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전문대학 이색 입학생들 ①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6.03.26 14:24
  • 2026년 새 학기 입학 시즌, 전문대학 캠퍼스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단순히 신입생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설계하며 ‘다시 배움’을 선택한 이색 입학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가족, 예술에서 보건의료로 진로를 전환한 청년, 생업을 내려놓고 부부가 함께 새로운 전문직에 도전한 사례까지. 이들은 각기 다른 출발선에 서 있지만, 공통적으로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보다 확실한 전문성과 생존 전략을 찾고자 전문대학을 선택했다.

    특히 산업 구조 변화와 고용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대학은 단순한 진학 경로를 넘어 ‘재도약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번 입학 시즌에 주목받은 이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실무중심의 교육이 어떤 역할로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 연암대학교 스마트축산계열 박혜란 씨.
    ▲ 연암대학교 스마트축산계열 박혜란 씨.

    ◇ “화재로 무너진 농장, 재건을 위한 가족의 노력” 양돈가족 3명 동시입학

    지난해 3월 한 돼지농장에 큰 화재가 발생해 농장이 전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농장은 연암대학교 스마트축산계열에 입학한 박혜란 씨와 그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농장이었다. 화재로 인해 한 가족의 삶이 바뀌었고, 그 변화는 ‘대학 입학’ 이라는 새로운 선택으로 이어졌다.

    농장 재건이라는 현실적인 과제 앞에서 박혜란 씨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첨단 기술 기반의 축산업에 눈을 돌리게 됐다. 연암대학교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우연히 광고를 통해 접했고, ICT 기반의 스마트농장 경영, 기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스마트축산계열의 교육과정에 매료되었다.

    박혜란 씨는 “저희 가족은 한마디로 ‘양돈가족’입니다. 시댁과 친정 모두 양돈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양돈을 배워본 적이 없어 농장 재건에 막막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면서 “전문적인 양돈 기술과 ICT를 활용한 스마트 농장을 재건하고, 전문적인 축산인으로 거듭나고 싶다”며 연암대학교에 입학한 소회를 밝혔다.

  • 포항대학교 치위생과 이인하 씨.
    ▲ 포항대학교 치위생과 이인하 씨.

    ◇ “캔버스 대신 환자의 미소를 디자인하다” 섬세한 손길로 유턴입학 

    일반대학(4년제)을 중퇴하거나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교육 현상을 말함.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유턴 입학자는 2018년 1537명 대비 2026년 2500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포항대학교 치위생과에 입학한 이인하(27세) 씨는 불과 얼마 전까지 영남대학교 트랜스아트과에서 예술적 소양을 쌓던 아티스트였지만,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 이라는 직업의 안정성을 생각하며 치과위생사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인하 씨는 “평소 꼼꼼하고 섬세한 작업을 즐기던 자신의 적성을 살려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보건의료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언뜻 보면 예술과 의료는 극과 극의 분야처럼 보이지만, 캔버스 위에 세밀한 선을 긋고 조형물을 다듬던 ‘섬세한 손기술’이 치석제거, 구강 보건 지도 등 정교함이 요구되는 치과위생 업무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일반대학 졸업 후 다시 교육의 문을 두드리는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이인하 씨는 ”포항대학교 치위생과의 실무 중심 교육 과정과 높은 취업률, 높은 국가고시 합격률을 토대로 열심히 학업에 정진하여 환자의 미소를 디자인하며 사회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치과위생사가 되겠다“고 전했다.

  • 춘해보건대학교 안경광학과 김현우, 김주연 씨.
    ▲ 춘해보건대학교 안경광학과 김현우, 김주연 씨.

    ◇ “배움에는 거리가 없다” 경기도에서 울산까지, 부부의 도전

    2009년, 설레는 마음으로 심리학과에 입학했던 김현우 씨는 사람의 마음을 읽고 돕는 일을 꿈꿔왔다. 졸업 후 대학원 대신 선택한 10년의 온라인 사업가 길은 치열했고, 성과도 있었지만 늘 가슴 한구석에는 ‘지속 가능한 전문성’에 대한 갈증이 있었으며, 이 갈증은 결혼 후 아내와 미래를 설계하며 사람의 눈과 마음을 동시에 살피는 안경사라는 전문직으로 향했다.

    이 부부는 현재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지만, 매주 춘해보건대학교가 있는 울산까지 장거리 통학을 하고 있다. 

    김현우 씨는 “매주 아내와 나란히 차를 타고 내려가는 그 시간은, 우리 부부에게 단순한 등굣길이 아닌 미래를 향한 소중한 데이트이자 열정의 시간이다”라며, “같이 어려운 광학 이론을 토론하며 공부하는 지금, 저는 10여 년 전 대학생 때보다 더 뜨거운 학구열을 느끼고 있고, 이 도전은 ‘혼자가 아닌 같이’이기에 가능한 도전”이라고 전했다.

    울산은 김현우 씨의 고향이며, 부부의 목표는 국가고시에 합격해 안경광학사 면허를 취득한 후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서 두 사람의 철학이 담긴 안경원을 창업하는 것이다.

    김현우 씨는 “단순한 안경원을 넘어, 고향 이웃들의 눈과 마음을 모두 밝혀드리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저희 부부가 꿈꾸는 인생 2막의 완성”이라며, “서로의 가장 든든한 학우이자 파트너로서, 고향 울산에서 펼쳐질 저희 부부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