는 ‘단톡방’은 괜찮을까?
서민수 경찰관
기사입력 2026.04.01 14:52
  • 2023년 네이버 웹툰에서는 ‘봉수’ 작가의 「나 없는 단톡방」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단순한 또래 갈등을 넘어 오늘날 청소년 관계의 구조를 정면으로 보여줍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보이지 않는 따돌림, 또래 관계 속 권력과 서열, 소문과 왜곡, 그리고 집단 속에서 형성되는 자기 정체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웹툰에서 언급한 “단톡방 하나로 사람이 없어질 수도 있다”라는 문장은 디지털 환경에서 청소년들의 관계 배제가 얼마나 깊은 상처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학교폭력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인구는 주는 데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은 계속 오르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제 학교폭력은 더 이상 ‘학교 안’에 머무는 문제가 아니죠. 최근에는 학교폭력 이력이 대학 입시와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자녀를 단톡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라는 소동도 있었습니다. 

    부모의 불안은 어느 정도 이해는 됩니다. 단톡방은 단순한 대화 공간이 아니라 기록이 축적되는 디지털 환경이기 때문이죠. 과거의 갈등은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일어났다가 사라졌지만, 오늘날의 갈등은 채팅 기록으로 남아 반복적으로 재생될 수 있습니다.

    특히, 텍스트 중심의 소통에서는 표정, 억양, 맥락이 제거되기 때문에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사이버폭력의 상당수가 메신저를 기반으로 집단 대화방에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서도 사이버폭력의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발생 장소 역시 단체 채팅방과 같은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고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약 20%가 최근 6개월 내 온라인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그 주요 형태는 단톡방 내 욕설, 배제, 강제 퇴장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톡방이 단순한 소통 도구가 아니라 집단 심리가 작동하는 ‘디지털 사회’임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일부 부모님들은 “그렇다면 아예 자녀가 단톡방에 들어가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 갑니다. 단톡방을 회피하는 것은 위험을 줄이는 전략이 아니라, 오히려 또래 관계에서의 배제를 경험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청소년에게 단톡방은 단순한 대화 공간이 아니라 소속을 강화하고 정보 접근의 핵심 통로로 작동한 지 오래입니다. 실제로 숙제 공지, 시험정보, 또래 문화까지 공유되기 때문에, 단톡방에서의 이탈은 곧 또래 친구들과 ‘관계 단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청소년 사이버폭력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지속성입니다. 학교가 끝난 이후에도, 밤과 주말에도 관계는 멈추지 않습니다. 따라서 만일 우리 자녀가 사이버폭력에 노출되었다면 아이가 스마트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 주세요. 자녀가 스마트폰에 민감하거나 아예 무관심하다면 사이버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기록 보존성입니다. 모든 소통과 상호작용은 캡처와 저장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이후 갈등이나 조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만일 아이가 사이버폭력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다면, 캡처 기능을 통해 증거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셋째, 가해 인식의 오류입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약 4명 중 1명이 온라인에서 타인을 괴롭힌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상당수는 이를 ‘장난’이나 ‘집단 분위기’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자녀가 장난과 폭력을 구별하지 못하면 꽤 위험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또, 사이버폭력에서 중요한 건 폭력이 더 이상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폭력 집단 안에는 방관자, 동조자가 존재하며, 이들의 태도가 관계의 방향을 결정짓습니다. 따라서 부모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톡방에 들어갈까, 말까”가 아니라 “우리 아이는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입니다. 

    결국, 이제 부모의 역할도 변해야 합니다. 단순히 “친구들과 잘 지내라”라는 조언을 넘어, 아이가 디지털 관계 속에서 스스로 원칙과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첫째, “하지 마라” 대신 “어떻게 해야 할까?”를 물어보세요. “이 대화를 캡처해도 괜찮을까?”, “친구가 상처받을 수도 있을까?”, “네가 그 친구라면 기분이 어떨까?”라고 물어봐 주세요. 둘째, 아이에게 ‘행동 기준을 알려주세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기준이 필요합니다. 특히, 남을 놀리는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고, 불편하면 침묵이 아니라 거리를 둬야 하고, 문제 상황은 혼자 해결하지 않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언제든 말해도 된다”라는 용기를 심어주세요.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처벌이 아니라 부모의 실망입니다. 부모 앞에서는 지레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게 아이들이죠.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 아빠는 네 편이야”라는 말을 해주세요. 이 한 문장이 우리 아이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단톡방은 분명 위험 요소를 가진 공간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구간에서 꼭 필요한 훈련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단톡방 회피가 아니라 대처 역량, 즉 디지털 관계를 건강하게 다루는 능력입니다. 

    오늘날의 학교폭력은 더 이상 물리적 충돌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말 한마디’, ‘글 한 줄’이 관계를 만들고, 동시에 무너뜨립니다. 부모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 하나입니다. 그 한마디와 한 줄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배우는 과정에서 아이의 관계와 미래가 함께 자라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