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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동안 3000을 넘지 못했던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돌파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를 예측한 사람이 있었을까? 오히려 절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던 이들이 더 많았고, 대부분의 예측은 빗나갔다. AI시대의 미래를 논하는 것은 코스피 지수를 맞히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직종들이 지금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 채용 공고조차 사라졌다. 글로벌 기업들은 수만 명 단위의 해고를 단행하며, 인건비 대신 AI 사용료를 확보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회사만 해도 과거에 귀했던 특정 직종은 이제 채용을 중단한 지 오래다.
전국 1등부터 3000등까지의 고등학생이 모두 의대에 진학한다는 ‘의대에 미친 한국’의 열풍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앞으로는 의사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한 일론 머스크의 예견이 현실이 될까? 반면, 중국의 수많은 최상위권 학생들은 AI 관련 학과 진학이나 AI 창업을 목표로 달려가며 공대에 미친 나라가 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2007년 한국을 방문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남긴 말이다. 당시에는 머리로만 동의했던 이 경고가 이제는 우리 아이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 되었다. ‘나의 과거 경험으로 미래를 살아갈 자녀를 제대로 지도할 수 있을까?’, ‘존재하지도 않을 학과나 대학을 목표로 헛수고하는 것은 아닐까?’ 1년 후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우리는 어디를 바라봐야 할까?
이럴 때일수록 학부모들은 변화를 예측하는 데 공을 들이기보다, 변하지 않을 확실한 것에 집중하여 중심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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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에게 'CEO의 뇌'를 길러주어야 한다
모든 아이가 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존 교육 시스템은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는 인재를 키우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제 주어진 일을 가장 잘 수행하는 존재는 AI다. 속도와 정확성, 그리고 깊이 면에서 이미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일을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일을 시킬 줄 아는 능력’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며, 해결을 위해 사람과 기술, 자원을 조합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CEO의 뇌’다.
‘CEO의 뇌’를 갖지 못한 인재는 AI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말하는 CEO의 뇌는 단순히 일을 시키는 뇌가 아니라, 문제를 스스로 규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총동원할 줄 아는 뇌이다. 뇌의 모든 자원을 총괄 지휘하는 관제탑 역할을 하는 부분은 바로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다. 공감 능력, 직관력, 회복 탄력성, 의사 결정력, 도덕성, 그리고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이곳이 바로 ‘CEO의 뇌’이다.
흥미로운 점은 뇌과학자들이 전전두엽이 발달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비교적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독서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독서는 능동적 사고를 유발하는 대체 불가능한 학습 행위다. 비디오나 오디오 매체는 수동적 사고를 유발하여 전전두엽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지만, 독서 활동은 전전두엽의 신경세포 밀도를 결정짓는다. 지난 2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독서 국가 선포식’을 하고, 각 교육청이 독서 중점 교육을 선언하는 이유가 바로 이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국가 차원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둘째, 이중언어자(Bilingual)이다. 이중언어자의 뇌는 단일 언어 구사자보다 전전두엽이 약 1.4배 더 활성화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었다. 이중언어자는 단순히 두 개의 언어를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해당 언어로 사고할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AI의 모국어이자 글로벌 표준인 영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아이들이 영어를 ‘공부’가 아닌 ‘언어’로 경험할 때 비로소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담은 이야기를 접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세계를 이해하는 시야를 넓히게 되고,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하게 된다. 독서와 언어 학습이 결합될 때 단순한 학습을 넘어 사고력 교육이 된다.
필자는 2016년부터 독서를 기반으로 한 영어 학습 방식을 탐색해 왔다. 읽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Read → Think → Express의 흐름에 주목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언어 습득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강제된 학습이 아니라,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지속하는 경험이라는 점에 주안점을 두어 왔다.
최근 이른바 ‘4세 고시’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유아 영어 교육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보다 부담을 낮춘 접근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정답을 맞히는 방식의 학습보다 이야기 이해와 공감, 사고의 경험에 무게를 두는 시도가 요구된다. 이를 통해 영어를 단순한 학습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읽기 습관과 언어 감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외국어 교육을 넘어, 스스로 읽고 사고하며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의미가 있다. 지식에 접근하는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이러한 역량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신학기를 맞아 아이와 함께 도서관이나 서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온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만들고, 매일 밤 아이에게 영어 책 한 권을 읽어주는 작은 습관을 시작해 보자.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이 아닐지도 모른다. 스스로 읽고 생각할 수 있는 힘, 그리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일 것이다.
‘금수저’보다 ‘책수저’를 물려주는 것. 그것이 AI시대를 살아갈 아이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위대한 투자다.
[김성윤의 AI시대 K-리더스] AI시대, 아이에게 물려줄 최고의 자산 ‘책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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